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우리집 남자들은 아빠를 포함해서 모두가 소년이다.</div> <div>그래서 난 모든 남자들이 소년이고 아이인 구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div> <div> </div> <div>작년, 아빠는 외갓집에서 김장을 하러 갔다가, 김치가 싱겁다고 말했는데,</div> <div>그 한마디 잘 못해서 우리까지 매운 고추가루로 만든 김치를 한 달 내내 먹었다.</div> <div>아빠가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이상한 오기로 잘 못을 인정하지 않아서 매운 김치찌개, 매운 김치비빔국수, 매운 김치전 등등</div> <div>엄마의 매운 분노가 담긴 김치음식들을 먹어야 했다고 한다.</div> <div>막내랑 본가에 갔다가 매운 김치비빔국수를 먹게 됐는데 너무 매워서 식도부터 위장까지 국수가 어떤 길을 향해서 가는 지 알 수 있었다.</div> <div>막내가 땀을 흘리고 나는 코를 흘리고... 서로 휴지 달라고 계속 말하는데도 엄마는 그 모습을 보기만 했다.</div> <div> </div> <div>나: 이건 좀 심하다.</div> <div>엄마: 그래? 당신은 싱겁지?</div> <div>아빠: 그럼!</div> <div>엄마: 아빠 고추가루 더 넣어드려라.</div> <div>나: 왜그래? 진짜???? </div> <div>막내: 아빠, 그냥 잘 못 했다 해! 너무 매우니까 두통온다 히히허허ㅓ</div> <div>아빠: 이 사람이 진짜! 이러다 애 잡겠네.</div> <div> </div> <div>결국 아빠가 사과하고 일단락이 됐다고 했는데, 담궈놓은 몇 포기 김치는 헹궈서 드셨다고 한다.</div> <div>비교적 매운 걸 잘 먹는 작은 오빠는 나쁘지 않았다고 했지만.</div> <div> </div> <div> </div> <div>우리집 남자들은 모이면 운동을 가곤 한다. 겨울에도 말이다.</div> <div>생각보다 다같이 본가에 들어갈 일이 없다. 특별한 날 아니면 다들 따로 다녀오거나 둘둘 씩 가서 (들어가자마자 우렁차게 밥줘!) </div> <div>엄마가 귀찮으니 오지 말라고 하기도 하신다.</div> <div>올초 제일 추운 한파에 보일러가 터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ㅜ</div> <div>엄마네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는데, 몸살 기운이 있는 막내와 짐을 챙기고, 작은오빠와 함께 집을 나왔다.</div> <div>큰오빠는 집주인 어머니께 연락을 드리고 한 시간 뒤에 따라 왔는데 </div> <div>아빠는 다 모이자 마자, 다 같이 운동하고 사우나 가자고 제안하셨다.</div> <div>두 오빠의 표정은 냉동 오징어의 정색 느낌이었고, 막내는 불타는 오징어의 분노 정도 됐던 거 같다.</div> <div> </div> <div>엄마: 애가 저렇게 아픈데 무슨 운동이야.</div> <div>아빠: 움직이고 사우나 가면 떨어져.  </div> <div>나: 좀 말려봐. 막내 아침에 열 많이 났어.</div> <div>엄마: 내가 어떻게 말려? 저 고집을.</div> <div> </div> <div>아빠는 기어코 배드민턴 채와 농구공을 챙겨 나가셨다. </div> <div> </div> <div>막내: 나나, 여자라서 좋겠다.</div> <div>엄마: 그럼 떼던가.</div> <div>작은오빠: 그래! 쓸모도 없는데.</div> <div>엄마: 너 왜 내아들한테 그래?</div> <div>작은오빠: 그럼 나는 남의 아들이야?</div> <div>큰오빠: 빨리 나와! 추워!!!</div> <div> </div> <div>엄마는 막내에게 핫팩과 보온병을 들려주시며 아프면 그냥 드러 누우라고 하셨다.</div> <div>아무튼 운동 간 남자들 제외하고 엄마랑 평화롭게 귤까먹으면서 TV를 보는데 (엄마는 티브이에 나오는 배우들을 늘 사윗감 보듯 보신다)</div> <div>엄마의 핸드폰이 우렁차게 노래를 불러댔다. </div> <div> </div> <div>엄마: 왜? 응? 어? 뭐? 뭐가? 야!</div> <div>나: 왜? 왜? 왜그러는데?</div> <div>엄마: 내 아들 손가락 부러졌대! </div> <div>나: 왜? 어떤 오빠가? 오빠 아니야? 누구야?</div> <div> </div> <div>엄마는 황급히 병원에 간다고 하셨고, 전화기 너머 있는 누군가 (아빠)는 오지 말라고 만류하셨다.</div> <div>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한테 돌아가면서 전화를 했다. 엄마가 무슨 사고가 난 거 같다며...</div> <div> </div> <div>얼굴이 새빨개서 들어온 남자들이 말하길</div> <div> </div> <div>큰오빠 작은오빠/ 막내 아빠 한팀으로 배드민턴을 치다가 생각보다 큰오빠가 잘 쳐서 승부가 나질 않았다고 ㅠㅠ</div> <div>그래서 농구를 하고자 그 추운 겨울에 맨손으로 공놀이를 하다가 밝게 개처럼 뛰어오는 막내에게 패스한게 </div> <div>잘못 맞아서 손가락이 꺾였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얘도 불운의 아이콘)</div> <div>그것도 모르고 사우나가서 씻다가 손가락이 되게 커졌다고만 생각했다고 ㅠㅠㅠㅠ 결국 큰오빠가 병원 가보자고 해서 갔는데</div> <div>다행히도 부러진건 아니라 금 간 정도라 엑스레이 찍고 치료 받고 약먹고, 중국집 가서 탕수육 먹고 왔다고 했다.</div> <div>(의사쌤이 아플텐데 잘 참았다고 칭찬해주니 이 불운한 바보가 자기 발목뼈도 자주 나간다며 자랑했다고 ㅠㅠㅠ 어휴 등신)</div> <div> </div> <div>엄마한테 쪼르르 순서대로 서서 혼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집 남자들은 아직도 소년들이구나 싶었다.</div> <div>소년들에게는 한 겨울도 봄이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푸릇한 새싹이 피어난다.</div> <div>그들은 나이가 다른 네명의 친구들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