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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697110
    작성자 : 뿡분
    추천 : 13
    조회수 : 1225
    IP : 112.146.***.64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6/17 15:06:32
    원글작성시간 : 2013/06/15 21: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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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청춘의 벽이 무너졌도다 11
    3.jpg
     
     
     
     
     
     
    [11화]


    “받아요, 괜찮으니까.”

    그녀가 망설이는 나 대신에 결정을 내려주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낯익은 음성이 귀를 적셨다. 나는 “응”하고 대답하며, 맞은편 자리를 쳐다봤다. 사장 아내는 일어나 거실의 tv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리모컨을 집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내의 질문에 대꾸할 답을 궁리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간 거야?’
    “어디긴, 회사지.”
    ‘이렇게 일찍?’
    “어제 중요한 걸 잊고 와서. 좀 일찍 출근해서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 당신은 왜 벌써 일어났어? 더 자지 않고.”
    ‘쌩하니 나가버리는데 잠이 오겠어. 다 깨버렸지.’
    “미안. 조용히 나간다고 한건데.”
    ‘오늘은 일찍 들어와.’
    “응.”

    요란하게 광고를 쏟아내는 tv 앞에 앉은 장모님이 이쪽으로 얼굴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아내의 전화라는 걸 눈치챘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의식하며 서둘러 통화를 마쳤다. 내가 엉거주춤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가자, 그녀가 무릎에 내려놓았던 리모컨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날씨를 본다는 게 내 정신 좀 봐. 미안하지만 잠깐 확인할께요.”

    날씨 화면을 찾아 채널을 돌리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아침부터 화장을 곱게 한 여자 아나운서가 다소 딱딱한 말투로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곧이어 화면에 비춰지는 풍경은 몹시 낯이 익었다. 우리가 사는 동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집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한 모텔의 전경이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모텔 암매장 사건. 시신 한구가 더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현재 경찰에선 신원을 조회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쎄요, 며칠이 지나도록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제보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선이 허공에 부딪친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본 것보다 업그레이드된 몽타주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십대 중반쯤 돼보이는 젊은 여성의 얼굴이 화면의 반 이상을 채우며, 그 아래로는 굵은 폰트로 관계 기관의 이름과 연락처가 큼직하게 지나갔다.

    “경찰에서 하도 들쑤셔놓는 바람에 노이로제 걸리기 직전이야. 우리를 의심하는 거지. 우린 모르는 일인데도.”

    “경찰에선 뭐라고 합니까? 그, 사장님 말씀으론 자살이 아니냐는 말이 돈다던데.”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죽은 사람만 알겠지. 중요한건 누가 묻었느냐가 아니겠어? 무슨 사연인지는 거기서부터 추적해 나가겠지. 어떻게 우리 몰래 감쪽같이 벽에 시체를 숨길 수가 있었을까? 그것 때문에 내부인 소행이 아니겠냐고 여기저기서 난리야. 가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쓰기는 했지만 데스크를 우리가 거의 지켰으니까 우리를 의심하는 거야. 뭐, 어제 형사가 장기 투숙객 명단을 가져갔으니까 곧 조사 결과를 알려주겠지.”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벌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 이만 출근 때문에 일어나야 될 것 같습니다. 아침식사 감사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별다른 작별인사같은 건 기대하지 않았다. 나를 싫어하는게 빤히 보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현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종종 찾아오고 그래요.”

    서은이랑 아기랑 같이.
    생략된 말조차도 들리는 듯했다. 나는 한번 더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와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이미 하늘은 환하게 밝아있었지만 공기는 서늘했다. 여름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기온이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면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열기가 떠다닐 테지. 부부의 아담한 집의 지붕이 멀리서도 보였다. 이 동네의 중심에 서있는 모텔 주인이 사는 집. 저곳에서 수많은 비밀이 시작됐고, 또 숨겨졌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저곳이 잔혹동화에 나오는 오두막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객관적인 공포인가, 마음에서 비롯된 공포인가. 나는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리곤 소슬한 팔뚝을 손바닥으로 문질르며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출근한답시고 핑계대고 나온 사람이, 30분이나 지각하고 말았다. 나는 상사의 질책이 쏟아지는 동안에 고개를 숙이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비난조의 말조차 무덤덤하게 느껴졌다. 벌써 며칠, 아니 몇주째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남이보기에도 표시가 났는지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차려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손톱으로 책상을 토독토독 두드리고 있었다.

    “사회 분위기도 뒤숭숭한데, 최준씨까지 왜 그래요? 자꾸 그러면 사무실 분위기 안 좋아요. 사람이 실수하는 것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지.”

    입사 선배인 박민수가 나를 부드럽게 타일렀다. 짠돌이인 그가 점심까지 사주겠다고 나선 걸 보면 분위기가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이다. 나는 입안의 음식을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물로 갈증을 달랬다.

    “집에 일이라도 있는 거야?”
    “요 며칠 애기가 좀 아파서요.”
    “그래? 큰 병이라도 있는 거 아냐, 거…….병원은 다녀왔고?”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곤 대화 주제를 슬며시 바꾸었다. 애 핑계를 대다니, 참으로 비겁한 짓이었지만 이만큼 잘 먹혀들어가는 변명거리도 없었다. 아내가 알게된다면 펄쩍 뛸 테지만. 아내 생각을 하니, 잠시나마 잊었던 고민들이 떠올랐다.

    “대리님, 기사 보셨어요? 신원 밝혀졌대요.”
    “그 벽에서 나온 여자 말이야?”
    “네. 인근 모 여자대학 출신인데, 마침 근처 사는 택시기사가 자주 태워줬나 보더라구요. 제보한 내용으로 학교에 연락해서 추적했더니 결국 신원이 나왔대요.”

    김 대리의 눈이 내 쪽으로 옮겨온다.

    “봤지? 세상 뒤숭숭한 거. 다들 알아서 몸 사려요. 우리 회사도 살벌하긴 마찬가지니까.”

    다수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시선만큼은 나한테 고정돼 있었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건 바보가 아닌 바에야 알 수 있었다. 나는 내려놓았던 숟가락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그릇과 그릇을 옮겨 다녔다. 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우걱우걱 게걸스레 씹어 삼킨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언젠가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던 탓이다. 아내는 그 말을 하면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아침을 챙겨 먹여 보냈다. 나는 어땠는가. 심드렁하게 ‘먹으려고 사나, 살려고 먹지’ 하는 따위의 태평한 말로 응수했던 것 같다.

    대화를 떠올리니 새삼스레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살아남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이토록 각양각색인데. 천가지 만가지, 몇억가지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지? 내가 누군지, 아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내가 살인사건에 휘말려서 집안이 풍비박산 날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건 다른 의미 없이, 그저 살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인가? 아니면 난 식탐이 강한 머저리인건가?
    급하게 먹은 음식들이 위벽을 자극했다. 명치 바로 아fork 바짝 조이며 욱씬 거렸다.

    "최준씨, 얼굴 좀 펴요. 내가 다 체하겠네.”

    나는 “아, 네……”하고 답했다.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박민수의 시선이 식당 안을 떠돌았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 있는 것 같았다. 참가자로서 출발선에 서서 시작 신호를 기다리고, 마침내 신호탄이 터지자마자 전력질주하기 시작한다. 아내와 나란히 달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오로지 살기 위해서. 목표는 그것뿐인 양.

    “쯧. 불쌍하기도 하지. 얼굴도 예쁘고, 스물 몇 살이라면서? 아깝다, 아까워. 자살을 하다니.”
    “자살이요?”

    옆 테이블의 소리가 이쪽까지 들렸다. 저들은 물론 이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모텔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모든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었지만, 저마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들을 보면서 짐작할 수 있었다.

    “암이 온몸에 전이됐대. 그래서 자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던데.”
    “누가 그래요? 카더라 통신 아니에요? 기사를 몇 개나 찾아봤는데 그런 말 못 봤는데. 그리고 자살을 할 거면 했지, 자기 혼자 어떻게 벽에 들어가요? 차라리 운 나쁘게 살해당했단 쪽이 더 가능성 있지 않아요? 확률적으루.”
    “지금 내 앞에서 확률을 논하는 거야? 나, 이과 출신이야. 지연씨 문과라며.”
    “학부 전공은 그쪽이랑 전혀 상관없으시면서.”

    식당 안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던 김 대리가 테이블을 짚으면서 일어섰다.

    “식사 다 끝냈으면 슬슬 일어나자고.”

    그를 선두로 우르르 몰려나간다. 나도 일어나서 그들을 따라갔다. 밖으로 나오니 아침에 예상했듯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보도블록은 금세 달라 올라,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는 듯했다. 다들 긴 휴식시간이 즐거운 건지, 포만감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 건지, 즐거운 표정이었다. 나만 우중충한 얼굴로 좀비처럼 그들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식사 후에 찾아온 포만감은 행복은커녕 역한 구역감만 가져다주었다.

    퇴근시간이 오자, 오전에 호되게 한마디 했었던 상사가 나를 불러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주말 동안 푹 쉬어. 쉬고 월요일에 보자고. 괜히 술 먹으러 돌아다니지 말고 집으로 곧장 가라고. 가봐.”

    그가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이만 나가보라고 허락하자마자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여러개의 시선이 내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한다. 나는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소지품을 챙겨들고 도망치듯 뛰어나와버렸다.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발걸음은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의외였다. 하긴, 나한테 돌아갈 곳은 집 밖에 없었으니까.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을 나의 집.

    드르르륵.
    그때 주머니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낯선 번호였지만 중요한 전화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일세.’

    모텔 사장이었다. 장인어른이란 말은 당최 입에 붙질 않았다.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의문보다도 전화 이유가 더 궁금했다.

    “무슨 일이라도……?”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서 전화했네.’
    “이상한 얘기라뇨?”
    ‘그 시체 말일세. 새로운 기사를 봤는가?’
    “아. 신원이 밝혀졌다고 하더군요.”
    ‘……역시 아직 못 봤나보군.’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내가 기사를 못봤으리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고쳐 잡으면서 지하도 계단을 내려갔다. 곧 퇴근 인파가 쏟아져 들어올 테니 서둘러야 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실은 아침에 댁에 찾아갔었는데, 일찍 나가셨다더군요. 볼일이 있어서 지방에 내려가셨던 거 아닙니까?”
    ‘그랬지. 병원에서 확인하고 나오려는데 안사람이 전화를 했더군. 여자 시체의 신원이 밝혀졌다면서 알려주는데……눈앞이 다 아찔하더군. 자네를 만나 얘기해줘야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그래서 서둘러 올라오는 길에 우선 전화를 한 거라네.’
    “혹시 그 여자……랑 아는 분이던가요?”
    ‘그 이름이 말이야.’

    말을 질질 끄는 타입으로는 안보였는데, 그는 이상하게 뜸을 들였다.

    ‘한혜연이라더군.’
    “…………병원에서 확인하신 이름말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자기를 한혜연이라고 하는 거.”

    나는 못 알아들은 척 딴청을 피웠다.
    못 들은 걸로 하고 싶었다.

    ‘그래. 서은이가 자기 이름이 한혜연이라고 주장했지. 병원에서 담당의를 만나 이야기 하는 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 그리고……우리 모텔에서 발견된 여자의 이름 역시, 한혜연이라더군.’

    한혜연.
    아내의 이름이었다.
    아니, 내가 이제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다짐했던, 아내가 가진 또 다른 인격의 이름이었다.

    머리가 핑그르르 돈다. 그건 사장도 마찬가지인지, 우리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나는 지하도를 내려가다가 말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혈색 없는 얼굴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응시하며 마른 입술에 담배 필터를 가져갔다. 길거리에서 피우는 담배가 얼마나 눈총을 받는지 뻔히 알면서도 제어하지 못했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마음이 좀 진정되는 듯싶었지만, 곧이어 불현 듯 떠오른 가설 하나가 속을 도로 들쑤셔놓기 시작했다.

    “아직 계십니까?”
    ‘그래. 듣고 있어.’

    나는 담배 물린 입가를 긁어댔다.

    “전에 그 말……기억하십니까? 어떤 사람이 갑자기 딴사람처럼 행동할 때, 자기 신념에 맞춰 각기 다르게 분석한다던 말 말입니다.”
    ‘분열증에 관한 말 말인가? 기억하네만.’

    “허언증, 정신분열증, 다중인격…………혹은, 빙의……라고 하셨죠.”

    ‘………….’

    “저는 제 와이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병으로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말은 지금.’

    “어쩌다가 한두가지가 겹치면 우연일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거듭될수록 우연이란 말로 포장하기 버거워지죠. 시체가 모텔 벽에 묻혀 있던 것부터 시작해서 그 후에 일어난 모든 일이……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우연일 수가 없습니다.”

    벅벅벅…….
    피가 나도록 몸을 긁으며 광기어린 눈으로 날 쳐다봤던 아내.

    -그년이 돌아오고 있는 거야. 내가 어떻게 얻은 몸인데 포기할까봐……!!!

    석연찮던 부분들이 하나씩 실마리를 드러낸다.
    깊은 어둠에 숨어있던 것이 형체를 드러낼수록, 딱 그만큼씩 내 몸이 점점 어둠에 잠식당하는 듯했다. 심장이 춤을 춘다. 호흡은 짧게 흩어진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미끌 거리고, 이마를 덮고 있는 머리카락 역시 축축하게 젖어 힘없이 늘어진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저기서 오는 게 보였다. 나는 뛰어들 듯 대로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손을 흔들었다. 나를 지나쳐갔던 택시가 몇 미터 앞에서 멈추어 섰다. 나는 달려가서 택시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택시기사가 룸미러로 나를 힐끔 본다. 땀에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앞으로 향하는 순간, 나는 긴장으로 인해 꽉 막힌 목구멍을 열어서 소리를 내었다.

    “oo동으로 가주세요.”








    아내는 베란다에 서있다가 들어오는 나를 보고 얼굴만 내밀며, “일찍왔네?”하고 반갑게 미소 지었다. 나는 신발도 벗지 않고 그대로 서선 아내가 빨래를 걷어 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요 며칠 장인어른을 만나 뵈었어.”
    “언제?”

    몇 시간 밖의 거리에 있을 친정집을 떠올리고 있을 아내의 표정이 멍했다. 지금 이 사람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싶은 거다. 회사 빼먹고 우리집엔 왜 갔다 왔어? 하고 묻는 듯하다.

    “오늘 아침엔 장모님도 보고 왔어. 아침을 차려주시더라.”
    “무슨 소리야. 할 일 있다고 새벽바람부터 출근한 사람이.”
    “혜연아.”
    “왜.”

    내 나직한 부름에 아내가 다가앉으며 대답했다. 빨래 앞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개키기 시작하는 등을 쳐다보며, 나는 아내를 다시 불렀다.

    “서은아.”
    “………….”
    “김서은.”
    “뭐야? 왜 그런 이름으로 불러? 김서은이 누군데.”

    아니다. 이런 반응이 아니어야 한다.
    아내가 정말 아픈 거라면 다른 대답을 해줬어야 된다.

    아내는 분명히 학생증 사진을 보면서 김서은이란 이름을 본 적 있다. “김서은?”하고 입밖으로 소리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처음 듣는 이름인 양 나를 본다. 저 눈빛은 순수한 걸까, 순수한 척 하는 연기하는 걸까. 후자쪽이 맞을 테지만 아내한테선 거짓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또 다른 충격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나를 속였을까. 나는 또 얼마나 속아 넘어갔던 걸까.

    “아……저번에 그 애구나?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하고 뒤늦게 말했지만 이미 내 안색을 살피는 걸 확인한 뒤였다. 내 반응을 보고 적당히 장단에 맞춰주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했다.

    “당신, 아픈 게 아니야. 그렇지? 당신은 한혜연이야. 김서은이 아니라.”
    “그럼 내가 한혜연이지 누구야. 당신, 왜 그래? 무섭잖아. 그러지마.”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손에는 개키다 만 빨래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켜켜이 포갠 빨래들은 햇살을 받아 뽀얗게 색을 발하고 있었다. 반나절만에 젖은 빨래가 말라버릴 정도로 볕이 좋은 날이었다. 바람까지 선선하게 불어서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인. 방문 너머에는 사랑의 결실인 우리 아기가 낮잠에 푹 빠져 있었다. 방안 가득할 아기 분냄새와 우유 냄새가 저절로 상상되었다. 아내는 아기가 낮잠 자는 동안에 코메디 프로를 보면서 미뤘던 집안일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릇들은 깨끗하게 씻어져서 포개져 있었고, 바닥은 머리카락 하나 없이 깨끗했다. 소파에 기대고 있는 아내의 등이 보기좋게 휘어져 있었다. 하얀 목덜미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몇 올은 어딘가 나른해보였다. 몇 년동안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너무나 익숙한 내 부인의 모습이었다.

    “이거 하나만 말해줘. 언제부터였어? 그 몸에 들어온 게. 내가 사랑한 사람이 당신이 맞는 거야? 아님, 얼간이처럼 내 부인의 몸을 가로챈 귀신한테 넋이 빠져있었던 거야? 그런 날 보면서 웃었던 거야?”

    기어코 핵심을 찌르고 말았다. 아내의 표정이 사납게 굳어졌다. 앙 다물린 입매에서 냉기가 뚝뚝 흘러내렸다.

    “당신이 사랑한 건 처음부터 나였어. 누구도 아닌, 한혜연, 나.”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언제부터야?”
    “언제부터라니.”
    “언제부터 그 몸에 들어가 있었던 거야. 이제 그만 진실을 말해줘.”
    “당신 기억 못하는 척 하는 것도 지겹다, 정말.”

    툭.
    아내는 신경질 적으로 빨래를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리를 피하려는 것 같아서 얼른 팔을 붙잡았다.

    “내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
    “글쎄. 그것도 부작용일수도…….”
    "어디가.”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고 그 모텔에 기웃대지 말라고 했던 거야. 하지만 당신은 기어코 일을 벌이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지. 생각해보면, 당신은 늘 그렇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날뛰었어. 그래서 그날도…….”
    “그날?”
    “당신이 날 따라서 죽으려고 했던 날.”
    “내가……죽으려고 했다고?”

    모텔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너는 김서은이 아닌데.

    “내가 아픈 걸 알고, 당신은 약을 먹었어. 자살시도를 한 거지. 어느 초라한 모텔 방에 쓰러져 있었어. 모텔 부부의 도움을 받아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그 뒤로도 또 한 번.”

    그녀는 완전히 힘이 풀려서 느슨해진 내 손에서 팔을 빼냈다.

    “다신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여자 참 매정하구나……하고 질리게 만들어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한 당신을 모른척 하기 힘들었어. 그래서 병원에 갔고, 거기서 서은이를 봤어. 놀랍게도 당신 병실에 앉아 있더군. 몇 년 만에 보는 거였어. 내가 대학에 진학하고, 서은이는 가출을 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었으니까.”

    “아는 사이였어?”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만나게 된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을 통해서 어떤 단체를 알게 됐는데, 거기서 서은이를 만났어. 그땐 나도 어렸지만, 서은이는 더 어렸지.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지만 우리처럼 어린 애들은 몇 명 없는데다, 또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어. 같은 남자를 좋아했거든. 우린 금세 자매처럼 잘 어울려 다녔지. 아무튼……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 오랜만에 만나는 거였는데도. 서은이가 먼저 아는 척했지만 나도 금방 알아보겠더라고. 어릴 때 얼굴 그대로였으니까.”

    모텔에서 봤었던 그 사진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단체 사진 속의 아내의 모습. 그 옆에 몇 살 연상의 소녀가 서있었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그 소녀를 ‘혜연아’하고 불렀었다.

    “서은이가 그랬어. ‘언니, 아프다면서요’. ‘얼마나 아파요?’ 하고. 보나마나 당신한테서 들은 거겠지. 그 애는 덤덤하니 날 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잠잠한 눈길 속에서 숨은 광기를 발견했어. 몇 개월 남지 않았을 내 시한부 인생을 그 애한테 말해주기 껄끄러웠어. 그 애는 기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당신, 알겠어? 걘 정상이 아니었단 말이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정신 나간 사이비 종교에 아직도 목을 매고 있더라고. 그래서 이해했지, 이애는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그 정신나간 작자랑 계속 만나고 있단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텔 사장이 말했던 ‘놈팡이 같은 놈’, 딸을 방탕의 길로 이끈 남자친구.

    “먼저 제안한 건 서은이야.”
    “제안?”
    “그래. 자기는 자살할거라고 했어. 더 이상 삶에 아무 미련도, 집착도, 사랑할 만한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이제 고작 스무살이 된 여자애치고 참 오만한 말이었지.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진짜 인생을 맛보기나 했을까. 내 눈에 서린 질투를 읽었을까, 그 애가 다가오더니 달콤하게 속삭였어.”

    앞으로 나올 말을 기다리며 나는 미간을 구겼다.
    아내는 무표정했다. 아무 표정도 없이, 지극히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언니, 내 몸을 가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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