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온화한 컨트롤러... 아니, 큰오빠와 작은오빠 사이에 오빠가 하나 더 있다.</div> <div>친오빠는 아니다.</div> <div>바로 오빠들의 아주 오래된 동네 친구인데, 큰오빠와는 학년이 같고, 작은오빠랑은 태어난 해가 같은 그러니까 빠른 생일을 가진 오빠다.</div> <div>이 복잡한 관계와 서열 때문에 자주 싸웠는데, 온화한 컨트롤러 답게 그들을 컨트롤 해서 지금은 그냥 돈내는 사람이 형이다.</div> <div> </div> <div>어릴때는 매일같이 우리 집에 와서 누워있고, 언젠가는 집에 있길래 가족여행도 같이 간... 그냥 식구같이 지냈다.</div> <div>둥글둥글 성격도 좋고 붙임살이나 넉살도 좋고, 무한도전에 나오는 '재환씨'를 닮은 외모를 가진 넉넋한 오빠였다.</div> <div> </div> <div>셋의 역사를 좀 설명해보자면, </div> <div>동네 유치원에서 만나고, 놀이터에서 몇번 만나다가 불붙은 사이라고 해야하나.</div> <div>놀이터에서 작은오빠가 자전거를 빌려주면서 (이 오빠는 아직도 니거 내거가 없어요ㅠㅠㅠ 망할놈아) 요구르트를 놓고</div> <div>놀이터 그네 밑에서 도원결의 비스무리를 한 끈끈한 우정 어쩌고라고 하는데...</div> <div>아무튼 친구오빠는 형제도 없고 해서 우리집에만 오면 친구도 있고 동생들도 있다며 기뻐했었다.</div> <div>이 오빠는 아기였던 막내를 너무 예뻐해서 항상 안고 다녔고, 기저귀도 갈아주곤 했단다.</div> <div> </div> <div>그렇게 셋은 20년이 훌쩍넘는 시간을 쓸데없는 농담과 욕설로 낄낄거리면서 보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div> <div>작은오빠가 맹장 터졌을 때도 옆에 있었던 사람은 그 친구였고, </div> <div>큰오빠가 처음 같이 자취를 했던 친구도 그 친구였다. </div> <div> </div> <div>셋이 만나면 별로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게임하고 술마시고 게임하고.</div> <div>쓸데없이 서로 비난하다가 게임하는 정도인데 셋은 굉장히 재미있게 놀았다고 말한다.</div> <div>큰오빠와 친구는 수능을 같이 봤는데, 우리 큰오빠는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재수가 없는 캐릭터라서 분명 같이 놀았는데,</div> <div>수능점수가 잘나왔고, 친구는 재수를 하게 됐다고 한다. (큰오빠는 재수가 없어서 공부를 별로 어려워하지 않았다)</div> <div>또, 빠른 생일인 친구와 작은오빠는 큰오빠가 대학에 가서 술을 마시는 걸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고.</div> <div>그럴 때마다 큰오빠는 "니들이 호프집에서 먹는 술맛을 알리가 없지. 꼬꼬마들 사이다나 마시렴." 하고 깐죽거렸다고 한다.</div> <div> </div> <div>셋중에 가장 연애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바로 작은 오빠였다.</div> <div>작은오빠는 고등학교때 여자친구를 처음 사겼는데 (큰오빠: ㅗㅗ) 큰오빠와 친구를 향해, </div> <div>"애송이들, 여자 손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라고 놀렸다고 한다.</div> <div>물론 몇달 가지 못해서 그 여성분께서 "나 공부해야해." 라고 작은오빠를 깠고,</div> <div>큰오빠는 한동안 안하던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활보했다 (큰오빠가 수능을 잘본 건 수능 앞두고 까인 작은오빠 덕이 크다)</div> <div> </div> <div>작은오빠의 기준으로 스무살이 되고, 셋은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아무데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div> <div>아침에 기차역에 가서 만석이 아닌 차를 골라서 타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서 하루종일 걷다가</div> <div>민박집에 들어가서 기절해서 자고, 시골 동네에서 밭일 도와주고 밥도 얻어먹으면서 성인으로써 첫여행을 즐겼다.</div> <div>지금도 셋은 시간나면 놀러다닐 궁리를 하곤 한다.</div> <div> </div> <div>올 여름, 무더위가 막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div> <div>세사람은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오래간만에 의기투합하여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다.</div> <div>갑작스럽게 짜인 여행 일정이었지만, 즉흥적인 이 남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짐을 챙겼다.</div> <div> </div> <div>나: 숙소는 잡았어?</div> <div>작은오빠: 노노.</div> <div>나: 성수기가 뭔지는 알지?</div> <div>큰오빠: (온화하게) 방 하나는 있겠지.</div> <div>막내: 있겠지.</div> <div>나: 입 좀 다물어봐. 미리 알아보고 가면 덧나? 태풍도 온다는데.</div> <div>큰오빠: 오겠지.</div> <div>작은오빠: 뭔 걱정이 그렇게 많아. 남자 셋이 여행가는데, 방 없으면 길바닥에서 자면 되지 뭐가 무서워.</div> <div>나: 미쳤네. 미쳤어.</div> <div>작은오빠: 그러니까 집이나 잘 봐. 꼬꼬마 둘이 싸우지 말고.</div> <div>막내: 난 안 싸워. 나나가 싸워서 그렇지.</div> <div> </div> <div>말이 안 통하는 구나 하고,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div> <div>그리고 그 다음날, 내가 잠에서 깰까봐 막내한테만 말하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두 오빠.</div> <div>앞길에 태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먹구름이 드리워져있는지도 모른채 두 사람은 신나게 떠나갔다.</div> <div> </div> <div>분량조절 실패. 다음 번에 연결해서 쓰겠습니다. </div>
셋이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 야, 수학 잘 봤냐.
큰오빠: 그냥 그래.
친구: 나 30점 받았어. ㅋㅋ
작은오빠: 이새끼 분발했네. 난 60점. 형은?
큰오빠: 나 95점... 인가. (온화하게) 뭐 매번 비슷해서 기억이 안나네.
친구: 아, 개새끼...  넌 진짜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