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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울메이커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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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stofbest_216717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70
    조회수 : 15202
    IP : 175.192.***.11
    댓글 : 1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8/17 09:59:32
    원글작성시간 : 2015/08/09 22:36:15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16717 모바일
    오빠 둘, 남동생 하나22-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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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외할아버지가 암투병 끝에 돌아가신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허락없이 결혼한 딸, 즉 우리 엄마를 집에서 내쫓았다.
    "너 같은 딸 둔 적 없다!"고 서슬퍼런 말을 화내지 않고 말하는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엄마는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옷 가지만 싸서 집을 나왔다고 한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그 뒤로 정말 인연을 끊고 살았다고 한다.
    엄마는 고된 시집살이나, 육아에 지칠때 아주 가끔 집에 전화를 했고, 누군가 받으면 아무 말 없이 수화기를 들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받은 상대방 즉,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도 아무말도 않고 수화기를 든 채 몇 분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묵언 수행 같은 통화를 마치면 엄마의 마음은 어김 없이 무너지곤 했다고.
     
    결혼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막내를 낳을 때쯤, 작은 사고로 인해 조산을 하게 된 엄마를 보고
    아빠는 외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잠시만 시간을 내서 딸을 보러 오시면 좋겠다고.
    말 없이 전화를 끊은 할아버지를 달래서 할머니는 병원으로 오셨고,
    큰오빠의 말에 의하면 (나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외조부와 외조모를 처음 본 날이라고 했다.
     
    허락하지 않았던 결혼, 얼굴도 몰랐던 손자들과 손녀에 퉁퉁 부은 얼굴로 누워있는 딸을 보고
    그분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그렇게 몇년 지나고, 엄마의 건강이 좋지 않아지자 선뜻 우리 남매를 돌봐주시기도 했다.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는데, 주말에 가끔 병원에 가서 엄마를 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기억이 정확치는 않은데,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쓸데 없는 일로 떼도 많이 부렸다.
    어린 손주 넷을 한꺼번에 보느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많이 고생을 하셨을 거라는 생각에 늘 죄송하다.
     
    외할아버지는 위암이었다. 고집센 우리 할아버지는 죽어도 병원에 입원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가족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아빠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하듯 장인어른께 늘 최선을 다했다.
    병원에 가는 날 마다 할아버지를 들쳐업고 차에 태워, 병원 앞에서 다시 할아버지를 업고 다니는 것을 3년이나 했다.
    엄마는 그런 아빠한테 고맙고 미안해했다. 할머니는 평생의 은인이라 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그렇게 병원을 모시고 다녔고, 거의 말기에는 병원에서 살다시피했던 것도 아빠였다.
    같은 병실을 쓰는 아저씨가 자식을 잘 뒀다고 칭찬했을 때, 무뚝뚝한 할아버지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돌아가시기 전날 의식을 잃으셨을 때, 아빠가 병원에 도착하자 마자 잠시 의식을 회복하시기도 했다.
     
    할머니는 요즘 혼자 지내신다. 친구들과 가끔 놀러도 다니시고 엄마네 집에서 가끔 수다를 즐기기도 하신다.
    며칠 전에 우리 자취집에 할머니가 오신다고 해서, 쓸고 닦고 열심히 치웠는데
     
    외할머니: 얘네 이러고 사네... 불쌍한 것들... 집떠나면 고생인데, 니들끼리 뭘 어떻게 해먹고 살겠다고 나와서는...쯧쯧
     
    하셔서 다음엔 밖에서 뵙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막내는 할머니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도 어릴 때처럼 할머니 손을 잡고 다닌다.
    청년이 다 된 왠 외갓남자가 할머니 손을 잡고 다는 것을 보면 외할아버지가 보면 질투하겠지.
     
    오래간만에 뵙는 할머니는 우리의 모든 것이 궁금하신지 이것저것 물으셨다.
     
    외할머니: 남자친구는 있고?
    나: 없는데...
    외할머니: 우리 나나 이렇게 예쁜데 세상 남자들 다 뭐한다니.
    나: 할머니 눈에만 예쁜거면 어쩌지.
    외할머니: 네가 아빠를 닮긴 했지만... 엄마 닮았으면 좋았을 것을.
     
    라던지,
     
    외할머니: 너희 왜 다 그렇게 비쩍 말라가지고 송장처럼 다니냐. 뭐 해먹긴 하고?
    작은오빠: 우리 안 말랐어. 얘 봐 이거 다 살이라니까?
    나: 입 다물어!!!
    외할머니: 다이어튼지 뭔지 그게 애들 다 망쳐서... 막내는 뼈밖에 없네. 불쌍한 것.
    막내: 난 체중관리를 해야해.
     
    특히 엄마를 닮은 큰오빠를 볼 때마다, '지 할아버지 쏙 닮았어.' 하고 흐뭇하게 보신다.
    막내를 볼때는 내 똥강아지! 내 강아지! 아이고 내 새끼!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곤 하신다.
    우리 자취집에 처음 오셨는데 죄송하게도 청소며 요리며 다 하고 가셨다.
    처음엔 우리가 해드리고 싶었는데... 우리가 잘 먹어드리는 것이 할머니 마음에 편하실 거 같아서
    최선을 다해서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우리 형제는 넷이지만, 우리에겐 더 많은 가족들이 있다.
    출처 돼지우리에 오신 외할머니
    소울메이커의 꼬릿말입니다
    나: 엄마 영화보러 갈래?
    엄마: 남자 없어? 남자랑 봐야지.
    나: 오빠 부를까?
    엄마: 내 아들 놈들 말고 남의 아들은 없니.....
    나: ...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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