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아마 임신을 안 해보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div> <div> 임신을 하면 몸이 정말 자기 몸이 아니고 신생아처럼 잠 쏟아지고 몸 무거워지고 먹는 것도 많이 먹게 된다는 점은 </div> <div> 임산부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div> <div> </div> <div> 지금까지 살면서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하다 생각했고, </div> <div> 단지 낳기만 한다 해서 어머니나 아버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 지난 달 중순에야 하도 몸이 이상해 병원에 갔더니 임신 15주라 하더군요. </div> <div> 참 자기 몸에 대해 관심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는지 헛웃음과 함께 걱정부터 되더라고요. </div> <div> </div> <div> 28살 때 사고로 골반골절-치골결합과 뒷쪽의 천장관절 골절-로 7개월 넘게 입원했었는데 </div> <div> 퇴원 무렵 애 가지기도 힘들고 갖는다 하더라도 10개월 동안 누워 있어야 하고 제대로 낳기도 힘들다는 말을 들었더랬죠. </div> <div> </div> <div> 다섯 살 때부터 결혼 안 한다, 결혼은 하더라도 애는 절대 안 낳는다, </div> <div> 커서는 이미 나와 비슷한 유전자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이 땅에 내 유전자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한 번도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죠. </div> <div> </div> <div> 아이는 이미 15주이고 자꾸 대퇴신경이 당기면서 아프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임신 때문이더라고요. </div> <div> </div> <div> 무척이나 겁도 나고 내가 과연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div> <div> 임신 초기로 추정되는 시기에는 약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커피, 탄산음료, 초콜렛, 술까지 아이에게 나쁘다는 것은 다 했기에 더 걱정이 됐습니다. </div> <div> </div> <div> 노산인 데에다 초산이고 골반까지 문제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 달여가 흐른 지난 주부터 심각하게 애 아빠와 고민했습니다. </div> <div> 내가 너무 아파 움직이지도 못하고 겨우 일어나 화장실만 가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 되더라고요. </div> <div> 너무 아프니 내색하지 않더라도 내적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아가에게도 안 좋을 수밖에 없고 </div> <div> 과연 내 몸이 견딜 수 있을까 싶어 그게 더 걱정이었는데 다리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그 아픔과 골반 뒷쪽 천장관절이 다시 부서지는 듯한 통증은 정말 견디기 힘들더라고요.</div> <div> </div> <div> 어느 정도 아기가 크면 병원에 입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잘 키우려 했는데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더라고요. </div> <div> 아가들은 진통제-타이레놀이나 게보린 같은 약을 두알 정도만 먹어도 사산이 되거나 뇌발달이 안 된다는데</div> <div> 입원한다 하더라도 진통제는 맞을 수 없다는 사실을요[초기 때는 위험하지만 중기로 접어들면 타이레놀은 괜찮다고도 하는데...]. </div> <div> 더구나 입원 시 맞았던 진통제가 마약류 진통제라 더더욱 안 좋을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이었습니다. </div> <div> </div> <div> 아가는 이미 손가락 발가락까지 꼼지락거리고 있고, 얼굴까지 봤는데 내 몸이 견디지를 못해 도저히 낳을 수가 없을 듯했습니다. </div> <div> 사흘 동안 정말 집안 일도 하나 안 하고 화장실만 가고 너무 누워만 있어도 아프니 앉아 있다 누워 있다 하는 수밖에 없었더랬죠. </div> <div> </div> <div> 하다 못해 동네 길냥이나 옆집 개가 죽어도 가슴 아프고 왠지 미안하고 안타까운데 </div> <div> 질기게 엄마가 그 나쁜 것들 섭취했어도 생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하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니 차마 어찌할 수도 없이 시간만 보내다 너무 늦어도 안 될 듯해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div> <div> </div> <div> 병원도 산부인과에서는 정형외과를, 정형외과에서는 신경외과를, 신경외과에서는 산부인과를 가라고 서로 미루기 바쁘고</div> <div> 여성전문병원에 갔더니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자기네 병원은 수술 안 한다면서 방법이 없다는 말만 하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자기네는 수술 안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div> <div> </div> <div> 서로 떠넘기기 바쁘고 저런 말까지 들으니 도저히 어찌 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div> <div> 몸은 점점 아프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러다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수술을 하기로 하고 다음 날 병원 예약까지 했다가 그날 밤에서야 결심했네요. </div> <div> </div> <div> 며칠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했더니 몸도 많이 좋아지고 차마 아이를 보낼 수가 없어서 낳기로 결심하고 애 아빠와 그젯밤에 정말 많이 울었어요. </div> <div> </div> <div> 어제 원래 다니던 종합병원에 가서 상담을 해보니 데메롤이 차라리 다른 진통제보다 낫고, 그건 아이에게 영향이 없으니 정 못 견딜 때가 되면 그때 한 번씩 맞으라 하더라고요. 워낙 참는 일은 자신 있지만 내가 참는다 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아닐 테니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div> <div> </div> <div> 혹시라도 조산하게 될 경우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도 있어서 그것 역시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되기에 망설였던 부분도 있는데 </div> <div> 애기 아빠와 베프, 동생 등 주변 사람들이 알아봐줘서 국가에서 지원도 되고 태아보험 특약을 넣으면 된다고 해서 정말 무릎 꿇고 누구에게라도 절하고 싶었어요. </div> <div> </div> <div> 어제 병원을 다녀온 후부터 기분 좋게 가지고 아기에게 말도 많이 시키고 혼자 노래도 부르면서 되도록 좋은 생각만 하려 하고 있어요. </div> <div> 아이가 클수록 자궁이 커지고, 자궁이 커지는 만큼 골반이 벌어지면서 점점 통증도 심해지겠지만 아이가 자신의 의지로 잉태된 게 아니라 해서 마음대로 어찌할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div> <div> </div> <div> 이토록 강한 생의 의지를 가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내가 기분 좋게 가지고 잘 버티는 일밖에 없는 듯해요. </div> <div> 뱃속에서부터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가이고, 지금도 열심히 자라고 있으니 나도 같이 힘을 내야죠. </div> <div> 원하는 것, 해주고 싶은 것 다 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의 의지를 꺾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 하니까요. </div> <div> </div> <div> 앞으로 어찌될지 솔직히 많이 두렵기도 하지만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div> <div> 응원받는 그 마음 하나라도 소중히 간직해서 힘들고 아플 때마다 보고 기운차리고 정신차려서 잘 이겨낼게요. </div> <div> </div> <div> 아가 아빠가 일을 마치고 오면 이것저것 많이 해주기도 하고 어디 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 있으면 짧은 거리도 택시 타고 다니라 하고 신경도 많이 쓰고 해줘서 고맙고 마음도 좋으니 내가 더 잘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div> <div> </div> <div> 부디 아이가 스트레스로 인해 잘못되지만 않을 정도의 고통만 내게 오고, 아이에게는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을 수 있도록 내가 훌륭하게, 자기 최면이라도 걸어 덜 아프고 기분도 마음도 생각도 잘 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만이 내게 남아 있는 듯해요. </div> <div> </div> <div> 이렇게 글을 남겨놓으면 나중에라도 힘들어서 혹시라도 원망스러운 생각이 들면 이 글을 읽으며 자기반성과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되겠죠. </div> <div> 아직 먼 여정이 남아 있지만 되도록이면 조산하지 않고 만삭까지 아이를 잘 키우다 이 세상에 환하게 웃으며 나올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div> <div>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니 오히려 마음이 더 가뿐하고 몸도 오히려 좋아진 듯해서 더 좋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더불어 한 분이든 몇 분이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 미리 드리고 </div> <div> 생을 살아가면서 해주신 응원보다 헤아릴 수 없이 커다란 응원과 힘을 받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div> <div> (__)</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알수없다,의 꼬릿말입니다
사+람 = 삶
삶은 그저 사람이 생을 산다는 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과연 사람일까. 길 위에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