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전에도 적었던 것 같은데, 우리 남매는 한달에 한 번은 꼭 같이 저녁을 먹는다.</div> <div>한달을 잘 살아냈다는 칭찬과 마찬가지의 개념으로, 남이 서빙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div> <div>하지만 우리는 남이 서빙해주는 음식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보통은 부페 음식을 이용한다. </div> <div>각종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바가 없었다면 저들을 배불리 먹일 수 없었을 것이다. (feat. 장정 셋의 식욕)</div> <div> </div> <div>7월달에는 각종 행사도 많았고, 오빠들도 각자 여행을 다녀오고 해서 같이 남이 서빙해주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div> <div>자연스럽게 8월로 미루게 되었고, 때마침 어제 모두 저녁시간이 빈다는 희소식을 들었다.</div> <div> </div> <div>큰오빠: 먹고싶은 거 정해서 장소 찍어놔.</div> <div>나: 뭐 먹지...</div> <div>막내: 샤브샤브 먹을래? 괜찮은데 찾았는데.</div> <div>나: 더운데 뭔 샤브샤브냐.</div> <div>막내: 나나가 잘 모르나본데, 식당에 가면 보통 에어컨이라는 걸 틀어줘.</div> <div>나: 꺼져!</div> <div> </div> <div>마침 샤브샤브가 무제한이라길래, 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div> <div>그날 저녁, (조금 늦는 다고 한 큰오빠 빼고) 작은오빠, 나, 막내가 먼저 식당에 도착해서 자리를 안내받았다.</div> <div> </div> <div>나: 역시 우리는 서빙 받을 팔짜는 아닌가보다.</div> <div>작은오빠: 배부르면 됐지. </div> <div> </div> <div>그렇게 (큰오빠가 오기도 전에) 식사가 시작이 되었다. </div> <div>한참을 먹고 있을때, 큰오빠가 도착했고 우리는 안먹은것 처럼 또다시 식사를 시작했다.</div> <div>우리가 갔을 때는 듬성듬성 있던 손님들이, 어느새 홀을 가득 채울정도로 많아졌다.</div> <div>그리고 우리 옆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한 가족이 앉아 있었다.</div> <div>80대 정도의 노모를 모시고 온 60대 부부였다.</div> <div>옆자리를 의식하게 된 것은 할머니와 자꾸 눈이 마주쳐서였다.</div> <div>눈이 마주친다, 보다는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div> <div> </div> <div>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이 마주쳐서 씨익 웃어보였는데, 할머니는 그저 보기만 했다.</div> <div>그 가족은 대화보다는 식사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간혹 잘 드시지 않는 할머니에게 권유를 하는 모습이었다.</div> <div>큰오빠와 막내가 음식을 더 가져오겠다고 자리를 비우고 나서 작은오빠랑 투닥거리고 있는데, </div> <div>조용한 목소리로 할머니께서 말을 걸어왔다. (정확히는 사투리 억양인데 흉내를 못내겠네요)</div> <div> </div> <div>할머니: 아가씨, 오라버니인가요?</div> <div>나: 아, 예.</div> <div>할머니: 오라비가 밥사주려고 왔나봐요. 좋겠네.</div> <div>아저씨: 어머니, 젊은 사람들 밥먹는데 말걸면 싫어해요.</div> <div>작은오빠: 아뇨. 어르신, 괜찮습니다. </div> <div>할머니: 아까부터 봤는데, 다 가족이예요?</div> <div>나: 예, 다 형제예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요. </div> <div>할머니: 그렇구나. 형제구나. 집안이 다복하겠네.</div> <div> </div> <div>부모님은 계시냐 등등 여쭙다가 잠시 할머니는 우리를 물끄러미 보았다.</div> <div> </div> <div>할머니: 하도 사이 좋아보여서. 누가 제일 윗사람인가.</div> <div>작은오빠: 아까 여기 제 옆에 있었던 사람이 큰형이고요, 제가 둘째예요. 얘가 셋째고, 얘 옆에 앉은 사람이 막내요.</div> <div>할머니: 오라비가 둘이나 되네!</div> <div>나: 예. </div> <div>할머니: 나도 오라비가 있었거든. 생각이 나서 한참봤어요.</div> <div>아저씨: 어머니도 참...</div> <div>할머니: 젊었을때 우리 오라버니가 밖에서 일하고 돌아올때마다 빵을 사다줬었거든. 나도 참 귀여움 많이 받았는데.</div> <div> </div> <div> </div> <div>할머니의 얼굴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이 비쳤다.</div> <div> </div> <div>할머니: 그 때 생각이 나서... 우리 오라버니가 저번달에 먼저 갔다오. 고생만 하다가. </div> <div>작은오빠: 아... </div> <div>나: 아...</div> <div>할머니: 좋아보이네. 좋아보여서 생각이 자꾸만 나네.</div> <div>아저씨: 좋은얘기도 아니고 그런 얘길 하세요. 학생들 식사해요. 미안합니다.</div> <div>작은오빠: 아닙니다. </div> <div> </div> <div>하고 싱긋 웃어보이는 할머니의 얼굴. 그리고 그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div> <div>뭐라고 반응을 하기에도 짧은 찰나. 그렇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고, 문득 슬퍼졌다.</div> <div>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버스에서 한 자리가 났고 큰오빠, 작은오빠, 막내는 내게 자리를 양보해줬다.</div> <div> </div> <div>나: 맥주 사줄까?</div> <div>막내: 좋지.</div> <div>나: 집에 갈 때 좀 사가자. 내가 쏜다.</div> <div>큰오빠: 밥을 괜히 많이 먹었네.</div> <div> </div> <div>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영원하지 않을 순간을 채우고, 우리는 순간을 스쳐지나간다.</div> <div>우리는 넷이고, 함께산다.</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