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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1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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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3일정도는 미약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금방 사라지니 절대로 착각하지 않게 주의하세요.”
세리는 솜으로 팔뚝을 계속 문지르며 병원을 나왔다. 피는 진작에 멈췄고 주사를 놓은 자국은 흔적도 안남았지만 온 몸이 미열이 있는 것처럼 후끈했다.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화창해진 날씨에 모두들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사람들이 전부 잘생겨 보인다는 생각에 세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벌써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세리는 예방접종을 꽤 늦게 맞은 편이었다.
선사랑 예방접종. 과학자들은 특정한 바이러스가 급격한 사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급격한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급증한다는 것이었다. 곧 자신의 감정이 바이러스에 의해 조종된다는 사실이 싫었던 사람들은 사랑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해냈고, 곧 이 백신은 전 세계로 퍼져 사람들은 사랑 예방접종을 맞기 시작했다.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지 않는건 아니었지만 뜨겁지 않고 미지근해져서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세리는 이게 바보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쿨하게 비혼을 선언했던 선배와 친구 몇명이 최근 갑자기 연달아 결혼하자 갑자기 겁이 나 서둘러 예방주사를 맞았다.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 3일, 그동안은 약간의 부작용이 있지만.
그런데 아, 오늘은 왜 이렇게나 최고로 멋진 날인지. 도로를 장식한 벚꽃은 완전히 펴서 꽃잎을 뿌려대고 있었다. 그래서 바닥도 온통 분홍색이었다. 그 위를 짝을 맞춘 커플들의 신발이 지나갔다. 행복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날엔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초조한 발걸음으로 이 장소를 벗어나려는데,
“앗.”
고개를 숙인 채 급하게 걷다가 앞사람과 부딪혀 균형을 잃었다. 그 사람이 서둘러 잡아주지 않았으면 넘어질 뻔했다. 세리는 부끄러워져서 서둘러 사과하려고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혀끝에 걸려 나오지 못했고 대신 눈이 커졌다.
“괜찮으세요? 제가 조심했어야 했는데.” 앞 사람의 입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돼, 안돼! 이 감정은 가짜야. 3일만 지나면 꺼져버릴 거품이라고!
세리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가슴에서 확 피어오르는걸 깨닫자 서둘러 붙잡고 죄였다. 그리고 고삐가 풀려 제어되지 않고 날뛰는 이 가슴이 서둘러 진정되기를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