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독특한 상징성은 선악의 대결, 정의의 승리에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시에 정의를 위해 생명을 바친 투사는 아주 많았습니다. 노무현의 독특한 상징성은 그냥 보통사람을 보통사람 대접하는 상식의 복원에 있습니다. 노무현은 국가의 존재의미는 헌법에 있고, 헌법에서 국가의 주인은 보통사람이란 것, 그래서 보통사람이 주인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최소한 노무현은 끝까지 보통사람으로 살았고, 그가 만난 사람들을 보통사람으로 대했다는 것, 이것이 노무현이 주는 감동입니다.
왜 골수친노였던 친문이 이재명을 극단적으로 의심하는지에 대해서는 왕년에 이재명이 회장을 맡았던 '정통'이 어떤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는지 한 번 주변의 친노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당시 정통의 활동방식에 대해 잘 모르시면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 어리둥절할 겁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대단히 상식을 벗어나는 일탈행동이 많습니다. 거기에다가 통진당을 내부적으로 장악했던 경기동부세력에 대해서도 주변에 한 번 물어보세요. 그알이 말하는 조폭세력은 별도로 치더라도 정통과 경동의 행태를 볼 때 여러 정당을 넘나들며 열혈 활동을 벌이는 '손가혁'의 행태가 아주 우려스러운 것이지요. 물론 이게 다 "왕년의 기억"이 없이 토론하는 사람에게는 별 현실감이 없을 수도 있죠. 그러나 당조직을 장악하고 일종의 사조직으로 움직이는 정통이나 경동이 민주당에 거미줄을 깐다면 속사정 모르는 시민들은 박수만 치면서 또 당할 수도 있겠죠.
처음에는 뭔가 공익적인 사명감으로 글쓰기 시작했다가 칭찬받는 걸 낙으로 삼아 자기를 네임드라고 착각하고 자꾸 글에 힘주다가 반대 좀 받으니까 '넌 멍청해서 똑똑한 내 글을 이해할 수 없어'하는 식으로 나르시즘적인 슬픈 삐에로가 되어가는 모습이 인터넷상의 대화문화에 적응을 잘 못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냥 계급장 띠고 좀 더 서로 두고 보면서 가면 될 것을, 자기 전제도 증명할 수 없는 주제에 전개의 논리나 따지고 있으니...
정치9단들도 정치적 판단이 잘못될 때가 많은데 정보도 한정되고 현장감각도 없는 일반 시민들이 판단착오할 수도 있죠. 그걸 평생 물고 늘어질 것도 아니죠.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때에 가서야 만시지탄하는 건 해악이죠. 결국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진행상황의 일관성에 따라 예측능력이 커지면서 결판이 나죠. 김어준은 이미 포스트문재인 시대를 열고 이재명의 방패로 나섰는데도 여전히 그를 문프의 방패라고 여기는 건 앞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판단착오의 소유자가 될 공산이 큽니다. 또 다시 이재명은 싫지만 민주당이니 찍겠다는 때가 올 수도 있겠죠.
김기춘이 왜 성완종을 죽였을까? 통진당이 왜 장악됐을까? 공화당 창당시 북에서 온 황태성이가 밀봉교육시켰다고 김재춘의 CIA보고서가 말하고, 전두환 소장은 비선조직 하나회로 60만 대군을 장악했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이게 모두 조직장악, 헤게모니에만 관심을 두는 사조직 문제다. 민주당은 개혁가와 야심가와 패배자가 모인 곳이고 천하의 권력이 집중한 오늘날 가장 사조직(작전세력)의 조직장악을 경계해야 할 때다. 딴지의 빈댓글도 일시적 자발적인 사조직이고, 드루킹의 경공모도 공동목적으로 모인 사조직이며 돈과 권력을 중심으로 모인 조폭이든 비밀결사든 이런 것들이 자주 성공한 곳이 한국이다. 정통을 경계하고 경동을 경계하고 손가혁을 경계하는 이유다. 김경수는 드루킹의 사조직이 이빨을 드러내자 맞서 싸우지 않았나.
새누리당이나 삼성 알바를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이재명, 이해찬, 김어준을 반대했다고 감정적으로 응징하러 나온 거 같던데요. 알바를 잡으러 나왔다면 알바스러운 글 아이디를 메모하고 그들의 아이피와 출몰시간을 분석해서 집단적으로 여론흐름을 만드는 무리가 있다는 걸 입증하려 했겠죠. 근데 오히려 빈댓글파의 흐름이 더 작세스럽더군요. 작세가 익명으로 올라타기 딱 좋죠. 하지만 이런 사이트별 감정대립으로는 작전세력이 원하는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을 가져오지 못할 겁니다. 근데 이번에 털보가 자기 사생팬 잡은 방식은 무슨 분석도 아니고, 그냥 선언이더군요. "내가 작전세력이라면 그냥 작전세력이야. 근거는 아무 것도 없어. 그냥 믿어!" 당사자 사생팬 분 입장도 "어, 믿어지네" 정도인 듯 분개하지도 않더군요.
활동중인 민주당의 스피커들이 거리낌 없이 이미 이재명을 무관의 제왕으로 받드는 걸 보면서 아주 불길한 예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이재명이 지금 당면한 소송문제만 해결한다면 거의 확정이라고 보는 것 같네요. 민주당의 흑화는 차기에서 결판이 안 나고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조짐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