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둘째오빠는 수학과 출신이다.</div> <div>잘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좋아했던 건 내가 잘 알고 있다.</div> <div>반에 하나씩 존재하는 애들, 그러니까 수학 시간에 문제 푸는거 좋아하는 타입? 그런 부류였다.</div> <div>반면 큰오빠는 공식 자체는 이해하는 편으로, 배우면 흉내는 냈었는데</div> <div>문제는 나랑 막내였다. </div> <div> </div> <div>엄마는 작은오빠에게 과외비를 줄테니, 나와 막내에게 수학 과외 알바를 제안했다.</div> <div>당시 대학생이던 작은오빠는 연애를 하면 들어갈 돈을 생각해서 옳다쿠나 하고 제안을 수락했다.</div> <div>그게 개미지옥인줄도 모르고.</div> <div> </div> <div>작은오빠: 이건 마이너스잖아. 그치?</div> <div>나: 그래. 마이너스는 없는 수잖아. 가뜩이나 가진게 없는 앤데 그걸 왜 빼?</div> <div>작은오빠: 아이씨 그럼 없다고 안풀어? 문제가 있는데 안푸냐고.</div> <div>나: 이건 너무 잔인해. 나 지금 공부할 기분이 아니야.</div> <div>작은오빠: 미친...</div> <div>나: 세상 모든 걸 숫자로 풀려고 하는 오빠는 바보야.</div> <div> </div> <div>오빠와 나의 과외는 대략 저런 식이었다.</div> <div>물론 작은오빠의 윽박과, 압력과 협박과 달램의 반복으로 몇몇 공식은 외웠으나 다음날이면 까먹는 환상적인 호흡으로,</div> <div>작은오빠가 수업시간에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겼고, 나랑 언성 높이고 싸우다가 과외에서 짤렸다.</div> <div> </div> <div>다음은 몇 년 후 고등학생이 된 막내 과외.</div> <div>어릴때부터 예체능으로 단련된 막내는 해맑게도 형이랑 공부를 해서 좋다고 했다.</div> <div>작은오빠는 자신의 동생이 사람인가 돌인가 하는 탐구의 시간을 가졌던 것으로 보였다.</div> <div>작은오빠가 공식을 막 설명하면 막내는 '세상에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봤다고 한다.</div> <div>그럼 작은 오빠는 "아, 이새끼 하나도 모르는구나." 라는 걸 짐작했다고.</div> <div>그럴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설명했다고 하는데, 그건 소용없는 짓이었다.</div> <div>기초가 없는데 설명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기초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div> <div>초등학교 이후로 수학 공부를 해본 적 없는 막내에게 작은오빠가 하는 말은 신비, 미지의 세계였다.</div> <div>동시에 자장가였을 것이다.</div> <div> </div> <div>작은오빠: 그러니까 이게 이렇게 이렇게 대입을 하고 이렇게 하면 풀리는 거야. 답 나오지?</div> <div>막내: 우와. 또 해봐.</div> <div>작은오빠: (문제집을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한다) 봤지?</div> <div>막내: 우와. 형 짱이다. 그럼 이 밑에는?</div> <div>작은오빠:(신나서 풀다가) 아, 이새끼가... </div> <div> </div> <div>막내와의 길지 않았던 과외기간으로 얻은 것은 오빠의 수학실력이라고 할 만큼, 막내는 아무것도 배우질 못했다.</div> <div>오빠가 내는 문제들을 찍기 시작하다가 작은오빠한테 귀를 잡혀 방 밖으로 끌려나온 날,</div> <div>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작은오빠를 과외 선생 자리에서 짜를 수 밖에 없었다.</div> <div>마지막 월급을 받으면서 작은오빠는 엄마에게 말했다.</div> <div> </div> <div>작은오빠: 어머니, 자제분 그냥 밝게만 키우세요. 무슨 과외를 시키십니까.</div> <div>엄마: 그래도 애는 착한데.</div> <div>작은오빠: 수학 푸는 거보면 안 착할걸요. 공식 대입자체가 안돼요. 그냥 실기로 보내세요.</div> <div>엄마: 과외 선생 능력이 부족한거 아닙니까.</div> <div>작은오빠: 돌 낳으신 거 같아요.</div> <div>엄마: 야!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div> <div>작은오빠: 수리를 꼭 봐야할 이유도 없잖아. 그냥 포기해!!!</div> <div>막내: 싸우지들 마.</div> <div>엄마: 너때문이잖아 이 멍청아!!!!</div> <div> </div> <div>그렇게 작은오빠는 우리의 과외 선생님 자리에서 쓸쓸히 하차했다.</div> <div>하차하고 난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그동안 우리에게 퍼붓던 비난은 줄어들었다.</div> <div>요즘 가끔 마트에서 막내가 무언가 살까 말까 하면서 대략적으로 산 물건들 가격을 머리 속에서 계산해보곤 하는데</div> <div>신기하게도 모두 틀리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나랑 물건 용량이나 가격대비 혹은 몇 퍼센트 할인한다는 비교를 할 때면</div> <div>바보들의 행진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div> <div> </div> <div>그럴 때면 작은 오빠는 "아 이 새끼들...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하고 쓸쓸한 미소를 짓곤 한다.</div> <div>계산은 틀려도 우리는 넷이라는 것은 틀리지 않는, 우리는 함께 산다. </div>
작은오빠: (문제를 읽으며) ~일때 ~의 속력을 구하시오.
나: 그걸 왜 구해.
작은오빠: 구하라잖아.
나: 별 쓸데 없는 걸 구하네.
작은오빠: 문제잖아. 집중해.
막내: 구할거면, 사람을 구해야지. 숫자를 왜 구해.
작은오빠: (버럭) 그냥 하지마. 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