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일생을 유심히 쳐다보면,
그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어머니도, 아내도, 자식도, 가족도 심지어 조국도 없었다.
그는 철두철미하게 고독했고, 한명의 친구도 없었다.
밑줄을 한번 그어 본다... 한.명.의.친.구.도.없.었.다.
나는, 다뎀벼는, "한명의 친구도 없다"와, "한명의 친구가 있다의 차이"
그것은 무한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무한의 차이.
갑자기 느닷없이 다뎀벼는 왜 쇼펜하우어를 얘기할까.
뜬금없이 저 머나먼 이국땅의 염세주의자를 얘기하는 이유?
오늘 약간은 짬이 나서 책을 하나 잡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손에 잡힌 쇼펜하우어의 한권 책이
나의 마음에 연민의 정을 생기게 했다.
"염세철학 입문"에 적어놓은 쇼펜하우어의 가관스런 글.
"키가 작고 어깨가 좁고 엉덩이가 넓고 다리가 짧은
이 여자라는 족속을 아름다운 성(性)이라고 일컫는 것은
성욕으로 말미암아 지성이 흐려지는 남자에게만 적용된다.
왜냐하면 여성의 아름다움은 모두 이러한 성욕 충동으로
감싸여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분에 대한 다뎀벼의 비난은 이 위대한 철학자에게
약간은 억울한 노릇이겠지만,
어머니와 평생을 敵으로 산 이 사람의 삶을 그의 글과 오버랩했을때,
마음 한 구석에 짜안하게 스며오는 연민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쇼펜하우어의 여자에 대한 비하성 발언..
만약 어록으로 만들면 한질의 책으로 만들 정도로 많다고 하는데,
만약 현세에 살았다면,
작금의 여성단체들의 최대적은 쇼펜하우어가 아니었을까.
결혼을 하지 않고, 개 한마리와 평생을 산 그에게,
남녀의 사랑은 하찮고
동물적 요소로만 가득찬 그것으로 보였는지도 모르는 일..
"일반적으로 여자는 어떠한 예술에 대해서도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게다가 그들은 어떤 천재성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위의 글은 루소가 달랑베르에게 보낸 편지의 한구절을
쇼펜하우어가 인용한 것이다.
아무리 읽어 보아도 여성들로서는 듣기 싫은 말..
다뎀벼가 나름대로 존경하는 루소의 말이긴 하지만 앞뒤의 정황은,
특정인에 대한 이야기임을 교묘하게 빠트린 쇼펜하우어의 영악성과 맞물린다.
어머니를 철저하게 부정한 쇼펜하우어.
뛰어난 작가였던 어머니를 철저하게 부정한 불쌍한 쇼펜하우어.
그의 지성은 아무래도 어머니의 그것을 물려받은것이 확실한데,
어찌 그리 어머니를 무시하고 여자들을 비하시킬수 있을까.
"어머니는 오직 나를 통해서만 후세에 알려질 것이다"
이 밥맛없는 한마디 외침만으로도,
쇼펜하우어는 다뎀벼에게 불쌍한 사람 1호로 꼽히었다.
염세주의자가 될수 밖에 없었던 쇼펜하우어.
사랑과 세상을 저주한 쇼펜하우어.
우울, 냉소, 의심... 이 모든 단어는 그를 위해 존해하며,
공포, 불길한 망상, 소음에 대한 극단적인 저주... 그를 표현하는 말이다.
담배파이프를 상자에 넣고 자물쇠로 잠가두었으며,
이발사에게는 목 둘레의 면도를 허락하지 않았다. 징그러운 사람.
오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글 한줄로 옮겨 쓰며,
쇼펜하우어의 일생은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너는 참을성이 없고 귀찮아하기 때문에 너와 함께 산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너의 좋은 성질은 자만심 때문에
모두 가려져 버렸고, 너는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
쇼펜하우어를 낳은 여자.
그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여자의 말 한마디.
자식에게 철저히 미움을 안긴 이 여자, 쇼펜하우어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로 부터 떨어지는 일종의 질시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평생 보지 않으며 산 나름대로 위대한 이 철학자.
아더 쇼펜하우어.
......
......
어제 저녁식사를 하고난 후 후식을 내어오셨다. 어머니가....
포도를 씻어오면서 꼭지 부분이 달다며 손수 그 부분만을 떼어주신다.
내 앞에 있는 포도를 마구 집어 먹는 당신의 손주녀석을 야단치신다.
그 녀석들도 당신의 혈육이건만,
당신에게 자리잡은 선착의 妙는 항상 이 아들인 모양이다.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어머님이 존재하지 않는 나의 일생은.
몇푼어치 포도를 가져오면서 또 한번 아들 눈자위를 붉히게 만드시는 어머니.
오늘,,, 나, 비록 비교 곤란한 인생을 얘기하나..
쇼펜하우어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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