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막내는 엄마의 재능을 닮았고, 나와 작은오빠는 아빠를 닮았다.</div> <div>큰오빠는 엄마를 가장 닮았다. 하얀 얼굴에 길고 마른 체형, 낮은 웃음소리, 꽃피는 봄에 태어난 것 까지.</div> <div> </div> <div>아마도 이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div> <div> </div> <div>큰오빠가 대학에 입학을 했다.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대학의 경영학과였다.</div> <div>과외 한번 시키지 않은 아들의 선전에 아빠는 물론 엄마까지 어깨가 으쓱했다.</div> <div>동네 아줌마들은 엄마를 볼때 선망의 눈길로 봤고, </div> <div>엄마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할머니까지도 집에 전화를 걸어 "잘했다, 장하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으니</div> <div>엄마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고, 자랑스러웠는지 짐작이 간다.</div> <div> </div> <div>온 가족의 축복 속에 대학에 입학을 했고, (당시 수험생이던 작은오빠는 우스개 소리로 "난 망했으니 기대하지마" 라고 했다)</div> <div>그렇게 한 달을 대학생활을 했다. 집에 대학생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오빠가 어른이 됐다는 것.</div> <div>너무 신기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div> <div>큰오빠는 아침 일찍 나갔고, 밤 늦게 들어왔다. 술을 마시기도 했고, 가끔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 아침, 다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div> <div>곧 엄마와 큰오빠의 생일이기 때문에 그 기간에 우리는 어디서 외식을 할 것인가 하는 대화가 오갔는데,</div> <div>큰오빠가 조용히 봉투를 하나 꺼냈다.</div> <div> </div> <div>아빠: 뭐야?</div> <div>큰오빠: 돈이요.</div> <div>아빠: 무슨 돈?</div> <div>큰오빠: 등록금 돌려 받았어요.</div> <div>엄마: 응? 등록금을 왜 돌려주는데?</div> <div>큰오빠: 자퇴했어요.</div> <div> </div> <div>정막. 고요. 정적. 무슨 단어를 가져다 붙인다 한들 그보다 싸늘한 침묵을 표현할 수 있을까.</div> <div>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간신히 아빠가 입을 열었다.</div> <div> </div> <div>아빠: 왜?</div> <div>큰오빠: 지금하면 일부분은 돌려준대서요.</div> <div>아빠: 아니 그러니까 왜...</div> <div>큰오빠: ...</div> <div> </div> <div>얼어붙은 오빠의 입만 쳐다보던 엄마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소리도 없이.</div> <div>당시 어리던 막내와 나는 빨리 밥을 먹고 이자리에서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div> <div> </div> <div>아빠: 말을 좀 해주지 그랬어.</div> <div>큰오빠: 아... 적성에 안 맞아서... 재미도 없고.</div> <div>아빠: 한 달 밖에 안됐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학교 재미로 다니는 것도 아닌데.</div> <div>큰오빠: 수업 세번밖에 안갔어요. 그래도 그건 알겠더라구요.</div> <div>엄마: 너 내자식 아니야. 네 맘대로 할 거면 왜 여기 있어. 나가. </div> <div> </div> <div>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버렸다. </div> <div> </div> <div>아빠: 나중에 얘기 하자. </div> <div> </div> <div>그 이후, 한동안 큰오빠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작은오빠 말로는 친구의 자취방에 있다고 했다.</div> <div>나는 큰오빠에게 집에 오라고 문자를 보냈고, 오빠는 답을 하지 않았다.</div> <div>한번도 큰 사고를 친 적도 없는 큰오빠의 일탈에 엄마는 많이 화가 나셨다.</div> <div>서운함이랄까, 엄마의 감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아들에 대해 너무 몰랐다 라는 말을 아빠에게 했었다.</div> <div>한동안 집안은 침울했다. 아빠는 엄마를 달랬고, 엄마는 쉽사리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렇게 오빠의 생일이 되었다. 막내랑 용돈을 모아서 큰오빠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티셔츠를 샀다.</div> <div>하지만 큰오빠에게 줄 수 없을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났다. </div> <div>큰오빠의 생일 아침마다, 거하게 상을 차리던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던 기억이 난다.</div> <div> </div> <div>그날 저녁, 아빠는 집에 들어왔다. 커다란 케잌을 들고...</div> <div> </div> <div>아빠: 이따가 큰오빠 올거야. 오기로 했어.</div> <div>나: 미역국도 없는데.</div> <div>아빠: 우리가 하면 돼. 걱정마.</div> <div> </div> <div>작은오빠랑 아빠는 장을 봐서 들어오고, 막내랑 같이 마늘도 까고 양파도 까면서</div> <div>아빠가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도왔다. 미역을 얼만큼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빠는 이마를 굉장히 많이 긁으셨다.</div> <div>난처하실때마다 이마를 벅벅 긁으시는데, 이마껍데기가 벗겨지는 줄 알았다.</div> <div> </div> <div>엄마: 비켜.</div> <div> </div> <div>방에서 나온 엄마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div> <div> </div> <div>엄마: 미역을 이렇게 많이 불리면 어떡해? 잔치해? 그리고 잡채를 할거면 당근을 사왔어야지.</div> <div>아빠: 집에 있는 줄 알고.</div> <div>엄마: 이건 또 뭐야? 큰애가 언제 조개 넣은 미역국을 먹었어, 고기 넣고 끓여야 잘 먹지.</div> <div> </div> <div>폭풍 잔소리를 하면서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를 하기 시작했다.</div> <div>냉장고에 이미 재워둔 갈비를 꺼내어 굽고, 상을 차리는 엄마의 모습이 새삼 대단했다.</div> <div> </div> <div>아홉시가 지나서였나, 큰오빠가 (거의) 열흘 만에 귀가를 했다.</div> <div>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막내는 내게 계속 선물 언제 줘야하는지 물었다.</div> <div> </div> <div>엄마: 앉아.</div> <div>큰오빠: 네.</div> <div>엄마: 넌 얼굴이 왜 그래. 살은 쭉 빠져서. 밥 먹었어?</div> <div>큰오빠: 아니.</div> <div>엄마: 생일인데 왜 굶고 다녀? 진짜... 진짜 너... </div> <div> </div> <div>헬쓱해진 큰오빠의 모습에 엄마가 다시 눈물을 비쳤다. </div> <div> </div> <div>작은오빠: 왜 울어? 아, 울지 좀 마. 좋은 날 왜 울어.</div> <div>엄마: 미워서 그렇지. 미워서.</div> <div>큰오빠: 죄송해요.</div> <div>엄마: 죄송해요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 집은 왜 나가? </div> <div>큰오빠: 죄송합니다.</div> <div>막내: 우리 케잌 초 언제 켜? </div> <div>아빠: 지금 하자. </div> <div> </div> <div>그렇게 스무살의 봄, 큰 오빠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div> <div>큰오빠가 눈물을 보인 것 같은것은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길게 뻗은 두 개의 초를 불고 나니</div> <div>엄마는 큰오빠의 손을 잡았다.</div> <div> </div> <div>엄마: 그래도 넌 내자식이야. 엄마가 미안해. </div> <div>큰오빠: ...</div> <div>엄마: 내 아들해줘서 고마워.</div> <div> </div> <div>그리고 다음해, 큰오빠는 본인이 하고 싶어했던 (사실 오빠가 하고싶은게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전공을 골라</div> <div>대학에 입학했다. 작은오빠도 무리 없이 자신이 선택한,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했다.</div> <div>그 해, 봄 큰오빠의 생일에는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생일을 축하했다.</div> <div>엄마는 말했다. 자식을 다 안다고 자신하는 건 착각인 것 같다고. </div> <div> </div> <div>엄마는 넷을 낳았다. 아들 셋, 딸 하나.</div> <div>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다 알지 못하지만, 다 안다고 생각하면서 산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