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1
2016-04-19 23:13:27
0
나를 힘들게한 사람을 때리면 진정 속이 시원해질까요?
뭐 성인군자 같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도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상처받은 경험 없는 것도 아니고, 철 덜들었을 때는 몇번 그런 놈들 서너대 때려도 봤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단 한 번도 그렇게 때리고 나서 개운한 기분이었던 적은 없었네요. 특히 맨손으로 사람 때리고나면 그 감촉이 참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서 마음 한켠이 매우 찜찜하더라구요.
누굴 때려서 속 편해지는 상황이 아예 없지는 않겠죠... 저도 같은 반 녀석이 제 가족 관련해서 패드립했을 때나, 꾸준히 시비걸던 녀석 참다참다 주먹이 나갔을 때처럼 뭔가 즉각적인 시시비비가 갈리는 상황에서는 주먹다짐으로 꽤나 속이 후련해지긴 경험도 있긴 했어요.
하지만 본문의 상황 같은 경우는... 그러니까 배신, 서운함, 실망 등과 같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에 대해 폭력으로 반응 했을 때에는... 때린 후에도 마음 속 분노는 여전했고, 사람을 때렸다는 그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이 더해지더라구요. 사람을 때렸을 때의 그 반작용에서 오는 감촉을 몸이 기억해요.
몇번 그런 감정을 느껴보니 그냥 절 심적으로 힘들게했던 사람들이랑은 인연 깔끔하게 끊어버리고 내 삶에서 지워버리는 게 더 정신건강에 좋다고 느끼고 있어요. 분명 님이 말한 행동들은 변명할 여지도 없는 쓰레기들이나 하는 짓이 맞다고 봐요. 그런데 저는 그 쓰레기들을 응징하겠다고 내가 폭력을 써버렸을 때 그 쓰레기에서 튄 오물 때문에 나까지 더러워지는 기분을 느꼈어요.
물론 누군가 나에게 준 상처가 법에서도 죄로 인정할 만큼 악질적인 행동이라면 너 이자식 엿먹어봐라 하는 마음으로 고소미, 인실좆시전하겠지만... 머리가 크고 나선 그런 경우에도 법으로 처리해버리고 싶지 그 대상을 내가 직접 물리적으로 응징하고 싶단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응징하는 것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행위더라구요. 특히 내가 직접 하는 건 더욱이요. 그 순간 아주 잠깐은 분이 풀릴지 몰라도 폭력을 동반한 복수는 내 남은 삶에 떨치기 힘든 찝찝함이 남길 거라는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