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선생님, 안녕하세요? </div> <div> </div> <div>벌써 7월이네요. 장마가 시작되고 무덥고 습한 날이 되니 문득 두 달 전의 일이 다시 생각나서 선생님께 털어놓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선생님,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은 믿어주실 거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할게요.</div> <div> </div> <div> </div> <div>저는 요즘 거의 반 년간 공장단지에서 길고양이와 떠돌이 개들에게 먹이를 주곤 했답니다.</div> <div> </div> <div>어째 원래 동물이 따르는 팔자가 아닌건지, 그렇게 오래 밥을 주고 틈틈이 얼굴을 봤어도 녀석들은 저를 보면 쏜살같이 숨고 도망가곤 했죠. </div> <div> </div> <div>사실은, 20번 밥을 주면 한 번 녀석들 모습을 볼까말까 한 정도로 저는 그냥 밥만 놔주고 사라지는 존재였답니다.</div> <div> </div> <div>오히려 그렇게 사람과 친해지지 않는 편이 그녀석들에게 이로운 걸지도 모르겠지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선생님, 두 달 전, 5월의 황금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도 연휴 내내 집에서 놀다가, 저녁 되기 전에 공단에 들러 밥을 주고 오곤 했답니다.</div> <div> </div> <div>그 날도, 한 네 시 즈음 되어 또 밥과 물을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div> <div> </div> <div>공단으로 가는 길목에서 아주 오랜만에 보는 마른 백구와 만났습니다. 그 녀석은 사람을 굉장히 피하는 녀석이어서 멀리 떨어져서 밥을 조금 놔주니 몇 입 먹는 것을 보았습니다.</div> <div> </div> <div>그런데 이 녀석이 왜인지 자꾸 낯선 골목으로 들어가며 저를 뒤돌아보고, 또 조금 들어가며 뒤돌아보길래 마치 따라오라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백구 뒤를 쫒아갔지요.</div> <div> </div> <div>골목을 따라 들어가서 언덕으로 올라가니 아! 컨테이너박스 건물 옆에 수북히 쌓인 철근 옆에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누워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고양이였습니다. </div> <div> </div> <div>제가 집에서 애지중지 기르는 고양이들과 똑같은 생명체의 뒷통수가 보였습니다. 간혹 공단에서 밥을 줄 때 도망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div> <div> </div> <div>혹시나 혹시나 했지만, 정말 혹시나 하고 다가가 봤지만 이미 명을 달리 한 아이더군요.</div> <div> </div> <div>여전히 예쁜 뒷머리가 보임과 동시에 가지런히 모인 뒷발은 제 쪽을 향하게 돌아가 있었으니까요...</div> <div> </div> <div>그리고 어디에서 새어나오는 것인지 검붉은 피도 바닥에 흐르고 고여 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선생님, 4~5월에 얼마나 미세먼지가 심하고 황사가 심했는지 기억하시나요?</div> <div> </div> <div>그 고양이는 제 상상으로, 살아있을 때 하얀 털 바탕에 치즈와 고등어 얼룩이 섞인 예쁜 아이였을 거예요.</div> <div> </div> <div>그런데 얼마나 그 길바닥에 오래 누워 있었는지 온 몸이 누렇고 잿빛이 덮여 있는 색이 되어, 생전의 모습을 간신히 추측 가능하게만 했습니다.</div> <div> </div> <div>길동물들에게 밥을 줄 때 어느 정도 예견한 일이었답니다, 누군가의 죽은 몸을 보는 것 쯤은요.</div> <div> </div> <div>그런데 사실 한 번도 못 본 아이의 사체인데도 너무 가엽고 슬퍼서 한참을 엉엉 울었답니다.</div> <div> </div> <div>그러고보니 백구 녀석은 어느샌가 자리를 떠났었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구청에 전화하면 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마침 그때가 긴 연휴였고, 심지어는 저녁이어서 누구 하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어요.</div> <div> </div> <div>구청에 전화하길 기다리려면 며칠 있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사체가 너무 부패할 것 같아서..</div> <div> </div> <div>결국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가, 인근 야산에 묻어주자고 생각하고 다음 날 가벼운 장비를 챙겨 다시 나왔답니다.</div> <div> </div> <div>하필 날짜도 딱 어버이날이었어요.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미리 야산 깊숙한 곳에 장지랍시고 땅을 파놓고 다시 누워있는 고양이에게 갔는데, 평소에 전혀 못 보던 큰 개들이 근처에서 돌아다니다 저를 향해 매섭게 짖어서 깜짝 놀랐답니다.</div> <div> </div> <div>혹시 몰라서 들고 다니는 개 사료를 줬는데 먹지도 않고 짖어대기만 하더라구요.</div> <div> </div> <div>그래서 자꾸 '괜찮다, 고양이 묻어주러 왔다' 하며 고양이에게 갔습니다.</div> <div> </div> <div>털이 주욱 밀려나올 정도로 상한 아이의 몸을 조심조심 수건으로 수습하는 동안 개들이 조용해 진 줄도 몰랐습니다. </div> <div> </div> <div>혹시 개들도 인간이 고양이에게 더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던 것은 아닐까요?<br></div> <div>제가 상자에 조심히 고양이를 옮기자, 그 개들이 가까이 다가오며 박스와 저를 유심히 바라보더군요.</div> <div> </div> <div>이제 간다고 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니 개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조용히 서 있었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다시 야산 입구로 가니, 그렇게 보기 힘들던 백구와 그 친구 백구가 입구 양 쪽에 한 마리씩 멀리 떨어져 앉아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div> <div> </div> <div>도대체 한달에 한 번 볼까말까 한 녀석들이었는데, 전날 본 백구와 친구 백구까지 보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었어요.</div> <div> </div> <div>역시나 아는 체를 하려 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도망가려 하길래, 그냥 있으라고 하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div> <div> </div> <div>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번 더 놀랄 일이 있었는데, 웬 고양이 한 마리가 수풀 속에서 저와 눈이 마주쳤답니다.</div> <div> </div> <div>선생님, 제가 지금껏 봐온 길고양이들은 사람이랑 마주치기만 해도 놀라서 도망갔거든요? 그런데 이 고양이는 너무 당당하고 똘망똘망한 눈을 하며 예쁘게 앉아 있길래, 저도 한참 바라보다가 '언니 이 친구좀 묻어주고 올게' 하며 다시 살살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애써 묻어준 다음 꼭 다음 생에는 부잣집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족한 것 없이 살라고 빌어주고, </div> <div> </div> <div>집에 가려고 온 길을 되돌아 가는데 그 고양이가 아직도 거기 있더라구요.</div> <div> </div> <div>고 녀석 자세히 보니, 조금 어린 티도 나는 녀석이 털이 어찌나 뽀송뽀송한지 하얀 털에 때 하나도 안 묻고, </div> <div> </div> <div>저희 집에 있는 셋째 고양이와 비슷하게 연한 노란 얼룩과 연한 회색얼룩이 섞여 있길래 삼색이구나, 여자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div> <div> </div> <div>눈 색은 약간 해질 무렵의 태양빛에 빛나서 그런지 참 예쁜 금색으로 반짝였어요.</div> <div> </div> <div>산에 사는 고양이들은 다 원래 이런가? 엄마아빠가 잘 돌봐주는 아이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또 챙겨온 고양이 사료를 살짝 꺼내서 그릇에 담아 내밀어주려 하니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뒤로 살살 물러나더라구요.</div> <div> </div> <div>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다시 밥을 가방에 넣으니까 또 그 자리에 앉아서 저를 한참이나 쳐다봤답니다.</div> <div> </div> <div>너무 오래 있을수가 없어서 '언니 이제 갈게~ 조심히 잘 살아~' 하고 손 흔들며 인사하니 그 고양이도 몸을 일으켜 천천히 산으로 올라갔습니다.</div> <div> </div> <div>산 입구로 다시 나오니까 백구와 친구녀석이 아직도 있길래 한번 사료를 또 줘보니 그제야 몇 입 먹고는 둘이 어딘가로 가더라구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선생님, 사실 그 뒤로 평범하게 생활하긴 했지만, 난생 처음 맡아보는 시체 냄새가 가끔 코에서 맴돌아서 가슴이 철렁한 적도 몇번 있었답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죽은 고양이가 가여워서 가끔 눈물도 흘리고요. 사실 지금도 그렇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평소에 한 번 볼까말까 한 개들과 고양이를 어쩜 그 날에 그렇게 많이 볼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답니다.</div> <div> </div> <div>너무 우연히도 많이 만나서, 동물들이 영적으로 뭔가 있다던데 혹시 그 날 죽은 고양이가 묻힌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도 들고요,</div> <div> </div> <div>같은 처지의 동물이 가는 마지막 길 배웅해주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정말 그 날로부터 2주 정도 있다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편안히 쉬고 있을 때 별안간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답니다.</div> <div> </div> <div>산에서 만났던 그 고양이가, 제가 묻어준 고양이와 털 빛깔이 비슷했다고요. </div> <div> </div> <div>사실 고양이 생긴 게 다 거기서 거기지만, 어째서인지 2주 동안 단 한 번도 깨닫지 못하고 비교하지도 못했던 두 고양이의 생김새가 왜 갑자기 그렇게 연결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div> <div> </div> <div>기억 조작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이틀 동안의 모든것이 선명하고, 저희 셋째 냥이와도 비슷하다는 기억이 너무나 확연하더군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선생님, 사실 저는 영혼같은 것을 거의 믿지 않습니다. 아주 당연히 두 고양이 생김새가 비슷한 것도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들이 많이 보인 것도, 단지 연휴라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아서 활발하게 돌아다니다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럼에도 선생님,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왠지 세상에는 우연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어서랍니다.</div> <div> </div> <div>그리고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뭔가 그 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듯 하여 그런 것이겠지요.</div> <div> </div> <div> </div> <div>선생님께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제가 이 일들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div> <div> </div> <div>만약 그렇다면 그 고양이는 좋은 곳으로 갔겠지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만 줄이겠습니다, 선생님. </div> <div> </div> <div>선생님께서도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 가능하다면 모든 생명이 불행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도록 빌어주세요.</div> <div> </div> <div>감사합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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