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div>그 무엇이든 사회와 다른 곳.</div> <div><br></div> <div>서울대를 다니다왔던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로 나왔던 간에 </div> <div>사회에서 똑똑했던 멍청했던 이등병때는 똑같이 바보가 되는 곳.</div> <div><br></div> <div>천연기념물이나 보호종의 동식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내가 전역하는 그날까지 적응하지 못한 것. 곤충.벌레.</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의 약점은 </div> <div>옆구리 간지럽히기,</div> <div>민트맛 아이스크림,</div> <div>엄마가 먹으라고 입 앞까지 들이밀어도 서른넘은 지금도 못먹는 브로콜리,</div> <div><br></div> <div>그 중에 최고는 곤충과 벌레이다. 못만짐. </div> <div>모기는 인류의 건강을 위해 잡지만 다른건 못만짐.</div> <div><br></div> <div>꼬꼬마 사촌동생들이 나를 가장 쓸모없어라 할때가</div> <div>자기들도 안먹는 브로콜리 서로 오빠먼저 아우먼저 하며 떠넘길때랑,</div> <div>오빠. 잠자리잡아줘. 메뚜기잡아줘...하...큰오빠는 겁쟁이구나. 라며, 곤충관련하여 나를 찾을때이다.</div> <div><br></div> <div>정말 그럴때는 얘네들이 미워진다-_-</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자대가서 첫근무 나갈때가 한창 산천초목이 푸르른 초여름이었는데,</div> <div>그 풀숲에는 온갖 벌레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div> <div><br></div> <div>야간순찰따위 랜턴도 무겁다고 안들고 혼자 휙휙다니고,</div> <div>그 귀신나온 초소들도 잘만 찍고 나오는 나였지만,</div> <div>진짜 곤충벌레는 질겁을 하곤했다.</div> <div><br></div> <div>다른데 가서 뱀 도마뱀같은 양서류 파충류도 만지기체험하면 덥석덥석 잡아 목에 두르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벌레는 진짜 안된다.</span></div> <div>풍뎅이 애벌레같이 움직임이 덜한 건 어찌잡는데,</div> <div>손에 잡으면 파닥거리는 그게 너무 싫어 잡지를 못한다.</div> <div><br></div> <div>내 약점을 간파한 동기놈이 가끔 내 목덜미에 메뚜기나 풀무치같은거 슬쩍 두고 잽싸게 히트앤런하면...</div> <div>군대에서 듣기 힘든 날카로운 고주파비명소리와 함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div> <div>그럴때면 중학교시절 무려 전국소년체전 육상 400m 은메달 수상자인 내 동기가 나에게 뒷덜미를 잡혀 처맞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div> <div>다른때는 진짜 발끝도 못쫓아가는데, </div> <div>이런 장난에 당하면 정말 죽일듯이 쫓아가서 날라차기를 갈겨버리는데 다들 우와~하며 쳐다본다.(쫓아가는 나도 좀 놀람.)</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한창 벌레많은 봄~가을까지 한창 경계근무머신으로 활약했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단 올라가면 초소사방에 모기향을 피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물론 아디다스모기놈들에게 모기향따위, 동네사람들이 손가락에 침뭍이고 구멍뚫는 신혼방 문풍지급의 방어력이라 소용은 없지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신기하게 모기향을 피워놓으면, 그 많던 메뚜기 사마귀 여치 풀무치같은 벌레들의 접근을 엄청나게 차단해주는것 같아 열심히 피워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기초에 들어갈때는 부사수놈을 앞장세워, 벽과 바닥에 붙어있는 귀뚜라미를 제거시킨 후에 입장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애초에 부사수간택할때 야. 너 벌레 좀 잡냐?고 물어보고 간택한 애들이라, 이 놈들에게 귀뚜라미잡는거 따위 일도 아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기초 앉아있는 동안 귀뚜라미가 출몰하지않으면 부사수들에게 파라다이스를 보여주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만약에 한마리라도 나오면...그곳은 지옥이 될 뿐이었다. 나에게도 부사수에게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런 나를 소대장이 "야. 오바가 너무 심하다."라고 하자마자,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대장 등 뒤에서 "뭠마? 그게 왜 오바야?"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중대장횽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말년 ROTC인 중대장횽은 이 후방부대로 오기전까지 최전방철책에 있던 사람인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최전방에서 티코만한 독수리, SUV만한 멧돼지보고 온 사람이 참새만한 나방에는 나만큼이나 질겁을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말을 하고, 소대장한테 옳지. 얌마. 그렇게 벌레가 안무서우면 나방 좀 잡아봐.라고 시키자마자,</div> <div>소대장이, 예 알겠습니다.라며 맨손으로 퍽!!!하고 압사시키자...중대장횽은 소대장하고 3일씩이나 밥을 따로 먹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우리 중대에서 벌레관련해서 리액션은 나만한 사람이 없었기에...</div> <div>위에서 말한 동기의 장난질에 반응하는 나의 리액션은 중대에 흥미진진한 구경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div> <div><br></div> <div>"야. 니 동기 니한테 관심있는거 아이가? 거 왜 꼭 국민학교때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머스마같다아이가."</div> <div>라는 고참의 되도않는 분석이 있고나서야 동기가 나를 벌레로 괴롭히는 일은 없어졌다.</div> <div><br></div> <div>아니...우리가...그...여자를...얼마나...좋아하고...밝히고...응??? 그러는 사람들인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일년 뒤, 어느 여름.</div> <div>당시 부사수는 맨손으로 벌레를 잡아 저 멀리로 던져버리는 나만의 벌레헌터. A이병이었다.</div> <div><br></div> <div>비가 그친 후 습도가 어마무시한 여름 오후. </div> <div>애매한 거리에서 예초기 돌리는 고참들이 있어서 하이바턱끈마저 풀지못하고,</div> <div>그렇게 흘러내리는 육수가 국방색 메리야스까지 적시던 그 오후.</div> <div><br></div> <div>"분대장님...저..."</div> <div>"어? 왜?"</div> <div>"벌레말입니다...;;;"</div> <div>"내 눈에 띄면 너를 죽일거야. 제거해."</div> <div>"저...이거 파리가 엄청 큰거...이것도 잡아야합니까?"</div> <div><br></div> <div>쇠파리를 아십니까... </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s://namu.wiki/w/%EC%87%A0%ED%8C%8C%EB%A6%AC" target="_blank">https://namu.wiki/w/%EC%87%A0%ED%8C%8C%EB%A6%AC</a>)</div> <div><br></div> <div>이 녀석...크기도 엄청나게 큰게...군대있을때 딱 한번 물려봤는데...자다가 깰 정도로 더럽게 아픔.</div> <div><br></div> <div>"잡아야지 임마. 내가 너를 오직 벌레배리어로 데리고다니는건데."</div> <div>"저...저...파리는 안되지말입니다;;;;"</div> <div>"이런 쓸모없는것!!!!"</div> <div>"그래도 메뚜기랑 사마귀 그런거는 다 처리했지말입니다;;;;"</div> <div>"조...조금은 쓸모있는것같으니!!!! 쇠파리는 왜 안돼?"</div> <div>"파리를 어떻게 맨손으로 잡습니까;;;;;;;;;"</div> <div><br></div> <div>에엥~하고 날아다니는 바빠서 슬퍼할겨를도 없는 꿀벌마저도 맨손으로 캐치해 냅다 던져버리는 이 아이의 약점이 쇠파리였다니...</div> <div><br></div> <div>우리가 어버버하는 동안 쇠파리는 초소 벽에 태연하게 착지했다.</div> <div>요 두멍청이들이 자기를 해치지 못할거라는걸 알아챈듯, 여유롭게 손을 쓱삭쓱삭 비비며 영업준비까지 하더라.</div> <div><br></div> <div>"야...뭐 잡을거...하이바...아씨...벗으면 안되는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때 그렇게 내 눈에 띈게 대검이었다. 대검.</span></div> <div>6.25때 지평리전투에서 물밀듯이 쳐들어오는 중공군을 총검돌격으로 물리친 용맹한 프랑스대대가 썻다는 그 대검.</div> <div>그 전공을 리지웨이장군이 "대검은 깡통이나 딸때 쓰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 장병이 유의하길바란다!!!"고 격찬한 그 대검.</div> <div>(물론 프랑스대대의 지휘관 몽클라르 중령...</div> <div>이라 쓰고 중장님이심. 6.25때 한국에 파병가는 대대 지휘하려고 중령으로 계급강등하고 오신 분...은</div> <div>"총검돌격은 보병전술의 기초중의 기초인데...하여간 양키놈들..."이라고 하셨다고 함.)</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좌경계총하고 있는 내 총에서 대검만 뽑아...살며시 그 쇠파리에게로 다가가...대검으로 눌러죽였다-_-</div> <div>"오오!!!! 대단하십니다!!!!"</div> <div>"닥치고. 다음부터는 니가 이렇게 잡아. 내 부사수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나, 190 넘는 키에 허우대만 멀쩡한 우리 A이병은 대검살충술에 능하지 못했다.</div> <div>메뚜기 사마귀 여치 풀무치 귀뚜라미같은거에는 놀라운 실력을 과시했지만...쇠파리만큼은 젬병이었다.</div> <div>결국, 그 쇠파리만큼은 내가 잡아야했는데...</div> <div><br></div> <div>"오오오오오오오!!!!!!"</div> <div><br></div> <div>처음에는 사주경계안하는듯 등신같이 앉아있는 쇠파리를 눌러죽이기나하던게...</div> <div>하다보니 날아다니는 쇠파리를 (날이 서있지않아 사실상 베는 능력치는 0에 가까운) 대검으로 때려잡는 경지에까지 올라왔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잡으면서도 나조차 놀랬다-_- </div> <div>이게 뭔 짓거리야!!!라며 쌓여가는 나의 쇠파리킬수는 2차대전 독일공군의 에이스. 에리히 하르트만 급으로 쌓여만 갔다.</div> <div>(근처에 축사가 있어서 그런가...쇠파리가 아디다스모기만큼 날아다녔음ㅠ.ㅠ)</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늦여름 에어리어에 훈련을 핑계로 소대장과 소대원들과 나무 밑 그늘로 소풍와서</div> <div>판초우의깔고 드러눕거나, 경시줄쳐서 족구경기장만들어 족구 한판 때리는 와중에...</div> <div><br></div> <div>대검을 뽑아들고 "쇠파리를 잡을때는 대검을 쓰세요~♬"라면서</div> <div>날아다니는 쇠파리를 격추시키는 나의 몸놀림을 보며,</div> <div><br></div> <div>삼국지 좀 읽어본 어느 후임은, </div> <div>캬~우리 X상병님. 그 자태가 유비와 유장이 부성 에서 처음 만났을때 칼춤을 추는 형주와 익주의 장수들 같다며 이빨을 털었고,</div> <div>삼국지따위 표지조차 본 적 없는 내 동기놈은, </div> <div>조까 저거 그 사극에서 술뿜으며 칼춤추는 망나니아니냐며...</div> <div><br></div> <div>어느새 잡아온 풀벌레를 내 전투복 속에 슬쩍 집어넣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잠시 후 소대원들은</div> <div>한 마리 가젤과 같이 도망가던 내 동기가, </div> <div>가젤의 목덜미를 노리듯 달려가 날아드는 표범같은 기세의 나에게 붙들려 처맞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div>
출처 |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
당시 벌레잡느라 욕본 A이병의 증언 +
당시 벌레가지고 장난질하다 손모가지 날라갈뻔한 동기의 증언.
나이가 들다보니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져,
일기장만 가지고는 이야기 뽑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ㅋ |
그런데 중국에서 먹어본 메뚜기튀김은 좋은 맥주안주였다는게 함정...
번데기도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좋은 소주안주인것도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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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08/03 10:57:34 211.41.***.52 enoe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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