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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352660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14
    조회수 : 4331
    IP : 121.170.***.74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5/06 00:32:42
    원글작성시간 : 2011/04/19 20: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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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금주의]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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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나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진실은 내가 감당키 힘든 것이었다.

    *

    -안녕?

    나는 컴퓨터를 끄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소리는 내가 6학년(아마, 6년 전부터이니 확실할 것이다)때부터 들려왔다. 하루에 한번. 꼬박꼬박 한번도 빠짐없이.

    어렸을 때는 그냥 잘못 들은 것이라 치부하고, 또는 아이들이 날 부른 것이라 착각하고 무시해왔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쭉 무시해 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벌써 3번째였다. 지금 시간은 9시. 3번이나 들리기에는 너무 일렀다. 그 소리는 5시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번씩 들리던 것이 4시간만에 3번 들릴수는 없는 것이다.

    -안녕?

    4번째다. 이럴 수가. 말도 안된다. 한번 대답해 볼까?

    -이봐. 듣고 있다는거 알아. 대답을 해.

    ..말이 바뀌었다.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하지만 대답하기는 무섭다. 6년동안 대답을 못한것은 미지의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알아서는 안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넌 누구야?"

    대답해 버렸다. 그러자 드디어 해냈다는 듯이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 대답했네. 6년동안 대답하지 않더니. 오늘 많이 물어보길 잘했어.

    뭐야, 물어본건 대답 안하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누구냐고 물었어. 누구길래 6년동안 꼬박꼬박 말을 걸어온 거지?"

    -아차. 깜빡했군. 내가 누군지는 알거 없고, 그냥 진실의 전달자 라고나 할까? 크큭.

    자신이 한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목소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진실의 전달자? 알거 없고, 나한테 무슨 용건이야?"

    -어이, 성질이 꽤 급하군. 이래봬도 진실을 알려주러온 전달자한테.

    "진실이건 뭐건 상관 없어. 네가 뭔데 자꾸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거야?"

    목소리는 한참동안 말이 없더니 다시 유쾌한 말투로 대답했다.

    -성질이 정말 급해. 알았어. 네 눈으로 똑똑히 보도록.

    갑자기 휘몰아치는 광풍과 함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의 모습은 흡사...

    "악마."

    -빙고.

    악마였다. 분명 악마.

    -넌 유일한 인간이야. 내가 수많은 인간중에서 진실을 알려주기로 한 유일한 인간.

    "무슨 소리지? 그리고 아까부터 지껄이던 그 진실 타령좀 그만할 수 없나?"

    -어허, 진실에게 지껄이다라니.

    악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지. 넌 네가 너라고 믿나?

    ...?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난 예전에도 나였고, 지금도 나고, 미래에도 나일거야. 난 변하지 않아."

    -틀렸다.

    악마는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마치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을 보는것과 같이.

    -넌 너일 수 없어. 넌 항상 교체되니까.

    "무슨 소리야?"

    악마는 말을 이었다.

    -너, 한번이라도 느껴봤을 거야. 자신이 누군지 모를 이상한 불안함. 그렇지?

    사실이다. 요즘들어 자주 느끼고 있다.

    -옛날 기억도 잘 안날거고.

    "그건 당연한 거잖아."

    -또 틀렸어. 인간은 그리 쉽게 잊지 않아. 단지...

    "단지?"

    -교체되기 때문이야. 넌 네가 아니야. 하루가 지날때마다 네 기억은 복사되어 다른 너에게로 옮겨지고 넌 버려져.

    쿵.

    마음속에 갑자기 돌덩이가 내려앉았다.

    "무..무슨 소리야? 버려지다니?"

    -말 그대로지. 하루가 지날때마다 네 기억은 복사되어서 '또 다른 너'에게로 옮겨지고, 그 '또 다른 너'는 너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이 항상 자신이라고 느끼며 살아가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말도 안돼긴 뭐가? 옛 기억이 잘 안나는건 복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야. 그렇게 복사 오류가 나다보면 기억들이 사라지지. 네가 부르는...치매.

    "이젠 생각까지 읽다니."

    -내 권능은 무시무시하지. 이렇게 진실을 너에게 알려주는 것만 해도 그렇잖아.

    "..그러니까 내가 잠이 들면 내 기억은 복사되어서 어디엔가 있는 '다른 나' 에게 이동되고, 지금의 난 버려진다는 건가?"

    -오, 꽤 똑똑하군. 사람이 성장하는것도 그런 이유야.

    "또다른 내가 점점 커져서?"

    -그래.

    "...."

    갑자기 두려움이 치밀어 오른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 아닌가. 잠깐, 그럼 나는...

    -아, 너? 너는 29875번째야. 조금만 더 가면 3만을 채우지. 아마 넌 한 8만 까지 있을걸? 그 숫자가 수명이지.

    아무리 내가 29874명의 희생을 거쳐 이 자리에 존재한다 해도 그건 별 문제가 안된다. 난 내가 잠이 들면 29875번째 희생자가 되는게 아닌가. 난 사라지고싶지 않다.

    -그럼 난 이만.

    "자..잠깐! 이걸 알려주고 나보고 어쩌라고? 진실을 알게 해놓고 어딜 간다는 거야?"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안녕.

    놈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갔다.

    난 사라지고 싶지 않다. 난 나이고 싶다.


    --

    "의사선생님, 어떻게 해야 되죠? 현민이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잠을 자려 하지 않는건지 원.."

    "1주일 째에요. 우리 현민이좀 어떻게 해주세요, 네? 자기 살을 뜯으면서까지 안잔다구요."

    "..죄송합니다. 물약도 통하지 않으니.."

    ---

    난 안 죽을거야. 난 사라지지 않을거야.

    잠만 안자면 되니까.

    난 교체되지 않아.

    난 영원한 나야.

    사라지기 싫어.

    ----

    -병신.

    악마는 웃었다. 또 한명의 희생자를 배출했다는 것에 큰 쾌감을 느끼고 있는 악마였다.

    -교체? 그딴게 어딨어? 병신. 크크크큭.

    악마는 웃었다.


























    출처




    웃대 - 사이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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