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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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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희
20시간 ·
낯선 도시 스톡홀름에 와서 하룻밤 자고 이른 아침 산책으로 적응중. 동네가 너무 깔끔하고 사람들은 조용하다. 동네 기차역 옆으로는 호젓한 산책로가 나 있다.
여긴 정말 낯설다.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그게 원래 일상의 풍경인데 내가 그새 판데믹 일상에 적응해서인지 여기 와서 마치 벌거벗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 든다.
내가 머물고 있는 애어비앤비의 주인 청년 로빈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를 맞았다. 그는 전혀 코로나를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프랑스와 스페인에 있을 때 어딜 가도 손세정제를 발라야 하고 직원들은 모두 아크릴 판 뒤에 숨어 있었으며 순례길 숙소에선 심지어 배낭도 소독을 해야 했다.
프랑스가 결국 봉쇄 결정을 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로빈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 나라는 도대체 왜 그런데요?
막 프랑스를 탈출한 나는 어안이 벙벙해 한동안 그저 웃음만 흘리다 그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왜 마스크를 안쓰는거죠?
우리도 비행기를 탈 땐 써요. 마스크를 쓰도록 강제하니까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에요. 그러니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고 갑갑한 사람은 굳이 쓰지 않는거죠.
지하철에서는요?
전 안씁니다.
다른 사람들은요?
역시 안씁니다.
모두가 마스클 쓴 사회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눈흘김을 당하지만 여긴 반대인 것 같다.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는 안그래도 이방인인데 더 이방인이 되는 기분이 든다. 저녁을 먹으러 숙소 근처 중국 식당에 들어섰는데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스크 쓴 내게 쏠렸다.
어쨌든 같은 코로나 상황에 전혀 반대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사회에 오니 마스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니까 마스크가 집단 심리와, 개인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안쓰고의 문제가 사회 또는 집단에 의해 강제될 때 그 의료 장비는 단순한 의료적 필요와 별개의 기의(記意)를 갖게 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치부되고 집단에 의한 소리 없는 왕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마스크를 이질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에선 마스크 쓴 사람이 유난하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건강과 위생, 생명의 문제와 전혀 별개로, 판데믹 사회가 오래될수록 집단주의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집단주의의 부작용은 집단의 가치에 순응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소외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 소외는 모욕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오늘부터 천천히 이 나라의 작동 원리를 탐문해야겠다. 내게는 다행스럽게도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를 무척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