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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8 18: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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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운걸 잘 못먹습니다. 가리는 음식은 거의 없습니다만 엄청 매운 음식은 별로 안좋아합니다.
김치같은건 먹는 편이지만 오로지 매운 것만을 목적으로 음식들은 먹으면 화가 납니다. '내가 왜 이런 걸 먹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고추가 자기 모양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걸 거의 먹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하도 '하나도 안매워 먹어봐.' 에 속았던 기억이 많아서 트라우마
비슷하게 생겨버렸어요. 청양고추 많이 들어간 음식도 거의 먹지 않습니다.
반면 아내는 매운 음식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또 사랑합니다. 저는 아내 때문에 '캡사이신 가루' 라는 것을 처음 봤구요. 그걸 넣은 신라면
국물 색깔이 형광빨간색이 난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얼마전에는 베트남 고추도 사가지고 왔더군요. ㅎㄷㄷ...
신혼 초에는 그래서 라면을 아예 두개를 따로 끓였습니다.
라면 식성도 완전 달라서 저는 삼양라면 푹~ 익히고 계란은 국물에 풀고 파 썰어 넣고 그밖에 치즈나 그런거 있으면 마구마구 넣어먹는 스타일인데
아내는 신라면 + 캡사이신가루 + 물 적게 + 계란은 풀지 말고 + 면은 밀가루 냄새만 안날 정도 + 가급적 안넣고 깔끔하게 파거든요.
뭐 지금은 시간이 지나자 서로서로 중간으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입맛을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딴 식으로 먹냐?' 고 상대방을 몰아붙이지 않고, 입맛이 틀린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도 아내 좋아하는 매운 닭발이나 그런거 가끔 사가지고 들어가고 곱창볶음도 아내 별도로 찍어먹으라고 매운 소스를 따로 달라고 주문합니다.
아내도 이제는 애들도 같이 먹어야 하니 옛날같이 맵고맵고맵게 음식을 만들지는 않죠.
라면은... 제가 육수+쌈장+마늘+파+버섯 버전 라면을 끓여줬더니 그 이후부터는 라면은 제 담당이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정리하자면 서로의 입맛을 존중하고, 나중에 아이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여러 음식들도 하게 될 테니
그때 식성을 서로 조정하면 되지 않을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