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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울메이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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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stofbest_215753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243
    조회수 : 16976
    IP : 175.192.***.11
    댓글 : 4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5/08/05 10:00:08
    원글작성시간 : 2015/08/04 22:29:43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15753 모바일
    오빠 둘, 남동생 하나21-특별한 저녁
    옵션
    • 창작글
    전에도 적었던 것 같은데, 우리 남매는 한달에 한 번은 꼭 같이 저녁을 먹는다.
    한달을 잘 살아냈다는 칭찬과 마찬가지의 개념으로, 남이 서빙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이 서빙해주는 음식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보통은 부페 음식을 이용한다.
    각종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바가 없었다면 저들을 배불리 먹일 수 없었을 것이다. (feat. 장정 셋의 식욕)
     
    7월달에는 각종 행사도 많았고, 오빠들도 각자 여행을 다녀오고 해서 같이 남이 서빙해주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8월로 미루게 되었고, 때마침 어제 모두 저녁시간이 빈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큰오빠: 먹고싶은 거 정해서 장소 찍어놔.
    나: 뭐 먹지...
    막내: 샤브샤브 먹을래? 괜찮은데 찾았는데.
    나: 더운데 뭔 샤브샤브냐.
    막내: 나나가 잘 모르나본데, 식당에 가면 보통 에어컨이라는 걸 틀어줘.
    나: 꺼져!
     
    마침 샤브샤브가 무제한이라길래, 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 저녁, (조금 늦는 다고 한 큰오빠 빼고) 작은오빠, 나, 막내가 먼저 식당에 도착해서 자리를 안내받았다.
     
    나: 역시 우리는 서빙 받을 팔짜는 아닌가보다.
    작은오빠: 배부르면 됐지.
     
    그렇게 (큰오빠가 오기도 전에) 식사가 시작이 되었다.
    한참을 먹고 있을때, 큰오빠가 도착했고 우리는 안먹은것 처럼 또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듬성듬성 있던 손님들이, 어느새 홀을 가득 채울정도로 많아졌다.
    그리고 우리 옆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한 가족이 앉아 있었다.
    80대 정도의 노모를 모시고 온 60대 부부였다.
    옆자리를 의식하게 된 것은 할머니와 자꾸 눈이 마주쳐서였다.
    눈이 마주친다, 보다는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이 마주쳐서 씨익 웃어보였는데, 할머니는 그저 보기만 했다.
    그 가족은 대화보다는 식사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간혹 잘 드시지 않는 할머니에게 권유를 하는 모습이었다.
    큰오빠와 막내가 음식을 더 가져오겠다고 자리를 비우고 나서 작은오빠랑 투닥거리고 있는데,
    조용한 목소리로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왔다. (정확히는 사투리 억양인데 흉내를 못내겠네요)
     
    할머니: 아가씨, 오라버니인가요?
    나: 아, 예.
    할머니: 오라비가 밥사주려고 왔나봐요. 좋겠네.
    아저씨: 어머니, 젊은 사람들 밥먹는데 말걸면 싫어해요.
    작은오빠: 아뇨. 어르신, 괜찮습니다.
    할머니: 아까부터 봤는데, 다 가족이예요?
    나: 예, 다 형제예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요.
    할머니: 그렇구나. 형제구나. 집안이 다복하겠네.
     
    부모님은 계시냐 등등 여쭙다가 잠시 할머니는 우리를 물끄러미 보았다.
     
    할머니: 하도 사이 좋아보여서. 누가 제일 윗사람인가.
    작은오빠: 아까 여기 제 옆에 있었던 사람이 큰형이고요, 제가 둘째예요. 얘가 셋째고, 얘 옆에 앉은 사람이 막내요.
    할머니: 오라비가 둘이나 되네!
    나: 예.
    할머니: 나도 오라비가 있었거든. 생각이 나서 한참봤어요.
    아저씨: 어머니도 참...
    할머니: 젊었을때 우리 오라버니가 밖에서 일하고 돌아올때마다 빵을 사다줬었거든. 나도 참 귀여움 많이 받았는데.
     
     
    할머니의 얼굴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이 비쳤다.
     
    할머니: 그 때 생각이 나서... 우리 오라버니가 저번달에 먼저 갔다오. 고생만 하다가.
    작은오빠: 아...
    나: 아...
    할머니: 좋아보이네. 좋아보여서 생각이 자꾸만 나네.
    아저씨: 좋은얘기도 아니고 그런 얘길 하세요. 학생들 식사해요. 미안합니다.
    작은오빠: 아닙니다. 
     
    하고 싱긋 웃어보이는 할머니의 얼굴. 그리고 그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뭐라고 반응을 하기에도 짧은 찰나. 그렇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고, 문득 슬퍼졌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버스에서 한 자리가 났고 큰오빠, 작은오빠, 막내는 내게 자리를 양보해줬다.
     
    나: 맥주 사줄까?
    막내: 좋지.
    나: 집에 갈 때 좀 사가자. 내가 쏜다.
    큰오빠: 밥을 괜히 많이 먹었네.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영원하지 않을 순간을 채우고, 우리는 순간을 스쳐지나간다.
    우리는 넷이고, 함께산다.
     
    출처 우리를 바라보던 할머님의 두 눈에서 떨어지던 추억
    소울메이커의 꼬릿말입니다
    밥먹다가...

    나: 나 오늘 예쁘지 않아? 잘 봐봐.화장했어.
    작은오빠: 허...
    나: 잘 보라고. 잘 봐봐!
    작은오빠: 나 지금 밥먹잖아 이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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