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존재감 없이 있는듯 없는듯 평범함을 지향하는 저에게 인생의 한획을 그을만한 흑역사를 남긴 프로포즈 실화를 들려드립니다.</div> <div> </div> <div>타인의 흑역사는 뭐다? 유머다! 그래서 음슴체로 감.</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까지 끝낸 우리는 혼자 독립중이던 와이프의 집을 정리하기 위해 신혼집을 결혼날짜보다 6개월 빨리 구해서 같이 살았음.</div> <div> </div> <div>다세대주택 1층에 자리잡은 작고 아담한 집인데 우리가 들어갈때 집주인이 새하얗게 도배를 해줘서 마음까지 하얘짐.</div> <div> </div> <div>나는 태어나서부터 군대있을때 빼고는 엄마랑 헤어진적이 없어 할줄 아는게 없었고 (엄마가 다해줌 feat 마마보이)</div> <div> </div> <div>와이프는 20살부터 일찍 독립하여 자립심이 강함.(혼자 다함 feat 독불장군)</div> <div> </div> <div>이러니 초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음. 와이프는 미용업 종사자라 회사원인 나보다 퇴근시간이 훨씬 늦은 저녁 9시쯤 집에 오기때문에</div> <div> </div> <div>내가 어느정도 집안일을 해놓아야 하지만 할줄아는게 없으니 와이프한테 맨날 혼나면서 집안일을 함. </div> <div> </div> <div>(지금은 다 잘함 근데 이상하게도 혼나는건 똑같음)</div> <div> </div> <div>그러던 어느날 와이프가 프로포즈 안해줄거냐고 물어보길래</div> <div> </div> <div>내가 프로포즈 해서 당신이 허락해주었기 때문에 지금 같이 살고있는것 아니냐고 했더니 나중에 친구들만나면 다 프로포즈 자랑하는데</div> <div> </div> <div>자기는 할말이 없다면서 프로포즈 이벤트 해달라고 요청함.</div> <div> </div> <div>난 시큰둥하게 프로포즈는 이미 했으니 안할거라고 무슨 프로포즈를 두번하냐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못난 나때문에 힘들어하는게 미안했기에</div> <div> </div> <div>내가 할수있는 정성가득한 프로포즈를 해주기로 마음먹음. (감동의 도가니 탕으로 기필코 널 울리고 말겠어!!!)</div> <div> </div> <div>신혼집 장만하느라 한푼도 없는 나는 비용이 많이드는 이벤트를 해줄수가없어서 집에서 하기로 함.</div> <div> </div> <div>돈많이 안들고 정성을 보일수있는 나만의 프로포즈 계획은</div> <div> </div> <div>하트모양으로 배치한 촛불가운데에 와이프를 세우고 배경음악을 깔고 나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낭독하고</div> <div> </div> <div>꽃다발을 주고 마지막으로 목걸이를 걸어줌 그리고 직접 구운 스테이크와 와인한잔 곁들이면서 저녁식사! 캬~</div> <div> </div> <div>별것 아닌것 같지만 뭔가 분위기는 있어보인다고 생각했음.</div> <div> </div> <div>드디어 프로포즈 하기로 마음먹은 날이 다가옴.</div> <div> </div> <div>미련한 나는 미리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좋았을것을 그당시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div> <div> </div> <div>꽃다발과 목걸이만 준비하고 다른건 하나도 준비를 하지않음.</div> <div> </div> <div>우리동네엔 대형마트가 없었기때문에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님ㅠ</div> <div> </div> <div>그러다보니 너무 더웠음. 집에와서 팬티바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함.</div> <div> </div> <div>그동안 미안했던것 고마웠던것 사랑한다는 말 앞으로 잘살자는 말 등 장문의 편지를 씀.</div> <div> </div> <div>편지를 쓰고나니 와이프 올시간이 얼마 안남음.</div> <div> </div> <div>고기! 고기를 구워야해!!</div> <div> </div> <div>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당시 할줄아는게 없었음. 인터넷으로 검색한걸 대충 기억해서</div> <div> </div> <div>와인에 숙성시킨 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최대로 달궈진 후라이팬에 살포시 놓았더니 엄청난 연기와 함께 기름이 사방으로 튐.</div> <div> </div> <div>버터가 없어서 기름을 넣은것이 실수였던것 같음. </div> <div> </div> <div>긴장한 탓인지 가스렌지 후드 키는것도 까먹고 문도 다 닫혀있는 상태였고</div> <div> </div> <div>온 정신을 고기 굽는데에 집중하다 보니 집안이 불이 난것처럼 연기로 가득한것도 모르고 있었음.</div> <div> </div> <div>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짓말처럼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집안이 연기로 가득함.</div> <div> </div> <div>긍정적인 나는 "오~ 불끄고 촛불키면 연기효과 분위기 쩔겠는데?" 하면서 좋아라함</div> <div> </div> <div>하지만 연기가 앞이 잘 안보일 정도라 문을 살짤 열어놓기로 함. 그리고 나머지 미비된 준비를 하고있었음. </div> <div> </div> <div>그러던중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남.(?????)</div> <div> </div> <div>뭐야 누가 다쳤나? 그당시 나의 온 관심은 프로포즈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div> <div> </div> <div>갑자기 누가 현관문을 쾅쾅쾅~하고 두드림. 그때 너무 크게 두들겨서 완전 깜짝 놀랐음 </div> <div> </div> <div>처음엔 무서워서 대답안했는데 계속 시끄럽게 쾅쾅쾅 두들겨서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음.</div> <div> </div> <div>내가 팬티바람으로 맞이 한 건 소방관 아저씨들과 뒤에 구경하고있는 동네 주민들 그리고 울고있는 내 와이프....</div> <div> </div> <div>잠깐이었지만 그 순간 시간이 멈춰있는 것 처럼 느껴졌음.</div> <div> </div> <div>너무 놀래서 그때 무슨말 했는지는 기억이 잘안나지만 열어놓은 창문에서 연기가 엄청 나오니까</div> <div> </div> <div>불이 난줄알고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한것이었음. 그리고 소방차가 도착하고 마침 와이프도 도착함. (하필 타이밍도 좋은듯)</div> <div> </div> <div>나중에 물어보니 소방차가 집앞에 있고 우리집창문에서 연기가 막 나오니까 와이프가 불난줄알고 울고있었던 것임.</div> <div> </div> <div>뒤늦게 정신 차린나는 집안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소방관 아저씨들에게</div> <div> </div> <div>고생해서 출동해주셨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불난거 아니라고 설명을 함.</div> <div> </div> <div>팬티 바람으로 소방관 아저씨들에게 말하는 내모습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네주민들은 웃으면서 갈길 감.</div> <div> </div> <div>소방관 아저씨들도 웃으시면서 돌아가심.</div> <div> </div> <div>다들 돌아가고 난 준비한게 아까워서 프로포즈 시작함.</div> <div> </div> <div>와이프는 눈물로 번진 눈화장 때문에 펜더의 모습으로 나는 팬티차림으로...</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ㅎ</div> <div> </div> <div>감동먹어서 울리는게 목적이었는데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 울리긴 울렸습니다ㅎㅎ</div> <div> </div> <div>와이프가 하트 촛불 가운데 세울땐 자기를 화형시키는것 같았다고 하더군요ㅋㅋㅋ</div> <div> </div> <div>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스테이크는 겉은 타고 안쪽은 그냥 생고기였더라는... 결국 전자렌지에 다시 돌려먹었어요ㅎ</div> <div> </div> <div>요알못에겐 전자렌지와 인스턴트식품이 짱인듯</div> <div> </div> <div>그때 출동하셨던 소방관아저씨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div> <div> </div> <div>저의 흑역사를 남긴 프로포즈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div> <div> </div> <div>글 솜씨가 없어서 두서없이 작성하여 이해가 안되실수도 있으나 그 문제는 잘생기고 아름다운 여러분들의 몫이에요.</div> <div> </div> <div>감사합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