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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704304
    작성자 : 뿡분
    추천 : 19
    조회수 : 1744
    IP : 112.146.***.64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28 20:26:27
    원글작성시간 : 2013/06/27 16:42:55
    http://todayhumor.com/?humorbest_704304 모바일
    소설] 특명 : 냉장고를 유기하라 -上
    <div> </div> <div> </div> <div>上></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냉장고가 고장났어."</div> <div> </div> <div> 나는 멍하니 신음을 내뱉었다. 응당 내 뱃속은 물론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었어야 했을 생수는 뜨끈미지근했다. 생수를 담았던 입속은 설탕물을 머금은 것처럼 미적지근했다. 나는 침착을 유지하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의 전원 코드를 뽑았다가 꼽았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div> <div> </div> <div> "고장나버렸다고....어쩌지?"</div> <div> </div> <div> 요며칠, 밤이면 이상하게 잠이 잘온다 했다. 그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한다. 이놈의 수명이 슬슬 다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div> <div> 이 지경이 된데는 무관심이 첫째 잘못이요, 돈 아낀다며 중고 냄장고를 산 쓸데없는 절약정신이 둘째 잘못이었다. </div> <div> </div> <div> 나는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지 손톱이 앞니 사이에서 부서져나가고 있었다. 붉은 속살이 드러나 미간을 찡그리게 했지만 멈출수가 없었다. </div> <div> 다리를 떠는 정도로는 이 초조함을 반감 시킬수가 없었던 것이다. </div> <div> 몇번의 신호음이 지나고 태준이 전화를 받았다. </div> <div> </div> <div> [왜?]</div> <div> </div> <div> 용건만 말하라는 식이었다. 싸가지없는 놈, 하고 중얼대면서도 썩은 동앗줄을 잡는 심정으로 전화통에 매달린다.</div> <div> </div> <div> "냉장고가 안돌아가."</div> <div> [그래서, 어쩌.......!!]</div> <div> </div> <div> 놈이 화들짝 놀라는 것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div> <div> 심드렁하던 목소리는 다급하게 바뀌어 있었다. </div> <div> </div> <div> [그럼 냉동실도 고장났단 거냐?]</div> <div> "우리집에 있는 건 싸구려 중고 냉장고라고. 냉장하고 냉동 쪽이 분리될리가 있겠어?"</div> <div> ['그거' 확인했냐?]</div> <div> "냉동실은 열어볼 엄두도 안나."</div> <div> [녹으면 냄새날텐데. 2년이나 된건데....]</div> <div> </div> <div> 녀석이 읊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여전히 잠잠하기만 한 냉장고를 바라보았다. </div> <div> 이때 기적이라도 일어나 탈탈탈...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도했으나,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div> <div> </div> <div> [제길, 어쩌다가...네놈의 가난한 자취방에 맡기는게 아니었는데!!]</div> <div> "그래서 말인데 아이스박스 하나 얻어다가 너희집으로 옮기는게 어떨까?"  </div> <div> ['그걸'들고 어떻게 오려고? 버스를 탈거냐, 택시를 탈거냐??] </div> <div> "낚시 조끼를 하나 얻어가지고 낚시 갔다오는 길이라고 연기하는 거야."</div> <div> [터미널 부근도 아니고 도심 한복판에서? 나 의심스런 놈이에요, 광고를 해라 아주.]</div> <div> </div> <div> "그럼 어쩌라고." </div> <div> </div> <div>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핸드폰을 고쳐 잡으면서 비장한 목소리로 마지막 패를 꺼냈다.</div> <div> </div> <div> "수산시장에 가서 생선 대가리를 떨이로 좀 얻은 다음에, 냄새를 없애고 택시를 타는 거야. 택시기사는 생선 썩은내가 난다고만 생각하겠지. 어때?"</div> <div> </div> <div> [그만 좀 얻어! 거지새끼도 아니고, 원.]</div> <div> </div> <div>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부자인 줄 아냐."</div> <div> </div> <div> 빈정이 상해서 이죽거리고 말았다.</div> <div> 그때 전화 너머로 "태준씨, 이리 와봐요"하고 녀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div> <div>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잘나가는 기업에 입사하기로 보장받은 녀석은 한창 근무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div> <div> </div> <div> "언제 퇴근하냐?"</div> <div> </div> <div> [퇴근하고 바로 그쪽으로 간다. 그때까지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얼음이라도 구해서 채워놔.]</div> <div> </div> <div> 그렇게 말하고도 못미더웠는지, 태준이 다시 경고했다. </div> <div> </div> <div> [쓸데없는 짓 하지마!]</div> <div> </div> <div> 그 말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너덜너덜해진 오른쪽 손톱을 입에서 빼고 천천히 일어났다.</div> <div> 우선 창문을 꼭꼭 닫았다. 분명히 냄새가 고약할테지만 이웃의 소문내기 좋아하는 아주머니가 눈치챘다간 골치아파지니까. </div> <div> 집 구석구석을 뒤져서 신문지를 찾아 냉장고 앞에 펼쳐놓았다. 내 나름의 대비였다. 고작 그걸 움직인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div> <div> 긴장감 때문에 땀이 두배는 더 흘렀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쓱 닦았다. 더위를 참지 못하고 선풍기를 끌어다가 작동시켰다.</div> <div> 그러나 뜨거운 바람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div> <div> </div> <div> 냉동실 문에 손을 댔다. 평소 틈새로 느껴졌던 냉기는 확실히 느껴지지 않았다.</div> <div> 내 불길한 예측대로 냉동실마저 고장난게 확실했다.</div> <div> 침을 꿀꺽 삼켰다. </div> <div> 침이 목울대를 지나는 순간 냉동실을 한번에 팍 열어젖혔다. </div> <div> 그리곤, </div> <div> </div> <div> 탁!</div> <div> </div> <div> 곧바로 닫아버렸다.</div> <div> </div> <div> "헉.....헉....."</div> <div> </div> <div> 이마에 맺힌 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div> <div> </div> <div> 태준의 불길한 예측역시 맞아들었다. </div> <div> 녹아 있었다.</div> <div> 2년동안 잠잠하게 내 자취방의 냉동실에 잠들어 있었던 놈의 머리가,</div> <div> 흉측하게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div> <div> </div> <div> 나는 치미는 토기를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통을 붙잡고 머리를 박았다.</div> <div> </div> <div> "우욱!"</div> <div> </div> <div> 위 속에서 찰랑거리고 있던 미적지근한 생수가 역류해 변기를 온통 적셨다. </div> <div> 2년간 잘도 먹고 마셨는데. 새삼 그동안 먹었던 것들이 놈의 머리가 들어있는 냉장고 속에서 꺼낸 것들이란 자각이 들었다.</div> <div> 그게 역겨워서 다시 머리를 박고 구역질을 했다.</div> <div> </div> <div> 역겨울망정 </div> <div> 죄책감은 없다. </div> <div> </div> <div> 최민섭은 악인이었으니까.</div> <div> </div> <div> 그런 놈 때문에 우리가 감옥에 갈 이유는 없었다. 우리의 행동은 분명, 정당방위였으니까.</div> <div> 하지만 경찰이 믿어줄지는 의문이었다. </div> <div> </div> <div> 나는 물이끼가 가득한 화장실 타일에 털썩 누워버렸다. </div> <div>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으나 일어날 기력이 없었다. </div> <div> </div> <div> 그러다 태준의 말이 떠오른다. </div> <div> </div> <div> "얼음....얼음을 어디서 팔더라?"</div> <div> </div> <div> 나는 언제 힘없이 누워있었냐는 듯 발딱 일어나서 옷을 주워입었다. </div> <div> 그리고 사야할 목록에 방향제를 올렸다. 심적인 영향인지 냉동실에서 흘러나온 냄새로 온 집안이 고약한 냄새로 가득한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 나는 비틀거리는 걸음을 똑바로 걸으려고 노력하면서 편의점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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