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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37193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3
    조회수 : 1617
    IP : 221.155.***.18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1/24 02:33:52
    원글작성시간 : 2017/01/21 23:25:41
    http://todayhumor.com/?humorbest_1371932 모바일
    [BGM] 괜찮아, 이젠 괜찮아




    1.jpg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2.jpg

    김충규울음의 힘

     

     

     

    새는 뼈가 순하여

    날개만 펼쳐도 쏜살같이 날아가지만

    때로는 세찬 바람 앞에 저항하기도 한다

    날개 관절이 뜨겁게 달구어져

    더 날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새는 꺽꺽 울음을 쏟아낸다

    혀를 입천장에 바짝 올려붙여

    울음의 울림을 제 몸에 심으며

    그 울음의 힘으로 십 리를 날아간다







    3.jpg

    마종기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4.jpg

    손택수외딴 산 등불 하나

     

     

     

    저 깊은 산속에 누가 혼자 들었나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불을 켜고 잠들지 못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눈을 뜨고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외눈으로

    하염없이 글썽이는 산

     

    그 옆에 가서 가만히 등불 하나를 내걸고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떠주고 싶다







    5.jpg

    한강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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