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빠: 모든 여자는 소중해. 아껴줘야하는 거야. 나나는 여자야.</div> <div> </div> <div>아빠가 매일 같이 어린 동생에게 했던 말이다. </div> <div>오늘은 아빠가 우리 남매의 어린 시절에 했던 이야기를 쓰고자한다.</div> <div> </div> <div>비교적 이른나이에 결혼을 했고, 군대에 입대해서 큰 아들과 작은아들이 자라는 과정을</div> <div>지켜보지 못했다는 아빠는, 제대를 하고나서도 얘들이 내 애들인가 하고 한동안 낯설었다고 고백했다.</div> <div>그리고 나를 낳고, 2년후 막내를 낳으면서 생각치도 않았던 가족구성원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고 한다.</div> <div> </div> <div>특히, 다 사내자식이면 신경쓰이지 않을 문제들이 고민이었던 것이다.</div> <div>딸이 하나 있다보니 시커먼 사내자식 셋과 함께 어떻게 길러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div> <div>물론 내가 시커먼 사내자식들보다 더 씩씩하고 사고치면서 자랐지만 </div> <div>아빠 눈에는 여리고 어린 눈에 넣으면 좀 아플 것 같은 딸이었다.</div> <div> </div> <div>아빠는 퇴근을 하면, 무조건 오빠들과 나, 동생을 씻기는 업무를 도맡아 했다.</div> <div>오빠들이랑은 나이차이가 조금 나서 따로 씻었지만, 어린시절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div> <div>동생과 함께 씻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비누칠을 해주고, 우리는 물을 끼얹는 그야말로 아빠랑 함께 노는 시간이었다.</div> <div>그렇게 씻기고 로션바르고 옷을 입히고 나서야 아빠는 지친 본인의 몸을 씻을수 있었다.</div> <div> </div> <div>아빠는 불현듯 나와 막내는 같이 씻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div> <div>그것은 동생에게는 있지만 내게는 없는 것 때문에 내가 계속해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div> <div>조금더 집요해지자, 아빠 말씀하시길...</div> <div> </div> <div>아빠: 그건 막내거야. 니건 없어.</div> <div>나: 왜 없어? 사줘. 사줘.</div> <div>아빠: 그건 힘들겠다.</div> <div>나: 아빠 돈이 없어?</div> <div>막내: (아무것도 모르고) 나나!</div> <div> </div> <div>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아빠는 힘들지만 오빠들과 막내를 씻긴 후 나를 씻기는 방법을 선택하셨다.</div> <div>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는, 체격의 차이에 대해서 걱정을 하셨는데</div> <div>막내가 사춘기가 되면서 나보다 더 몸이 커지고 힘이 세지다 보니 투닥거리다가 내가 밀리는 상황이 되었다.</div> <div>막내는 살짝 민다고 밀었는데, 내가 넘어지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아빠는...</div> <div> </div> <div>아빠: 니가 그러면 되겠니. 누난데.</div> <div>사춘기의 막내: 나나가 괴롭혔어!</div> <div>아빠 : 그래 그럴수는 있지. 근데 힘이 네가 더 세잖아. 그치?</div> <div>사춘기의 막내: 나나가 괴롭혔다니까?</div> <div>아빠: 그래. 억울할 순 있어. 그렇다고 누나를 밀면 안 되는거지.</div> <div> </div> <div>어느날 막내는 자연스럽게 '내가 나나를 밀치면 안되는구나, 나나는 나보다 약하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div> <div>(과연 내가 너보다 약할까?)</div> <div>막내랑은 자주싸우지는 않는다. 그냥 말다툼 정도인데, 해맑은 막내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까먹어서 싸움이 되질 않는다.</div> <div> </div> <div>아무튼, 아빠는 자라는 동안 하나밖에 없는 딸이 사내 자식들에게 밀리거나 </div> <div>혹여라도 생길 고민거리들, 갭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div> <div> </div> <div>큰오빠가 군대에 갈 무렵에, 나는 해병대 캠프에 참여해야 했다.</div> <div>오빠들이 2년동안 군대에 가야하니, 나도 해마다 가야한다는 것이다. </div> <div>그럼 오빠들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였다.</div> <div>그래서 나는 2번의 여름에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다. 짧은 시간에 모든 고통을 맛보고 정말 죽는 줄 알았다.</div> <div>오빠들한테 편지를 쓰는 일이 고되지 않았고, 오히려 군대에 가는 남자들을 이해할 수있는 아주 사소한 기회였다.</div> <div>물론 내가 백퍼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고...</div> <div> </div> <div>그 덕분인지 나는 군대에 있는 큰오빠에게 일주일에 많으면 다섯통의 편지를 보냈다.</div> <div>부대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대체 어떤 동생을 가진 병사냐며 높은 분이 불렀다고 한다.</div> <div>작은오빠에게도 엄청난 편지를 보냈다. 엄마 기분상태, 동생과 투닥거리는 애기등.</div> <div> </div> <div>지금 자취를 하는 우리 남매를 보면서 아빠는 걱정을 한다.</div> <div>혹여라도 셋이나 되는 남자놈들이 하나뿐인 딸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div> <div>물론 말로 표현은 안하시지만 전화를 해서 오빠들이나 동생들을 감시하곤 하신다.</div> <div> </div> <div>작은오빠: 아니 걔만 자식이야? 왜이렇게 챙겨?</div> <div> </div> <div>라고 타박을 하면 아빠는...</div> <div> </div> <div>아빠: 너넨 남의 집 귀한 딸 데리고 오지만, 걔는 남의집에 가는 애잖아. 잘해줘.</div> <div> </div> <div>라고 말씀하신다. 난 그럼...</div> <div> </div> <div>나: 남의 집에 간다는 보장이 있을까? 아빠랑 살래.</div> <div>아빠: 그런 말 하지마...</div> <div> </div> <div>라고 받아치신다.</div> <div>아무튼 아빠의 혹독한 훈련과 주입식 교육덕에 우리 남매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산다.</div> <div>우리는 넷이다. 그리고 함께산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