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을 고르라고 한다면 난 주저없이 마누라와 결혼을 선택한거라고 말한다.

좀 더 잘난 직장, 좀 더 나은 대우,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난 그것들을 포기하고 마누라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선택을 한번도 후회해본적이 없다. 

난 세상에 불만이 많은 인간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이기적이었고, 까칠했으며, 타인의 슬픔이 왜 슬픔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내 논리, 내 상황, 내 근거가 중요했고, 그에 따라 타인을 재단하며 살았다.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어린 시절이 그리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것을 지키는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베풀줄 모르고, 내것만 챙기는 사람이 그리 이뻐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마누라를 만났을 때, 이런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밝았고, 배려심 많고, 남을 돕는걸 주저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도 아픔이 있다는걸 알게 되고, 연애를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다른 배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긋나는 부분이 지독하게도 많았다. 

부딪힐 뻔한 일도 많았고, 싸울뻔한 일도 많았지만, 서로 조금씩 이해하기로 했었다. 

연애 3년, 결혼 14년차. 도합 17년동안 이 사람과 함께 있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싸워본 적이 없다. 

서로의 생각과 행동이 마음에 안들어서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그게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꺼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넷을 키우면서도 우리는 싸운적이 없다. 

서로에게 불만이 있을 때 그 불만을 이야기하기로 했고, 서로 입장에서 생각해보는걸 연습했고, 우리는 그 약속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아니, 지금은 약속을 지키는게 아니라 그게 그냥 삶의 방식이 되었다. 

결혼하고 이 사람과 살면서, 난 내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는걸 느낀다. 

나라는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너무 고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마누라를 두번째 만난 모임 자리에서 3차로 갔던 신림동 그 노래방에서, 고민하다 전화번호 찍어달라고 휴대폰을 건냈었던 그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