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아빠도 알게 되었으니 신랑이 인사를 와야지...</div> <div>아빠가 음식점으로 불러내서 저녁을 먹고 술을 몇잔 걸치며 호구조사를 했다</div> <div>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았고</div> <div>그냥 행복하게 잘 살라고 마무리하셨다</div> <div>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와 신랑이 같이 술먹은 것으로 기억한다</div> <div><br>이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해야할 시점....</div> <div>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적응, 교육 받을 것들, 이것 저것 할 일도 많은데</div> <div>임신 초기라 입덧과 함께 엄청난 졸림에 시달렸고 병원도 자주 가야해서 쉴 틈이 없었....ㅠ</div> <div>급하게 신랑이랑 마트가서 엽산사러 갔는데 판매원이 오메가3도 먹어야한대서 같이 샀음</div> <div>처음엔 괜찮았으나 점점 입덧이 심해지니 오메가3의 냄새가 역해졌지만 </div> <div>급하게 생긴 탓에 혹시라도 기형아로 자랄까 걱정되어 아가를 위해 꾸역꾸역 먹었음</div> <div> </div> <div>주변에 결혼한 사람이 없어 도움 요청할 곳은 전무하여 틈나는 대로 인터넷 검색해서 정보를 얻었고,</div> <div>웨딩박람회를 가면 좀 도움이 될까 싶어 서울로 신랑이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갔음</div> <div>몇 군데 상담을 받으면 상품을 준다기에 그정도 쯤이야 쉽겠거니 했는데</div> <div>처음 예물 상담 한번 받자마자 둘 다 나가리 됨...ㅠ</div> <div>아무것도 모르고 상담받으니 비교하지도 못 하고 그냥 다 좋아보여서 어벙한 상태로</div> <div>반지와 한복들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만 체감하고 돌아왔음<br></div> <div>예식장......</div> <div>예식장 투어는 알지도 못했고, 어머님이 추천한 식장에 갔음</div> <div>배 부르기 전 예식해야해서 여름에 날짜를 잡아야 했는데 비수기라 패키지 할인이 괜찮았음. </div> <div>식대도 생각했던 것 보다 저렴해서 그냥 바로 계약함ㅋㅋㅋ</div> <div>스드메도 거기서 알게 된....</div> <div>웨딩플래너를 많이 껴서 한다지만 왜케 돈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음;;ㅋㅋ</div> <div>별 생각없이 그냥 시댁 근처로 식장 잡게 되어뜸하하</div> <div> </div> <div>상견례.......</div> <div>결혼 날짜 먼저 잡았으니 상견례도 미룰 수 없어 어쩌지 하다가 신랑이 우리쪽으로 오겠단다</div> <div>괜히 우리쪽으로 모셔서 내가 다 찾아보느라고 너무 힘들었음</div> <div>그 전에 전화 상으로 양가 아버님들이 신혼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다 싸울 뻔 하였으나</div> <div>돈이 없는 집이라는 것을 깨달은 우리아빠가 다 내려놓고 일단 알겠다는 말에 마무리</div> <div>내가 엄청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한정식집은 배경은 아주 좋았으나 맛은 고약하여</div> <div>시댁식구들에게도... 우리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했는데..... </div> <div>신랑은 긴장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지만...ㅎㅎ</div> <div>급하게 결혼하게 되어 준비된 것이 없으니 나중에 집 얻을 때 도움주겠다는 내용과 함께</div> <div>서로서로 생략하고 아껴서 결혼 준비하자는 걸로 정리</div> <div>우리 역시 어른들에게 의지해서 하는 결혼인 만큼 최대한 절약하자는 입장이었으니 문제는 없었다</div> <div>그렇지만</div> <div>겉으로 보기엔 우리집은 이혼가정이고, 엄마는 재혼을 했으니 시댁식구가 좋지않게 볼 수도 있는데</div><b></b> <div>거기다가 사고쳐서 시집보내는 우리 집이 뭔가 쩔쩔매는 느낌이 싫었고</div> <div>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엄마가 애쓰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br></div> <div>예물....... </div> <div>뽐뿌를 즐겨하는 남편이 찾아간 곳에서 맞추었음</div> <div>우리는 커플링도 없었고 서로 악세사리를 하고다니지 않아서 </div> <div>다이아 없이 그냥 일반적인 커플링과 귀걸이+목걸이 셋트를 맞추었음</div> <div>확실히 비싼 메이커 반지들은 낄 때 부드러운데 저렴한 반지는 좀 억센 감이 있고, 디자인도 뭔가 부족해.....</div> <div>불가리가 예뻤는데 가격이..... 신랑도 별로라고하고.... 췟...<br></div> <div>한복......</div> <div>시댁 식구분 중에 한복하시는 분이 계셔서 거기로 감</div> <div>종로 한복 골목에 계셔서 좋겠다 싶었는데...</div> <div>그냥 많이 보던 새댁 한복으로 적당하게 맞췄음. </div> <div>원단은 좋았을 지 모르지만 신혼 때 아니면 입지 못할 색....ㅠ</div> <div>두 어머님의 한복은 어머님의 취향대로~ </div> <div>치마가 연한 비둘기색이었는데.... 나는 좀 별로였음. <br>기왕 맞추는거 화사하고 예뻤으면 했지만</div> <div>시부모님과 친지분도 계신데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기도 좀 뭐하고...하하...<br></div> <div>폐백.....</div> <div>아버님이 여호와의 증인이라 폐백 안한다 하셨지만 어머님은 아님ㅎㅎ</div> <div>마침 괜찮은 폐백집이 종로에 있다길래 한복 맞추러 가면서 엄마랑 같이가기로 함</div> <div>한복 맞추고 나서 엄마가 뒤늦게 한복 치수재러 갔음</div> <div>엄마도 한복 색을 보더니 좀 아쉬워했음...... 그래도 시댁식구분이라 막 티도 못내고...ㅠ</div> <div>걸려있는 한복들 중에 정말 예쁜 저고리를 보고 우리가 물어보니</div> <div>우리처럼 결혼 앞둔 어머님들이 맞춘 거라고 하셨음</div> <div>속으로 엄마 환갑 때 더 예쁜 걸로 맞춰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지...하하<br></div> <div>스튜디오 촬영.....</div> <div>예쁘게 스튜디오 촬영도 해야할텐데 다이어트는 언감생심</div> <div>이래저래 잘 먹지도 않고 빡센 스케줄을 뛰었더니 덕분에 살이 안쪘네;;</div> <div>4개월 정도라 배도 안나오고 그냥 평소의 내 모습이었.....</div> <div>그래서 난 결혼사진 별로... 포토샵으로도 내 아쉬움을 채울 수 없음</div> <div>다행히도 친구 두명이 사진촬영날 함께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음ㅠㅜ</div> <div>3시간 만에 후다닥 찍었다고는 하나 정말 힘들었음..... 직업모델 존경합니다.... </div> <div>사진은 신랑표정에 맞춰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ㅋㅋㅋ</div> <div>급하게 잡은 예식이라서 날짜에 맞춰 겨우 액자를 받을 수 있었다</div> <div> </div> <div>신혼여행......</div> <div>임신했기 때문에 짧은 거리의 괌으로 결정</div> <div>나름 허니문인데 숙소는 좋은 곳에서 자고 싶어 폭풍 검색했는데 마침 거긴 세일 상품이 없음ㅠ</div> <div>왠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비싼 돈 주고 차+호텔+비행기 예약!!!!!</div> <div>임신 한 나는 수상레저를 할 수 없기에 자유여행으로....ㅠ</div> <div>요즘엔 먹방여행이 많아지면서 괌에 대한 정보가 많아졌는데</div> <div>그 땐 정보가 별로 없었음ㅜ 그냥 태교여행지라는 정도? ㅎㅎ</div> <div> </div> <div>신혼집.....</div> <div>이것도 나름 알아본다고 여기저기 신랑이랑 돌아댕겼음</div> <div>애 낳으면 나는 그만둘 입장이니 신랑 직장 근처인 인천으로 알아보았는데</div> <div>보통일이 아니었음. 입덧은 항상 함께였으니까.</div> <div>나는 어느정도의 가격대로 알아봐야하는지도 모른채</div> <div>지리도 모르겠고 돈도 없는 마당에 뭘 따질 입장이 아니라 그런지 </div> <div>주택, 빌라 가릴 것 없이 그냥 다 좋아보였음ㅋㅋㅋㅋㅋㅋㅋ</div> <div>그러나 신랑은 애도 걱정되서 내심 아파트에 살 생각이었나봄<br></div> <div>어느 날 어머님이 우리를 데려가서 보여준 낡은 아파트</div> <div>나야 받는 입장에 가릴 수 없기도 하지만</div> <div>이집 저집 살아본 나는 딱히 집에 대해 욕심없음</div> <div>신랑도 괜찮았는지 그 집으로 결정!!</div> <div>월세 30만원에 20평정도 되는 아파트를 얻게 됨<br></div> <div>30년도 넘어 녹물도 심하고</div> <div>나무로 된 창문에 겨울이면 엄청 추운 집이었지만</div> <div>사는 내내 그래도 좋았음</div> <div>도련님이 폐가같은 아파트라고....흠흠....<br></div> <div>혼수.......</div> <div>이리저리 돌다가 가뜩이나 몸도 힘들고 시간도 부족해서</div> <div>마지막 행선지인 전자랜드에서 가격도 괜찮다 싶어 그냥 다 사버림</div> <div>어차피 비싼거 살 형편이 아닌지라...행사상품도 좋아보이고...</div> <div>남자의 자존심 TV</div> <div>내가 TV기능 있는 모니터가 있어서 안 샀으면 했지만....</div> <div>어차피 나도 TV 좋아하고</div> <div>결혼준비하는데 남자가 무언가를 원하고 고를 일이 별로 없어서</div> <div>그냥 사고싶은 걸로 고르게 했음. 그렇다고 막 사치부린 건 아님.</div> <div>신랑은 직구로 사야 싼데 어쩌구저쩌구 했지만...ㅋㅋㅋㅋ<br></div> <div>예단......</div> <div>겉으로는 생략해서 결혼 진행하자고 했으나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div> <div>엄마가 결혼하면서 아무것도 안해왔다고 나름 타박을 받았었던 것 같은데...(아무것도 안한 것 = 예단)</div> <div>이것 만큼은 하면 그만일 수 있지만 안하면 평생 속 썩을 거라며</div> <div>이불+식기+은수저 셋트를 고르고 골라 강제로 보냈다</div> <div>내 생각엔 전셋집 얻은 것도 아니고 월세 사는 마당에 이렇게 따지면 우리집에서 다 해가는 꼴인지라</div> <div>억울했지만..... 엄마가 외동 딸 하나 시집 잘 보내려고 애쓰는데 초칠 수 없어서 그냥 있었다</div> <div>예단과 함께 내 취향은 아니지만 우리집 식기들도 엄마가 나름 좋은 걸로 샀다</div> <div> </div> <div>솔직히 임신하지 않았다면 내가 다 준비했겠지만</div> <div>몸도 힘들고 시간도 없어 집안 살림들은 엄마가 거의 다 준비해주었다</div> <div>내 취향은 아니라 맘에는 들지 않지만....킄ㅠ</div> <div>이래서 친정이 없으면 서러운가보다...<br></div> <div>함.....</div> <div>절차는 생략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복상자에 예물 넣어서 신랑이 들고온게 끝</div> <div>아빠에게 인사왔을 때 엄마 대신 고모가 와주셨다</div> <div>아빠가 결혼 절차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도와 주셨는데</div> <div>고모는 왜 사고를 쳐서 결혼했냐며 철딱서니 없다고 살짝 나무랐다</div> <div>그 땐 잘 몰랐다. 이게 얼마나 불효인지를...</div> <div>자식을 낳고서야 알게 되었지만...</div> <div>정식으로 인사도 드리고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키워주신 은혜를 저버린 것이었으니..</div> <div>아빠가 딸 시집보낼 정도 능력은 되셨으나 내 돈으로 떳떳하게 가고싶었는데</div> <div>그러지 못해 죄송스럽긴했다</div> <div>함을 보고는 딸이 대접도 못 받고 간다는 느낌에 아빠도 슬펐을 것이다</div> <div>기왕 있는 집에 시집 보내서 덜 고생하는 걸 보고 싶었을텐데</div> <div>부모님들은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div> <div>고모도 그래서 더 타박했는지도 모른다</div> <div>함을 받고서 아빠가 맛난 고기를 먹으러 친정식구들 함께 데려갔고</div> <div>본인이 데려가시기도 했고 금전적으로 부담주지 않으려 아빠가 계산도 하셨다</div> <div>신랑은 고맙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을테지</div> <div> </div> <div>이제 결혼 막바지가 되어 틈틈히 사람들 만나 청첩장 돌리고</div> <div>신혼집 정리하다 보니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div> <div> </div> <div>유산 안 된 것이 정말 기적!!</div> <div>임신 초반엔 매일 잠이 부족했고 몸은 미열에 항상 시달렸다가</div> <div>여름이 되니 더운 것도 모를 정도로 체온이 낮았다</div> <div>이 때부터 몸이 망가졌나보다</div> <div>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가끔 왈캌 눈물이 쏟아졌다<b><br></b></div> <div>다행히도 우리 아기가 천사처럼 착해서</div> <div>얌전히 잘 따라와 주었고</div> <div>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더 걱정했지만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div><b></b> <div>힘들고 슬플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괜찮았고 행복했다</div> <div> </div> <div>그 때는 내가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라</div> <div>(아빠랑 살기 때문에 집안일해야함, 직장, 결혼준비, 병원가기 등등....) </div> <div>신랑이 따로 떨어져 있으니 그럴 상황도 아니었지만 많이 의지할 수 없었고</div> <div>내가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놓친 지도 모른 채 지나가버렸다</div> <div> </div> <div> </div> <div>끝난 것 같지만 아직 더 남았습니다...하하</div> <div> </div> <div>뼛 속까지 오유맨인 우리 신랑에게 긴고 긴 이 글을 읽었길 바라며.....</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