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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아의꿈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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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492235
    작성자 : 코코아의꿈
    추천 : 31
    조회수 : 5258
    IP : 121.186.***.7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9/09 01:27:48
    원글작성시간 : 2017/09/08 15:47:3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92235 모바일
    [단편]유선고등학교 집단 바이러스 감염 사건
    옵션
    • 창작글
    “…첫번째 소식입니다. 지난 2005, 광복 60주년을 맞아 정부에서 창설한 ‘독립운동 공로 발굴 작업 위원회’ 활동 2년만에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서울xx 판자촌 재개발 공사 도중 일제시대 당시의 서류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대거 발견되었습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 대한제국광복회 소속 단원들의 보고서와 증언록 임이 확인되었다 밝혀 학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광복회 1930년부터 독립 직전까지 만주에 돌격부대를 창설하고 해외 동포들이 모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일조를 하여 지난1995년부터 국사 교과서에 실리는 국민들에게도 알려진 독립운동단체 입니다. 특히 이번 발견 자료에는 ‘만주의 수장’ 이라 불리며 다수의 전투에 참여해 승리를 이끈 독립운동가 권서겸과 ‘죽은 자들의 나날’, ‘나는 살고 싶다’ 한국 추상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일제시대 대표적 작가 이제원의 증언 다수의 역사적 위인들의 발언 역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학회에서는 새로운 발견이라 칭하는 동시에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유선고등학교의 여름은 늦여름이라 할 지라도 언제나 뜨거운 날씨였다. 모든 학년들이 다 졸업하거나 빠져나간 뒤 단30명의 3학년만이 남은 학생들은 반년 뒤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서로 시시콜콜한 대화 나누기를 멈추지 못했다. 방학 중임에도 보충자율학습을 이유로 2층 빈 교실에 모였지만 이미 흐트러진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보충자율학습 감독을 맡은 나이 많은 윤리 선생이 켜 놓은 휴대용 라디오는 잠시 교무실에 간 주인을 기다리며 잡음과 함께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천장에 매달린 채 돌아가는 구형 선풍기 3, 바깥에서 무섭게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 그리고 아이들의 대화소리와 뒤섞여 기묘한 화음을 내는 매미 울음 소리. 주변에 있는 건물들 이라고는 아이들 대부분이 거주하는 동시에 모두가 세네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인 작은 마을 ‘도선리’와 정부에서 운영하는 제약 연구소 ‘보광제약’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보광제약’은 아이들과 접점이 없으니 마을을 제외한다면 외부와의 접촉이 드문 것은 사실이었다.

     

    “민준, 서울 가는 기분이 어때?

     

    민철이 눈을 빛내며 물어보았다. 준은 유선고등학교의 학생들 중 현 시점에서 유일하게 서울권 학교의 진학을 확정지은 사람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질 정도의 학교라 얼마 전에는 준의 집에서 돼지를 잡아 꽤나 크게 잔치를 벌였을 정도였다. 그날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 난 이후 민철은 시간이 나면 준에게 서울이 어떠냐는 등 시시콜콜한 것 들을 묻기 시작했다.

     

    “뭐 어떻겠어. 나도 면접 한번 보고 온 게 다라서 잘은 몰라. 그래도 사람은 확실히 많더라.

    “와, 진짜 대박이네. 사람 그렇게 많아? 윤희승 말로는 사람 반 건물 반 이라 던데!

     

    희승은 준과 더불어 서울권 대학 진학을 준비했던 학생 중 한 명 이자 학생회장을 맡고있는 친구였다.

     

    “야, . 그렇게 묻지만 말고 너도 서울권으로 원서 써봐. 1차는 끝나도 아직 수시 2차도 있고 정시도 있잖아.

    “나는 대학 안 간다니까! 나는 대학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무슨 중요한 일?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에 준과 민철이 고개를 들었다. 지수가 책상 위에 빵과 우유를 놓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말하는 중요한 일이면, 그거 말하는 거야? 무슨 살아있는 시첸가 뭔가 하는 거?

    “뭐야. 그거 아직도 준비하고 있었어? 어쩐지 너희 어머니가 나만 보면 민철이가 공부를 안 하네, 우리 집에도 사대문 안에 들어가는 애 하나는 나와야 되네 하고 한탄 하시더라.

    “나한테는 대학보다 더 중요한 일이거든? 내가 언제나 말하잖아. 일단 졸업하면 대학이 아니라 서울에 집 이랑 컴퓨터를 하나씩 구할거야. 집은 싸구려라도 좋아, 컴퓨터만 작동 잘 되면 돼. 그런 다음에 이제 조사에 들어가는 거지.

    “조사?

    “우리 나라에서 발생했던 ‘비()인간 개체 발생 사태’들에 대해서!

     

    빵 봉지를 뜯으며 듣고 있던 준과 지수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야, 최민철. 아무리 그래도 너무 허무맹랑하다.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 그리고, 너네 집에도 컴퓨터 있잖아.

    “맞아. 그리고 요새 직업 못 구하면 서울에서도 돈 없어서 못 산다는데 서울 갈거면 대학이던 취업이던 하고 가. 너희 어머니가 그런거 아니면 보내주실 분도 아니고.

    “야, 너네 둘 되게 너무한다! 우리 집 컴퓨터 98인가 그런데 서울은 2003이 최신식이라서 더 사양 죽인대! 그리고 내가 언제 가지 말라고 안 갈 사람이냐? 나 무조건 가서 내가, 컴퓨터도 쓸 거지만 발로 뛰어서 조사할거야. 그런 다음 홈페이지를 만들어 게시 하는 거지! 이미 계획은 완벽해!

    “어…그래서 네가 계획하는 프로젝트 이름이 뭐라고?

    “살아있는뭐 였냐.

    “…글렀네. 진짜 글렀어.

    “와, 진짜!

     

    민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수의 머리에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걸었다. 갑작스러운 장난에 놀라 빵을 떨어트렸음에도 지수는 그저 웃음을 터트리며 항복한다는 의미로 민철의 팔을 쳤다. 준은 이 상황이 그저 웃긴 듯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간간히 다른 아이들이 세 사람의 소란에 하던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리기는 했지만 이내 평소의 모습이라 다시 자신의 대화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평범한 일상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그 비명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유선고등학교 집단 바이러스 감염사건

     

     

     

     

     

     

     

     

     

     

     

     

    “…뭐야?

     

    시끄럽던 교실에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자습서를 보던 희승도, 졸업 후 아버지의 일을 도울 거라며 종알거리던 윤미도, 서로 장난을 치던 민철과 준, 지수도 모두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서 얼어붙었다. 그것은 절대로 누군가가 장난으로 낸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지옥을 본 듯한 목소리는 누가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교실 안은 오로지 라디오 소리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바깥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텅 비어버린 복도에 울리는 비명의 메아리가 잠식했다. 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 목소리,

    “…”

    “물리 선생님 목소리 아냐?

     

    30명이 앉아있는 교실 임에도 누구 하나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희승이었다. 굳어버린 몸을 간신히 움직여 교실 전체를 바라보고 선 희승은 긴장되는 몸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얘들아, 침착해. 별거 아닐거야. 여기에 우리 말고도 체육 선생님도 계시고 더 건장한 어른들도 많이 계시는데 별 일이야 있겠어? 잘 생각해봐, 우리 작년에 숲에서 멧돼지 들어왔을 때도 이런 반응이었잖아.

     

    작년 가을 무렵 멧돼지가 쳐들어 와 학교 정문을 부순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색하게나마 희승의 말에 호응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이번에도 그런 일일지 몰라. 곧 선생님들이 산림청에 연락 하실거고 금방 진정될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 , 으아아아아악!!

    저거 뭐야!! 뭐냐고!!!

    경찰 불러, 경찰, 아아아아악!!!

     

    희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비명이 터져 나오는 원인은 멧돼지가 아니었다. 사실 멧돼지가 아님은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여자아이 중 한명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이들이 얼어붙어 있는 와중에도 아래층에선 비명 소리가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메아리 쳐서 빈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목소리들이어서, 아이들은 그저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얘, 얘들아, 침착해. 내가, 내가 한번 1층 내려가볼게.

    “야, 윤희승! 그건 너무 위험해!

     

    넘어져 있던 여자아이를 일으키던 윤미가 희승의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니, 한번 내려가볼게. 내려가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야, 윤희승.

    “갈 거면 나도 같이 가. 너 혼자 가는건 무모해.

     

    준의 말에 희승이 고개를 저었다. 기어코 혼자 가겠다는 의미였다. 이 시점에서는 말려야 하는 것이 맞았지만, 지수와 준,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희승의 떨리는 등을 보면서도 차마 만류하지 못했다. 모두가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희승이 삐걱대는 걸음으로 앞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희승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강도일까?

     

    한 여자아이의 물음이었다.

     

    “…정말로 멧돼지 일 수도 있어.

    “…늦었지만 만우절 장난을 치는…거 일지도 몰라. 선생님들 그런 거 좋아하시잖아.

     

    누구 하나 정확히 맞아 들어가는 이유가 없음을 모두가 눈치챘음에도 반 안의 학생들은 생각 나는 이유를 나열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몸 속을 파고드는 공포와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준과 지수의 시선이 우연히 마주쳤다.

     

    “…별 일 없겠지?

    “…이 조그만 학교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두 사람 역시 확신 없는 목소리였다. 희승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학생들의 초조함은 더해갔으며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두려움을 떨치기 위한 의미 없는 말들 이었다.

     

    “시이이이바아아알, 윤희승 왜 이렇게 안 와….

    “걔 매번 중간에 농땡이 부리다가 늦잖아. 이번에도 그래서 늦는거겠지. 와서 그럴거야,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으아아아아아아악!!

     

    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 들린 비명 역시 익숙한 목소리였다. 역시나 공포에 질린 비명 이었으며 동시에 끔찍한 것을 보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다시금 교실에 정적이 찾아 들었다. 누군가가 급히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발걸음은 점차 가까워지더니 이내 교실 앞에서 멈춰섰다. 발소리의 주인은 떨리는 몸을 숨기지 못한 채 벌벌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윤희승.

     

    희승의 얼굴에 피가 튀어 있었다. 그것은 지옥을 보고 온 사람의 눈이었다.

     

    “…도망 쳐.

    “뭐?

    “도망쳐!! 선생님들이 미쳤어, 제정신이 아냐!!

     

    희승은 다급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눈치만 볼 뿐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 역시 큰 이유였다. 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본능적으로 지수의 손목을 잡았다. 희승이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얘들아…. 제발 도망치라고… 도망쳐!! 썅, 말 들어!!

    순간 계단을 올라오는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소리였다. 점차 소리가 가까워졌다.

     

    “내 말 좀 들어!! 도망가, 도망 가라,

     

    희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빠른 속도로 튀어 올라 희승을 덮쳤다. 여자아이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희승을 덮친 무언가는 희승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행동을 하더니 이내 우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물어뜯어 살점을 떼어냈다.

     

    “아아아아아아악!!

     

    희승이 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에 차오른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그것을 밀어내려 발버둥쳤다. ‘그것’은 그런 희승을 농락하듯 다시 한번 자신이 물어 뜯어 피가 미친듯이 새어 나오는 부위를 다시 한번 물고 그대로 목을 비틀었다. 희승이 눈을 까뒤집고 비명을 지르다 아이들 쪽을 바라봤다. 그것은 도망치라는 동시에 살려 달라는 구조 요청의 표시였다. 준은 비슷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돼지를 잡을 때, 돼지를 죽이기 위해 뼈를 비틀 때 들려오던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지수의 숨이 가빠왔다. 예상치 못한 공포에 휩싸여 뼈 끝까지 차오르는 한기를 이기지 못한 탓이었다. 희승의 비명이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 목덜미와 물어뜯긴 얼굴에서 흘러나온 피가 점차 복도와 교실 바닥을 적셨다. 파리해진 안색을 숨기지도 못한 채 준은 아직도 희승의 위에 올라타 자신이 물어뜯은 목덜미 살을 질겅이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산발이 된 머리와 벌겋게 충혈된 눈은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준은 알았다. 어쩌면 모두가 알면서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것 일 지도 몰랐다. ‘그것’ 이 입은 셔츠, 바지, 벨트는 절대 낯선 차림이 아니라는 것을.

     

    “…선생님?

     

    “…마지막 소식입니다. 정부가 중국 당국과 합작하여 추진한 ‘무인도 개발 프로젝트’에서 사망한 다섯명의 조사단원들의 사인을 비공개로 처리하라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 당국은 98년 경 공동해역 부근에 위치한 무인도들을 탐사해 다양한 생태를 조사하고 자원을 얻는 의도에서 시작 된 ‘무인도 개발 프로젝트’ 도중 중국과 한국의 공동 구역에 위치한 ‘무진도’를 조사하다 이유 모를 사인으로 인해 사망한 다섯명의 조사단원들에 대해 사인을 공개하지 말라 지시하고 자료를 1급 보안으로 넘겼습니다. 유가족들은 이에 반발하며 국가에 소송을 걸 예정이나 기각될 확률이 높은 것 으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핏덩어리에 가까운살점이 게걸스러운 소리로 먹히는 소리와 주인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듯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뉴스 만이 무거운 공기 속으로 스며들 뿐이었다.

     

    “…이게 뭐야.

     

    윤리 선생이 희승의 쇄골 부근을 물어뜯었다. 희승의 움직임은 진작 멈춘 지 오래 였다. 마치 오랜 시간 굶은 사람 마냥 자신의 학생을 뜯어먹고 숨쉬는 순간 마다 쇳소리가 나는 모습은 절대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없는 형상이었다. 윤리 선생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피가 흥건한 채, 살점을 씹을 때 마다 타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간혹 누런 무언가가 침에 뒤섞여 흘러나왔으나 정확한 정체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저 노쇠한 이빨이 부러진 것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이, 이….썅!

     

    모두가 충격에 절어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할 때 교탁 옆에 서있던 한 아이가 휴대용 라디오를 들어 윤리 선생에게 집어 던졌다. 가벼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라디오는 윤리 선생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부서져 그나마 흘려 보내던 뉴스를 중단했다. 윤리 선생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고통스럽다는 표정은 짓지 않았다. 아이는 분노인지, 절망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걸상을 윤리선생에게 던졌다.

     

    “야, 이 시바아아알!!

     

    , 하는 소리와 함께 윤리 선생의 머리에 걸상이 명중했다. 동시에 뼈가 꺾이는 소리가 들리며 윤리 선생은 머리가 180도 돌아간 기괴한 형상이 된 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지수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준과 민철이 급히 지수를 부축해 일으켰지만 이미 한번 풀려버린 다리는 쉽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의학에 무지한 지수였지만 사람의 목 뼈가 이리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희승에게서 새어 나온 피가 앞문 근처에 있던 아이의 실내화에 묻을 정도로 점차 반경을 넓혀가며 퍼지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 마냥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윤리 선생의 몸이 발작을 일으키듯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최후의 발악이 아니었다.

     

    “…이건 또 뭐야.

     

    다시 일어나 식사를 계속 하겠다는 몸부림 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귀를 찢는 유미의 비명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든 듯 하나 둘씩 비명과 절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 앞에서 친구가 먹히고 선생이 미쳐버린 광경을 본 것에 대한 충격이 이제서야 표출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뒷문으로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이 교실, 그리고 이 학교를 빠져나가기 위한 발버둥 이었다. 좁은 문에 아이들이 몰리다 보니 몇 안되는 인원임에도 빠져나가는 것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비켜!!

    “악!! 내 발 밟은 사람 누구야!!

    “살려줘, 나 죽기 싫어!!

     

    저마다의 살려 달라는 비명을 내지르며 뒷문으로 몰린 아이들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상태였다. 호흡을 거칠게 내쉬던 지수와 어찌할 줄 모르고 주변만 살피던 민철이 급히 뒷문으로 달려나가려 했다. 그러한 두 사람을 막은 것은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최대한 이성을 붙잡으려 했던 준 이었다.

     

    “놔, 나도 나갈거야!

    “기다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잘 생각해봐. 지금 여기 위에 올라와 있는 선생님…이라고 하긴 이제는 뭐하지만, 하여튼 아래에 선생님이 총 몇 분이나 계셨지?

    “오늘 윤리 선생님 포함 총 열 분 정도 오셨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2층에 있는 분은?

    “윤리 선생님 한 분.

    “그리고 아까 들린 비명은 몇 사람 소리가 났는지 기억나?

    “그거야…”

     

    순간 지수와 민철의 표정이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기억해내고서 싸하게 굳어버렸다. 세 사람이 긴박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밀려드는 아이들 무리를 뚫고서 몸을 비집고 빠져나온 유미는 먼저 복도로 나와 아직 몸을 뒤집으려 바둥거리는 윤리 선생을 등진 채 반대쪽 복도로 뛰어가려 몸을 틀었다. 비록 사람이 없어서 열려있는 문은 중앙 현관이 전부였지만 조금 돌아가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유미는 무작정 달렸다. 곧 다른 아이들도 뒷문으로 빠져나와 유미가 달려갔던 곳으로 뛰어갔다. 서로가 살기 바쁜 상황에서 준, 지수, 민철 세사람의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갈까 망설이는 듯 몸을 움찔거리는 지수에 준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행동을 취했다. 복도에 적막이 찾아오는 듯싶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러나 곧 복도에 다시 한번 끔찍한 비명 소리가 메아리 쳤다. 지수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것은 준이 시켜서가 아닌 본능적 행동이었다. 민철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뒷걸음질 치다가 자신도 모르게 걸상을 건드리자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비명소리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까 전과 차이가 있다면 발걸음 소리가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살려줘, 살려줘!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복도 쪽에 난 창을 통해 모든 광경은 여과없이 보였다. 급히 도망치려 달리던 여자아이의 위로 무언가가 올라타더니 그대로 머리를 물어뜯었다. 끔찍한 비명소리, 이후 또 다른 여자아이가 달려오다 무언가에 의해 넘어지고, 남자아이가 오지 말라 소리치다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등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보이는 광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지수가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사람 다 지수를 일으켜주지 못했다. ,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벌어지는 상황이 너무나 현실성 없어서,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수다를 떨던 친구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 자신의 스승들 이어서, 이 현실이 믿기 힘들었다. 와중에 몸을 비틀어 대던 윤리 선생이 결국 중심을 잡고 일어서서 아이들을 잡아먹는 선생들 대열에 합류했다. 귀를 찢을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창문에 피가 진창 튀어서 더 이상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복도에서부터 흘러 들어오는 다량의 혈흔들이 보이지 않아도 모든 상황을 짐작케 해주었다. 얼핏 두 세명 가량의 친구들이 가까스로 빠져나가는데 성공한 듯 보였지만 곧 그 뒤로 이미 반쯤 미쳤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생들이 뒤쫓아 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대체,

    “…”

    “…왜 이러는거야…?

     

    귓가에 맴도는 비명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들리는 지수의 물음에 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머지 두 사람 모두, 정답을 알지 못했다. 생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넋이 나간 준은 문득 고개를 돌리다 희승과 눈이 마주쳤다. 가장 먼저 희생당한 친구. 차라리 희승은 무언가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분명 죽었을 희승이 갑자기 몸을 발작하 듯 떨기 시작했다. 눈을 반쯤 까 뒤집은 채 거품을 물고서 벌벌 떠는 모양새는 하마터면 준이 남은 이성마저 놓칠 뻔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의자에 머리를 맞아 목이 돌아간 윤리 선생 마냥 몸을 부르르 흔들던 희승은 뼈가 꺾이는 소리를 내며 점차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때마침 한 여자아이가 피 칠갑을 한 채 희승의 뒤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미 몇 번 물어 뜯겼는지 다리가 성하지 않은 채 혼이 나간 얼굴로 피바다 사이를 기어가는 여자아이는 세 사람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여학생들이 수다를 떨 때마다 그 무리 안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던 친구였다. 희승이 반쯤 물어 뜯겨 너덜거리는 목을 돌려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간신히 입을 틀어막고 있던 지수와 민철도 그제서야 희승을 발견했다. 민철이 할 말을 잃은 듯 몸을 잘게 떨었다.

     

    “…안돼.

     

    지수가 본인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자신의 뒤로 지는 그림자에 여자아이가 공포가 서린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 순간, 희승이 여자아이의 팔을 물어뜯었다.

     

    “아아아아아아아!!

    “안,

     

    준이 급히 지수의 입을 막았다. 차라리 창문 이었으면 모를까, 열린 앞문으로 적나라하게 보인 광경은 세 사람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하마터면 비명을 내지를 뻔한 지수가 준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비명 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교실에 더 있는 것은 무조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준은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민철이 준에게 뭐하냐는 듯 급한 눈짓을 보냈지만 준은 민철을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그것이 믿어달라는 의미임을 알아서 민철과 지수는 결국 준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반쯤 열린 빵봉지를 집어 들고 천천히 책걸상 사이를 지나치던 준은 복도에 가까워지자 코 끝을 훅 찌르는 피비린내에 순간 헛구역질을 할 뻔하고서 입을 급히 틀어막았다. 비위가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것이 친구들의 피라는 사실을 알자 더더욱 울렁거림이 심해졌다. 어서,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지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 마다 들려오는 질척거리는 발소리에 자신도 친구들과 같은 처지가 될까 두려우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가진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살고자 하는 생각이 우선시된다는 것에, 참으로 복잡한 상황이었다. 복도로 나가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피로 가려져 있던 창문 아래로 뜯어 먹히고, 웅덩이가 고여 난장판이 된 상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말로 구역질 하기 직전의 상황에 직면한 준은 들고있던 봉지를 있는 힘껏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봉지가 부스럭 소리를 내며 복도에 떨어지자 선생들의 시선이 모조리 그 곳으로 쏠리다 곧 그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못할 것을 알지만 시간을 최대한 끌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세 사람이 뒤돌아 서서 복도를 벗어나려는 찰나였다.

     

    “…민철아…”

     

    민철이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에 순간 멈칫했다. 유미의 목소리 였다.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 건지, 유미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면서도 선명하게 뇌리에 박혔다.

     

    “…민철아, 나 좀 살려줘… 나 아직 죽기 싫어…”

    “…”

    “…준아, 지수야… 너희 둘은 나 끌고 갈 수 있잖아… 나 한번만…살려줘…”

    “…”

    “나 여기서 벗어나게만 해줘…제발, 살려줘…”

    “…가자.

     

    두 눈을 질끈 감은 지수가 귀를 틀어막고 걸음을 옮겼다. 철벅대는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동시에 유미의 목소리가 점차 희미해졌다. 누군가에게 발목이 잡히는 듯 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럴수록 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복도를 벗어나는 일 뿐 이었다.

     

     

     

    세 사람은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한 물품 창고로 들어갔다. 작년 까지만 해도 체육 수업을 위해 쓰이는 도구들을 자주 가져다 놓았던 곳이지만 남은 학생들이 모두 3학년에 진급하면서 체육 수업 빈도가 줄고 점차 쓰이는 일이 없어지던 곳이었다. 혹시나 소리를 듣고 몰려들 새라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세 사람이 문이 닫히자 마자 한 것은 주저앉는 것이었다. 지수는 얼굴을 파묻고 눈물만 뚝뚝 흘렸다. 민철은 아직도 친구가 먹히는 광경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준은, 방금 전까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귓가에 아직까지도 선명해 귀를 틀어막았다. 그것은 자신들 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정적을 깨고 지수가 물었다. 차마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억눌린 목소리로 던지는 물음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경찰에 신고해야 돼.

    “어떻게? 지금 우리들 중에 휴대폰 있는 사람도 없고 연락 수단이 마땅히 없잖아.

    “교무실. 교무실에 전화 있잖아.

    “거기까지…어떻게 내려가? 신고한다고 해도, 그때까지 어떻게 버텨?

    “우리 중앙현관 열려 있잖아. 거기로 나가서 도망가면 될거야.

    “…말이 쉽지.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어느 하나 겪어본 적 없는 사태에 충격이 큰 듯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준 이었다.

     

    “내가 내려가 볼게.

    “뭐?

    “민준.

    “내가 내려가서, 교무실이랑 다 돌아보고 올게. 그러면 되는거잖아.

    “야, 너 그러다가 윤희승 꼴 나면 어쩌려고.

    “바로 뛰어올게, 걱정 마.

     

    준의 단호한 말에 두 사람은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아까 전 희승이 물린 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것 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지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민준, 갈 거면 나도 가.

    “야, 윤지수 너는 또 왜…”

    “괜찮겠어?

    “…여기서 가만히 있는다고 뭐가 바뀌지는 않으니까.

    “야, 그럼 나 혼자만 남는데?

    “아…그러네. 그럼 같이 가자.

     

    민철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한데, 그냥 나 조금만 여기 있다가 합류할게. , 솔직히…지금 내가 본 상황 자체를 못 믿겠어. 여기서 더 비슷한 거 보다간 내가 미칠 거 같아.

    “최민철….진짜 괜찮겠어?

    “여기에 딱 박혀 있을거니까 갔다 와. 대신에 나 버릴 생각 하지 말고.

     

    괜히 분위기를 풀어보려 던지는 민철의 말에 지수와 준이 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올렸다. 민철이 한발짝 물러섰다. 숨을 고른 준이 지수의 손을 잡았다. 지수의 손이 잘게 떨려왔다. 천천히, 창고의 문이 열렸다.

    “…”

     

    복도는 그 사이에 무언가가 드나들지 않은 듯 이전과 별 다를 바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준과 지수가 민철을 한번 돌아봤다. 민철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괜찮으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혹시나 큰 소리가 나 문제가 생길 새라, 조심스레 창고의 문을 닫은 준은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며 조심스레 2층으로 몸을 옮기려 했다.

     

    “야, 너 뭐해?

    “잠시만. 진짜 잠깐이면 돼.

     

    차마 큰 목소리로 말하지는 못하고 거의 속삭이다시피 준을 붙잡으려던 지수는 잠깐이면 된다는 말에 결국 잡는 것을 포기하고 아래층을 내려다봤다. 아직 무언가가 올라오는 발소리도, 누군가의 인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초조한 것은, 아직 가시지 않은 불안함과 충격 때문이었다. 준이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진해지는 혈향에 조금 전까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광경을 보았던 것이 떠올라 순간 머리가 아찔했지만 이내 정신을 부여잡고 몸을 조금 숙인 채 복도를 살폈다. 아까 전, 희승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잘못 본 것은 아니었는지 바닥에 널브러져 몸을 발작하듯 떨고 있는 세네명의 친구들과 자신들을 등진 채 정처없이 걸어 다니는 두 어명의 친구들을 제외한다면 모든 선생들과 학생들은 사라져 있었다. 정확히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핏자국이 선을 이루면서 중앙 계단과 반대쪽 계단을 향해 이어진 것을 보면 자신들의 행선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추측해볼 수 있었다. 다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른 탓에 이미 자신들 보다 먼저 복도를 장악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준이 다시 지수가 있는 층계 사이로 돌아왔다. 몸을 떠는 나머지 아이들이 희승이처럼 변해 자신들을 물기 전에, 이미 변해버린 친구들이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이 곳을 떠나야 했다.

     

    “뭐 있어?

    “…아니. 가자.

     

    두 사람이 천천히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교무실은 중앙 현관 오른쪽 복도에 위치해 있었다. 준과 지수의 현 위치에서 교무실을 가기 위해선 중앙현관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단을 내려온 두 사람이 복도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복도 너머, 질질 끌린 핏자국이 선명했다. 한 두 사람의 피가 아닌 여러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자국임은 멀리서 보고있는 두 사람 조차도 부정할 수 없었다. 계단을 내려온 선생들과 친구들이 대거 중앙현관 쪽으로 몰린 셈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유일하게 열린 문이 사실상 봉쇄된 셈이었다. 순간 아찔해지는 기분에 지수가 다시 한번 가쁜 숨을 내쉬다 이내 긴장된 어투로 조용히 말을 꺼냈다.

     

    “…가자.

     

    발걸음이 무거웠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커지면 들킬 확률이 높음을 알기에, 한 걸음 조차도 쉽게 떼기 어려웠다. 지수가 자신도 모르게 준의 옷깃을 꽉 잡았다. 손에 땀이 찼다. 빈 복도에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가 너무 커다랗게 울리는 것 같아서, 그것 때문에 자신도 친구들과 같은 존재가 될지 몰라서 두려웠다. 신발의 축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평소에는 자주 오가던 복도가 공포의 대상이 된 순간부터 오금이 저리고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

     

    교무실에 가까워지자 다시 한번 피냄새가 진하게 코 끝을 자극했다.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서 준이 교무실 문 앞에 섰다. 문득 뒤를 돌았을 때 보이는 광경은 피 웅덩이를 만들며 친구들과 선생들이 어딘가 한 군데씩 물어뜯긴 채 중앙 현관에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들 역시 잘못하면 저런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이 애써 못 본 척 교무실의 문고리를 돌렸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몇몇 친구들이 두 사람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교무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교무실 문을 닫고나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입구를 막는 것이었다. 혹시나 누가 들어올 새라, 의자를 밀어 교무실 문을 막아 놓은 준과 지수는 급히 각 선생들의 책상마다 놓여있는 전화기로 달려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112, 119 등 본인들이 아는 모든 번호를 눌러보는 두 사람의 손짓은 다급했다. 지금 아니면 구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서 일지도 몰랐다. 몇 번이고 전화기를 바꿔가며 번호를 눌러보았지만 수화기에서 들리는 번호는 일정한 음의 ‘삐 소리’가 전부였다. 지수가 절망적인 눈으로 다섯 번째로 집어 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왜 안되는거야?

    “…”

     

    준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이거…, 내선전화만 되는 거 같은데.

    “…뭐?

    “외부로는 전화를 못 걸게 막아둔 거 같아. 애초부터….

     

    말 끝을 잇지 못한 채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기에 쉽게 탓 할 수도, 무어라 할 수도 없었다. 다만 생존과 조금은 거리가 멀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 현실이었다. 지수가 끝끝내 주저앉았다. 아직, 열아홉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가혹했다.

     

     

     

     

    뼈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다섯 명 가량의 학생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 역시 어디 한군데가 먹힌 자국이 역력했으며 자신들이 지나온 길 뒤로 진한 핏자국을 내며 선을 긋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지독하게 귓가를 울리는 망자의 소리였다. 학생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층계 사이에 있던 창고의 문이 조금 열렸다. 눈만 빼꼼 내밀고서 주변을 살피던 민철은 이내 문을 열고 바깥으로 조심스레 나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두 사람에 민철은 걱정이 되면서도 불안해졌다. 혹시나 두 사람이 결국 ‘당해버려서’ 자신 혼자만 남은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철은 창고에 있는 내내, 자신이 혼자 있겠다 한 것을 괜히 말했다며 후회했다.

     

    “…그냥 같이 가자 할 때 따라갈걸.

     

    민철은 계단 위로 올라갔다. 차마 핏자국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용기는 없었기에, 자신은 3층으로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자신이 살아 돌아가면 자신의 프로젝트에 오늘의 일을 끼워 넣을 것이라고, 준과 지수의 인터뷰도 같이 수록해 신빙성을 높일 것이라 생각하며 최대한 조용히, 계단을 올랐다. 아주 잠시만 올라갔다 와서 두 사람과 조우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었다. 2층과 3층 층계 사이에 멈춰 서서 혹시나 무언가가 있을까 위를 기웃거리던 민철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문득 뒤를 돌아봤다. 이렇게 갇혀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러다 문득, 민철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군인?

     

    그것은 무장한 군인이었다. 순간 놀라 환호성을 지를 뻔한 민철은 입을 막고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두 사람이 연락에 성공한 듯 보였다.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에 조금은 미안해 지면서도 이제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민철은 다시 창고로 돌아가려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렸다.

     

    “…잠시만. 군인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이 경찰서나 소방서에 연락을 하면 했지 군부대에 연락을 할 일도, 애초에 번호를 아는지도 불투명했다. 민철의 머릿속이 어디론가 가는 것도 잊은 채 복잡해졌다. 대체 왜, 경찰 대신 군인이 온 것 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문득 민철의 등줄기에 싸한 소름이 훑고 지나갔다.

     

     

     

     

    “…저거 군인 아냐?

     

    문득 바깥을 향해 고개를 돌리던 지수가 뱉은 말이었다. 준이 급히 교무실에 나 있는 창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분명 군복을 입은 군인이 맞았다. 준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수 역시 평정심이 흔들린 듯 창문 쪽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야? 최민철이 연락했나?

    “걔 휴대폰 없잖아. 여기 말고 다른 교무실은 아예 안 쓰고.

    “그럼 저 군인들이 여긴 왜 온건데?

    “지금은 그런거 따지지 말자. 그거야 어찌되었건 상관없어. 일단 우리는 지금 살 수 있는 상황인거야!

     

    지수의 표정에 언제 절망이 깃들었냐는 듯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간절하다는 증거였다. 준이 유리창을 두드려봤다. 잠금 장치가 달려있지 않은 유리창은 애초부터 열리는 구조가 아니었다. 설사 창문을 깨는 등의 방법으로 연다 쳐도 바깥에 설치된 창살 때문에 빠져 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준이 고개를 돌려 의자로 막아 놓았던 문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무언가 던져서 유인하는게 안 통할 수도 있어.

    “뭐?

     

    대여섯명 가량의 선생들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빵 봉지를 던진 것은 통했을지 몰라도 삼십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유인책이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두 사람의 위치는 상당히 불리한 곳이었다. 양쪽 입구는 막힌 채 중앙 현관만이 뚫린 상황에서, 그대로 먹힌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단순한 사물이 아닌 무언가가 바깥의 선생들과 친구들을 대거 끌고가야 했다. 준이 아주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윤지수, 잘 들어. 저기 밖에 있는 선생님들이랑 애들, 내가 유인할게.

    “뭐?

    “내가 저기 바깥에 가서 소리치고 계단을 뛰어올라 갈 거야. 그러면 다 나를 따라 달려올 거 고. 그러면 그 사이에 너는 바깥으로 나가서 도와 달라 해.

    “야, 너 미쳤냐? 윤희승 꼴 나고 싶어? 윤희승도 지가 혼자 하겠다고 했다가 가장 먼저 먹혔어!

    “지금 그게 중요해? 그러면 네가 할래?

     

    지수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준에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니까 내가 뛴다고. 너보다 내가 더 달리기 잘 하니까 먹힐 일 없어.

    “…나도 달리기 잘해, 병신아.

     

    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문으로 다가가 의자를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민준.

    “응?

    “…그냥 뛰어라. 내가 바로 너 있다고 말할 테니까.

     

    준이 지수를 한번 바라보다 천천히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새 친구들이나 선생이 지나간 건지 바닥에 질척한 핏자국이 선명했다.

     

    “야!!!

     

    짧은 외침과 함께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지수가 조용히 고개를 빼내어 바깥을 바라봤다. 선생들과 친구들이 무서운 속도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까 전의 서성이던 속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럴 때 나서는 것만 잘하지.

     

    그제야 지수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이제 살았다는 안도, 그리고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이었다. 이를 악문 지수가 그대로 바깥을 향해 달려나갔다.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던 문은 너무 쉽게 열렸다. 바깥으로 나오자 안에서는 느낄 수 없던 따가운 햇살이 피부에 와 닿았다. 지수가 잠시 눈을 찡그렸다 다시 떴다. 눈 앞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도 되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군인들이 서있었다.

     

    “뭐야, 얘 누구야?

     

    총을 들고있던 한 군인의 말이었다.

     

    “도, 도와주세요. 아직 친구가, 친구가 못 빠져나왔어요. 아직 안에 사람이 있어요. 지금 저 돕는다고 혼자 막, 위로 올라갔는데…”

    “뭐라는거야?

    “일단 도와주세요. 아직 사람이 안에 있어요. 아저씨들 군인 이시잖아요. ?

     

    지수의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었다. 횡설수설하는 지수의 말에 잠시 미간을 구기던 군인 중 한명이 이내 무전이 온 건지 귀에 꽂고 있던 이어마이크에 손을 가져다 댔다.

     

    “…네. 별 상황은 아니고 약간의 돌발 상황 입니다…., 왠 학생이 아직 안에 생존자가 있다고…네. 네….알겠습니다.

     

    무전을 받은 군인이 또다른 군인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말을 전해들은 군인은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와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초조 해졌다. 혹여나 자신만 구출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이었다. 준은 여전히 선생들과 친구들을 유인하려 뛰어다니고 있을 상황이었다. 민철 역시 자신과 준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두 사람을 꺼내야 했다. 귓속말을 들은 군인이 지수를 일으켜 세웠다. 지수는 울음 때문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학생, 저기 저 버스 보이지? 저기 가서 조금 숨 돌리고 있어. 그러면 곧 전부 다 끝날거야.

    “…”

    “금방 끝나니까, 저기로 가봐.

     

    지수는 일단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울었던 탓에 걸음에 힘이 없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척거리던 탓에 순간 넘어질 뻔 했지만 이내 걸음을 다 잡고 군인이 가리켰던 버스를 향해 걸어갔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힘이 없었다. 빨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쉬고 싶었다. 문득, 지수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안에는 준만이 아닌 민철도 살아있는데, 자신은 준만 있다는 듯 말을 꺼냈다. 민철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지수가 다시 뒤를 돌았다.

     

    “아저씨. 저기,

     

     

     

     

     

     

     

     

     

     

     

     

     

    철컥

    -

     

     

     

     

     

     

     

     

     

     

     

    지수는 쓰러지는 그 찰나에 문득 생각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무엇을 잘못했기에 자신과 친구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평소대로 등교해서 친구들과 대화한 것 외에는 없었는데. 가슴이 아려왔다. 햇볕에 달궈진 여름날의 운동장 바닥은 너무나 뜨거웠다. 옆으로 힘없이 꺾인 고개에 문득 바닥을 적시는 피웅덩이가 보였다. 이것은 자신의 피였다. 숨이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그것 하나는 충분히 인지 가능했다.

     

    “어이, 얘 좀 치워봐!

    “뭐야, 생존잡니까?

    “그럼 뭐겠냐? 귀찮아지니까 빨리 치우고 안에 생존자 또 있다니까 걔도 처리하게.

    “….좀 불쌍하긴 하네요. 얘네가 뭘 안다고.

    “얌마, 어차피 우리 입장에서는 다 거기서 거기인 놈들이야. 더워 죽겠으니까 빨리 치우고 샘플들 회수해서 돌아가자. 그나저나, 이거 좀 효과가 있나봐? 얘가 나 보고 군인아저씨 라고 했다니까?

    “군인은 무슨. 진짜 군인이 들으면 욕합니다.

     

    점차 희미해지는 대화를 들으며 지수는 눈을 깜박였다. 문득 어딘가에서 총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정신이 점차 아득해져갔다. 살고 싶다. 그러나 지수는 이제 본능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살려…주세요.

     

    그것이 마지막 이었다. 차마 눈은 감지 못했다.

     

     

     

     

     

     

     

     

     

     

    “정리 다 끝났나?

    “네, 샘플이랑 전부 다 확보했고 내부에 남아 있다던 생존자 한 명도 사살했습니다.

     

    이미 반쯤 뜯어 먹힌 채 몸부림치던 학생들 중 하나를 마저 트럭에 밀어 넣고 입구를 잠근 남자가 대답했다. 운동장에 쓰러져 있던 지수는 이미 싸늘해 진지 오래 였다. 또다른 남자가 무언가를 업어 들고 나오더니 지수의 옆에 던져 놓다시피 내려놓았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역시나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는 준 이었다.

     

    “얘네, 이대로 두고 갑니까?

    “그럼 가지고 가게? 그냥 버려둬. 어차피 여기 시골이라 누가 오지도 않아.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얘네 부모가,

    “야, 얘네 부모가 셀까 아니면 보광제약이 더 셀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차에나 타. 정말로 생존자는 다 사살한 거 맞지?

    “네, 아까 저 꼬맹이가 말한게 한명 밖에 없었으니….

    “그럼 됐다. 실장님이 좋아하시겠네, 샘플 하나 도망가서 와보니까 이렇게 몇배로 샘플이 늘어났다고.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남자들은 이내 트럭과 버스 등에 몸을 실었다. 시동이 걸리고, 버스와 트럭들은 유유히 유선고등학교를 빠져나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엔진 소리가 사라지자 학교는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반쯤 부서진 정문으로 누군가가 넋이 빠진 얼굴을 한 채 걸어 나왔다. 민철이었다. 점차 햇볕이 가시고 슬슬 노을이 지려 하는 하늘을 등진 채 걸어 나오는 민철의 모습은 살았다는 기쁨보다 충격, 공포, 그리고 의문만이 남은 채 였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운동장을 걷던 민철은 준과 지수가 나란히 쓰러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어느 말도 꺼내지 못하다 자신이 한참을 내려다 봄에도 미동 하나 없는 두 사람에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민철은 그저 되물었다.

     

    “…왜?

     

    3층 복도를 돌아다니다 누군가가 뛰어 올라오는 소리에 몸을 숨겼던 민철은 보았다. 선생들과 친구들을 막으려 뛰어다니다 남자들과 마주쳤던 준을. 그리고 도와 달라는 말에 총구를 겨눈 것으로 답한 그 사람들을. 민철의 말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민철 역시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최소한의 실마리는 얻고 싶었다. 대체 왜,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이 이러한 일을 겪어야 했는지. 그러나 지금으로 써는 어디에 질문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민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눈도 못 감고 죽은 친구 두명의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감겨주는 것뿐이었다.

     

     민철은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거리가 있는 ‘도선리’까지, 미동 없는 두 사람을 업고서 꾸역꾸역 걸음을 옮겨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뉴스에는 ‘시골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집단으로 바이러스가 유행해 다수의 사람들이 중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나갔다. 그것은 아주 짧은 한 줄이었으며 그나마도 지역 뉴스에 두세번 언급되었을 뿐 아이들이 그토록 가고자 했던 서울에서는 단 한번 언급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알고 보니 원인은 식중독 이었다’는 꼬리가 붙은 채였다. 그해 겨울, 도선리 주민들은 서울로 향했다. 죽은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붙인 팻말을 들고 삐뚤어진 글씨로 ‘도선리의 아이들은 식중독으로 죽은 게 아닙니다’ 를 써넣고서 시위를 벌였다. 연말을 맞아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호기롭게 주민들을 바라보았다. 애초부터 도선리가 어딘지도,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자극적인 문구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위는 관심을 끄는 듯 싶었다. 그리고 새해를 맞기 하루 전 새벽, 주민들은 어디론가 끌려갔다. 아침이 되어 취재를 나온 방송국 리포터가 향했을 때 주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방송국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장난친 것으로 간주하고 취재를 중단했다. 그렇게 도선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한달 뒤, 도선리는 ‘보광제약’의 연구소 2호 건축을 이유로 재건축 구역에 선정, 마을 전체가 밀리게 된다.

     


     

    코코아의꿈의 꼬릿말입니다
    역시나 제가 예전에 썼던 글 등장인물 이름과 내용 일부를 수정한 글입니다.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에 썼던 '무진도 주민 몰살사건'과 일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물론 등장인물들은 '무진도'의 인물들과 일체 관련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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