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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4 10: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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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근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일 잘하면 알아서 연봉 올라가고, 능력이 뛰어난 인재는 애초에 월급이 많은 직장을 간다는 전제는 원래는 맞는 말씀입니다.
문제는, 말씀하신 것처럼 연봉 1600짜리 직책과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ESL님께서는 업무의 '질'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계시고 업무의 '양'은 무시하고 계신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하는 주장에 ESL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을 이용하여 스스로 반박을 해본다면, 업무량을 하루 8시간으로 고정시킨 상태에서 같은 업무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업무는 그만큼 '고차원의 업무'가 아닌 만큼 연봉 1600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고, 그것을 야근 및 추가 근무 수당까지 포함하여 1600이 '겨우 맞추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하실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동종 업계 회사에서 동일 인물이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직 전 회사와 이직 후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각각 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만약 말씀하신 것처럼 연봉 1600 수준의 업무 능력 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1600 수준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1600 수준의 업무 능력이란 게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의 고차원 업무이고, 어느 정도 수준의 노동 강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가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해버린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ESL님께서 아시는 것처럼 경제 논리는 공급수요량에 따라 가격과 제품의 질이 결정됩니다. 이건 노동력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용을 하려고 하는 회사는 적은데 일을 하려고 하는 노동자가 많다면, 역설적으로 노동자의 노동 품질은 상승하고 노동력의 가격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대학 나오고 영어만 잘하면 어디서든 먹고 산다"라는 말이 진리였는데, 불과 20년도 채 되지 않은 현재엔 "대학 나오고 영어만 잘하면" 맥도날드 알바를 하고 있거든요. 노동 품질이 과거보다 훨씬 상승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품 가치가 상승한 노동력을 제품 가치가 현재보다 낮았던 과거의 노동력 가격으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노동력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노동력을 판매하려는 사람에게 "밑지고 장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자기 노동력 품질 향상을 위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동시에 수천만원씩 쏟아부었던 학원비,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학교와 대학원 등록금, 제2외국어 등 성인 학원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투자 비용 대비 월급이 턱없이 낮아져버리는 상황이 지금 현재 상태입니다. 당연히, 장사하는(여기서는 노동자겠죠) 사람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 대비 가장 고효율의 가성비를 노리는 것이 '상식'이므로, 대기업 등 "그나마 복지가 나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나마 대기업이 투자 비용 대비 가성비가 나으니까요. 대기업이 아니라 일반 중소기업의 경우엔 누가 봐도 밑지는 장사니 일을 안 하려고(노동력을 판매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게 지금 대기업 지원자수는 하늘을 찌르는데 중소기업 지원자수는 구인난에 허덕이는 역설적인 상황의 원인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중소기업체 다녀보신 분들은 상당수 공감하시겠지만 회사 대표가 대다수의 일을 하급 직원에게 맡겨버리고 자신은 아무것도 안하면서 가장 높은 '월급'을 받아가는 모습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보게 됩니다. 물론 그 '아무것도'의 정의는 제가 함부로 내릴 부분이 아닙니다만, 최소한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는 거죠. 이런 상태에서는 노동력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근무 의욕이 증발하기 마련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