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div> <div>요즘 딩크관련 글이 많아 저도 분위기 타서 몇 자 끄적여봅니다.</div> <div><br>저랑 제 아내는 고등학교 때 친구로 알았다가 결혼한 부부입니다.</div> <div>중간에 한 번 헤어진 후 몇 년 동안 다시 친구로 지내다가 29살 나이가 찬 후 다시 만나 결혼한 케이스죠^^;</div> <div><br>서로 대충 만날 만큼 이성을 만났고, 20대를 일 만하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안 후에 결혼을 전제로 다시 시작하니</div> <div>사귀는 도중에도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했었습니다.</div> <div><br>전 수저론을 인정하지만, 그 걸 말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div> <div>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 저희 수저 색깔을 이야기 해야겠지요?</div> <div>저흰 누가 뭐래도 흙수저 였습니다.</div> <div><br>당시 전 레스토랑 매니저를 하다 그만두고 11시간 정도 일하면 일 당 8만원을 받는 현장직 샷시 공사 기능공이었고,</div> <div>와이프도 150만 원 내외의 일반 사무원이었으니깐요.</div> <div><br>모아둔 돈도 저랑 와이프 20대의 전부를 쏟아부어 모은 돈 6천 만원...</div> <div>많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시는 분은 아시다 싶이 이 돈으론 광역시 내에선 거실이 있는 평범한 집 전세는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div> <div><br>저나 와이프 친가에서 도움을 받을 형편도 아니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div> <div>그 즈음 저희 부부는 카페에 앉아 종이와 펜을 꺼내들고 무척 많은 대화를 했었습니다.</div> <div>(그리고 그 대화가 앞으로 우리 부부의 결혼 생활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습니다.)</div> <div><br>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바뀌기 전까진 바뀌지 않는 기준을 정리했습니다.</div> <div><br><strong>1. 양가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말자.</strong></div> <div><br>저희가 생각하기엔 처가, 시댁의 갈등은 당연한 것 같았습니다.</div> <div>부모가 돈이든 뭐든 줬으니, 당연히 지불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는 거라 생각했거든요.</div> <div>결혼 당시 신혼집 비용을 보태줬으니, 그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가 아니라 사람의 기본적 요구라 생각하니..</div> <div>그 걸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혼하여 그 분들의 지분을 없애는 것이 당당한 결혼 생활의 시작이라 생각했습니다.</div> <div><br>그리고 아직까진 그 선택이 맞는 것 같습니다.</div> <div>그럴 필요 없으신데도 부모님은 아직도 그 때 보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시며, 저희 집에 오시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십니다.</div> <div> </div> <div><strong>2. 통상적인 것들은 하되 하지 말자.</strong></div> <div><br>특별한 결혼식은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그냥 통상적으로 적당한 웨딩홀을 빌려 적당한 금액의 식사를 대접한 후 적당히 대접했습니다.</div> <div>마음 같아선 평생의 한 번인데 다양한 이벤트와 좋은 신혼여행지로 떠나고 싶었지만...</div> <div>그냥 부모님이 내신 축의금을 돌려받는 자리니 그 정도도로만 했습니다.</div> <div>신혼 여행도 마티즈 한 대로 쿠팡에서 예매한 호텔을 기점으로 9박 10일 전국 일주 한 번 하고 말았고요.</div> <div><br>다만 집과 혼수는 하지 않았습니다.</div> <div>결혼 하기 전 서로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통상적인 것을 하지 말고 형편대로 살며 조금씩 늘리자고 이야기 했습니다.</div> <div>사실 6천 만원으로 많다고 해도 그 돈으로 집, 세탁기, 냉장고, 장농, 티비 등등등..</div> <div>모든 것을 구매하기엔 택도 없이 부족했습니다.</div> <div>여기는 원 룸 하나 전세가 3천 만원하는 광역시입니다.ㅠㅠ</div> <div><br>그래서 혼수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div> <div>발품 팔고 팔아서 투룸이라 하기엔 방 하나가 너무 작은 투룸을 발견했습니다.</div> <div>건물은 낡았지만 다행히 주차도 되고, 관리인 아저씨가 상주하시면서 꾸준히 관리가 되는 방이었습니다.</div> <div>집주인이 원래는 전세는 받고 싶지 않아 월세로 1년 반 째 내놨지만, 월세로 들어가기엔 낡고 주위에 더 좋은 방이 많아 계속 공가로 되어있어..</div> <div>공인중개사분께서 주인과 계속 딜을 하여 5천 만원에 겨우 세를 받았습니다.</div> <div>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원룸이라 도배 장판은 해주지 않아 조금 더러웠지만, 냉장고랑 세탁기랑 에어컨이랑 가스레인지까지 모두 있었습니다.</div> <div>고맙게도 티비나 침대, 화장대, 전자레인지 등은 친구랑 처제가 선물하여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div> <div><br>전세 5천 만원에 관리비 10만 원.</div> <div>다른 번듯한 신혼부부들의 신혼집에 비하면 정말 가엾을 지경의 집이지만..</div> <div>그래도 실질적으론 월 10만 원에 이 모든 것을 장만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div> <div> </div> <div><strong>3. 빚은 지지 말자.</strong></div> <div><br>그렇게 아둥바둥 시작한 이유는 사실 빚지고 싶지 않아서 였습니다.</div> <div>두 사람 합쳐 월 수입이 300만 원이 될까 말까였습니다.</div> <div>오래된 아파트라도 대출을 받아 다달이 원리금으로 7~80만원 + 관리비까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div> <div>보험료, 공과금, 식비 등등을 추가해보니 더더욱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div> <div>왜 20대의 난 더 열심히 돈을 모으지 못했을까..</div> <div>술 한 번 덜 마셨으면..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은 그 물건을 사지 않았다면..</div> <div>그 걸 100번 만 덜 했으면.. 아주 조금 여유가 더 생겼을텐데..</div> <div>그럼 이 사람한테 아주 조금이라도 돈 생각 적게 하게 할 수 있었을텐데..</div> <div><br>당시 속이 엄청 상했었습니다.</div> <div>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래도 꾸준히 일 당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했는데..</div> <div>그 쪽 사장이랑 뭔가가 맞지 않아 결국 거기도 그만 둔 후, 진짜 말그대로 부르기만 기다리는 일당직이 되어버려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div> <div>더욱 돈의 가치가 무거워졌고, 그럴 수록 더욱 빚은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div> <div>그 때 한 달 벌이는 당시 110~20만 원 정도 된 것 같네요. 한 달에 12일 정도 밖에 일을 못했으니..</div> <div><br>그래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고정 비용이 적었거든요. </div> <div>적게 벌어도 두 사람이 맞벌이 하고, 대출에 대한 제반 비용이 없으니 생활은 가능했습니다.</div> <div>원래부터 가변적인 제 수익으로 생활비 하기로, 와이프 수입은 100% 저금하기로 짜놨기에..</div> <div>적게 벌 땐 김치랑 계란으로만 버틸 때도 있었지만 항상 월 150만 원은 꾸준히 통장에 저금이 되었습니다.</div> <div>(그리고 3년이 지난 후 통장에만 5천 만원이 넘게 모였습니다.)</div> <div><br><strong>4. 아이는 가지지 말자.</strong></div> <div> </div> <div>처음에는 계획했던 결혼 생활을 그대로 풀어나가는 것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div> <div>그래도 알고는 있었죠. 삶은 내가 계획한데로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div> <div>하지만 결혼한 후의 삶은 그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었습니다.</div> <div>경조사, 명절은 왜 이렇게 자주 오는지..</div> <div>그 때마다 돈은 왜 이렇게 나가는지..</div> <div>그리고 그 돈은 왜 이렇게 아까운지..</div> <div>타이트하게 하긴 하지만 그 타이트함엔 나름의 여유를 가지고 예산을 짰지만, 항상 그 이상의 지출은 나가고..</div> <div>여기에 정말 아이까지 하나 생겨버리면....</div> <div> </div> <div>저희 부부는 원래부터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2세 계획은 없었지만, </div> <div>생활하니 더욱더 그런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이 아주 천천히 스며들 듯 들었습니다.</div> <div>(그리고 세월호에 대처한 국가의 모습을 보고 더욱 더...)</div> <div> </div> <div>주위에선 나이 들어서 외로우면 어떡하냐? 늙으면 보살펴줄 사람 없어서 어떡하냐? 그래도 하나는 가져야 하지 않나 등..</div> <div>많은 말씀을 하시는 것이 사실입니다ㅎㅎ</div> <div>그리고 결혼 2년 까지는 그 말이 듣기 싫었고, 간혹 저희가 딩크가 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습니다.</div> <div>하지만 요즘은 '네 가져야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안되네요. 계속 해봐야죠.'라고 대충 응답하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상대가 듣고 싶어하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는 거짓말을 해주면 듣는 사람과 말하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니깐요.^^</div> <div>어차피 자녀는 이 우주의 단 두 사람만의 문제며, 권한이며, 권리입니다.</div> <div>누구의 말을 들을 필요도, 그래서 떠밀려 낳을 필요도 없다 생각하기에..</div> <div> </div> <div> </div> <div><strong>마치며..</strong></div> <div> </div> <div>지금은 아주 행복합니다.</div> <div>형편도 많이 피고, 그 작은 투룸에서 빌라고 올해 3월에 이사도 갔습니다.</div> <div>여기도 전세이지만 꽤 큰 거실도 있고, 도배 장판도 추가 비용을 내 취향에 맞게 해서 이제 제법 신혼집 같습니다.</div> <div>우리가 사고 싶어하던 양문 냉장고, 비싼 매트리스, 에어써큘레이터 등등 그 간 못했던 것들로 채워놨습니다.</div> <div>숟가락, 젓가락도 새로 샀고, 그 수저를 담을 그릇 건조대도 새로 샀습니다.</div> <div>세탁기도 새로 샀고, 세탁물을 걸 천장 건조대도 2개나 달아줬습니다.</div> <div>좀 여유 있는 남자랑 결혼했다면 이미 3년 전에 해야할 신혼 살림 장만을 이제야 하는게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div> <div> </div> <div>중고지만 흰색 포터도 하나사고, 월세 30만 원 점포 하나 빌려 이젠 제가 샷시나 유리를 시공하고 있습니다.</div> <div>아직은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전보단 수입은 늘었습니다.</div> <div>작년부터 일 년에 몇 번 여행도 가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이렇게 차근차근 제 결혼생활을 만들고 있습니다.</div> <div>서로를 닮은 아이랑 늙어가는 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인생입니다.</div> <div>그리고 서로를 닮아가며 서로만 보며 같이 손잡고 여유롭게 늙어가는 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인생일 겁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쓰다보니 너무 길게 썼네요^^;</div> <div>이 긴 글 읽어주시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 아니 저희 부부가 이렇게 살았다고 기록하는 셈 치고 끄적여 봤습니다.</div> <div> </div> <div>저희가 딩크이니 그게좋다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div> <div>그냥 이런 선택을 한 부부가 이렇게 살고 있구나..정도로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div> <div> </div> <div>모두 행복한 결혼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div> <div>다시 한 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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