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6
2016-01-05 1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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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강변에 뿌려진 하나의 씨앗이었다.
촉촉한 비가 나를 눈뜨게 했고,
따스한 봄볕이 나를 키웠다.
내가 처음 고개를 들어 쳐다본 그날의 하늘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파란 색이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곧 이슬이 내렸고
몇번이나 보아 이제는 익숙해진 해가 뜨면
이내 촉촉한 흙내음이 나를 적셨다.
나는 이 세상에 왜 온 것일까?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세상은 무엇을 담기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일까?
나의 세상살이를 끝낸 것은
이리저리 무언가를 찾던 한 사내아이의 손가락이었다.
끊어진 줄기에서는 미처 못다한 광합성의 흔적들이 새어나왔고
이내 나는 기쁨에 찬 눈을 가진 그 사내아이의 손에 곱게 들려있었다.
무언가 저 아래 두고 온 느낌이 들었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젠 안다. 나는 그 사내아이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었음을.
안녕,
잠시 나를 데리고 있어주었던 촉촉한 흙.
안녕,
언제나 말 없이 내려다 보아주던 늙은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