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이 쓴 시를 대부분 외우고 있었는데 길을 걷거나
차를 마실 때 시를 하나씩 외워 보이면서 묻곤 했다.
듣는 사람의 의견에 따라 고치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시가 아주 익숙한 것으로,
심지어는 듣는 사람이 자신이 쓴 구절로 착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시에 대한 완벽한 비평가, 교정자, 낭독자, 창조자였다"
- 나의 첫번째 偶象 기형도에 대해 "황경신"이 말했습니다.
다뎀벼,,, 통신의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이 기형도 였습니다.
제일 먼저 제글의 화두로 삼은 사람이 기형도 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글에 나의 서두를 붙여 40여편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한 아리따운 아가씨로 부터 그 글의 묶음으로,
제본된 책까지 선물로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형도를 알게된 것은 전영혁을 통해서였고,
이 두명의 偶象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강렬히 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전영혁님이 기형도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1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의 음악시간에,
기형도의 詩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기형도를 남다르게 생각하는것은 분명한것 같고,
(아마, 그 프로를 듣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좋아하는지도..)
글을 잘쓰는 사람은 바닷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습니다.
촌철살인의 글로 무장한 哲人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끓어오르는 감성의 욕구를 어찌 그리 글로 표현 잘하는 사람이 많은지,
하지만, 기형도는 저에게 남다른 존재였습니다.
음악과의 오버랩에서
기형도는 언제나 나에게 잊어버릴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의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잎"
얇은 문고판의 그의 책이 너덜너덜해 질때까지,
잊어버릴수 없는 언어의 유희들....
"어머니가 말했다. 너는 아버지가 끊어버린 한 가닥 실정맥이야.
조용히 골동품 속으로 낙하하는 폭풍의 하오.
나는 빨랫줄에서 힘없이 떨어지는 아버지의 런닝셔츠가 흙투성이가 되어
어디만큼 날아가는가를 두 눈 부릅뜨고 헤아려 보았다.
공중에서 휙휙 솟구치는 수천 개 주사 바늘.
그리고 나서 저녁 무렵 땅거미 한겹의 무게를 데리고 누이는,
뽀쁠린 치마 가득 삘기의 푸른 즙액을 물들인 채 절룩거리며 돌아오는 것이다.
아으,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 암흑 속에서 하얗게 드러나는 집."
"폭풍의 언덕"이라는 그의 詩를 처음 읽고,
난생처음 느껴보는 글의 날카로움에 몸서리를 쳤습니다.
솟구치는 수천 개 주사바늘,,,
뽀쁠린 치마 가득 삘기의 푸른즙액을 물들인 채,,,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어둠!,,,
어찌 이런 표현 뿐이겠는가.
그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이 단어의 바다에 어찌 몸을 담그지 各뻤?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말하더군요.
기형도의 삶의 형식에 너무 쇄뇌당한 것 아니냐고,
그러한 시인은 너무나도 많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어쩌렵니까?
기형도는 이미 나의 가슴 깊숙이 박힌 비수인걸.
언제인가 3월의 어느날, 그를 예찬한 글을 한편 실으며,
그에 대한 나의 헌신적인 偶象論을 마치렵니다.
기형도 예찬 (...)
하루를 한편의 詩로 시작 하는것, 얼마나 낭만적인가.
부산-울산간의 저 꼬불꼬불한 국도를 정신없이 헤엄쳐, 회사에 도달한 후.
턱에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게 하고, 컴퓨터앞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읽혀지는 기.형.도
위대한 정복자들은 詩를 사랑했다고들 한다.
저 유명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도,
몽고의 테무진도, 코르시카의 보나파르트도,
어찌, 세계를 정복한다는 것이 칼로서 뿐이겠는가.
입속의 칼로서, 손가락을 품은 펜으로서, 손가락 끝의 자판으로서,
지금도 세상을 정복하고자 초조히 몸속의 말려듬을 음미하는 자들,
이 아침,
나는 한줄의 글과 한소절 음악으로서 내 욕망의 배설구를 삼으려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내 사랑하는 누이여,
저 절규하는 라노떼..
치코의 노래로 오늘 하루 내 껍질을 적셔주기를..(다뎀벼)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 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컹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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