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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3954
    작성자 : 새침데기남
    추천 : 12
    조회수 : 2731
    IP : 175.193.***.193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1/02/23 14:29:46
    http://todayhumor.com/?wedlock_13954 모바일
    청혼하던날
    <p>와이프가 처가에 내려간지 4주가 지나고있습니다.</p> <p>처가에 내려가기 2일전 저희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아이를 마음껏 보시라고</p> <p>배려도 해준 와이프입니다.</p> <p>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p> <p>공교롭게도 설, 추석 그리고 다시 설 마다 처가에 내려가게 되었네요.</p> <p>코로나 동안에 명절을 각자 집안에서 보내기로 하여 우린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p> <p> </p> <p>와이프가 처가에 내려가면 제가 냉장고 청소, 베란다 부터 집 대청소를 하곤합니다.</p> <p>안방은 침대커버부터 수면텐트 분해서 빨래하고요.</p> <p>주말동안 이불 빨래, 커튼도 다 빨아서 새로 걸어두고, </p> <p>아이놀이방과 작은방 그리고 거실 및 싱크대 정리를 합니다.</p> <p>일종의 세레머니죠.</p> <p> </p> <p>어제, 할일없이 티비를 보는데</p> <p>청혼하던날이 생각나더군요.</p> <p> </p> <p>12월 24일 아침 출근하여 바쁜데, 일은 안하고 청혼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었습니다.</p> <p>근사한 레스토랑, 트렁크 열면 풍선이 나오고 우아아~~이런것들은</p> <p>추억으로 간직하기는 좋으나 눈에서 영원히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p> <p> </p> <p>그래서, 청혼이라는 자작시를 썼습니다.</p> <p>그리고 그날은 오후 3시 퇴근을 해주는 회사였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습니다.</p> <p>오후에 일단 자리에 앉아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동료들에게 사정 설명한 후</p> <p>다시 밖으로 나가 문구점을 찾아 헤매었습니다.</p> <p> </p> <p>역삼역 일대부터 평소엔 잘 보이던 문구, 팬시점이 안보이고, 보여서 가보면 문이 닫혀있는 거에요.</p> <p>그렇게 강남역까지 갔다가</p> <p>청혼을 실패하는건 아닌가 좌절감을 가지며 다시 회사로 돌아오면서 찾아보는데</p> <p>셔터문을 내리려는 문구점을 발견하고 다이빙 하듯이 달려갔습니다.</p> <p>사장님 눈치도 보이고, 빠르게 액자들을 스캔하여 겨우 겨우 샀습니다.</p> <p> </p> <p>그리고 회사에서 여러이미지들을 검색하고, 거기에 폰트 및 색상을 넣었는데</p> <p>안예쁜거에요. 솔직히 유치하고 마음에 안든거에요.</p> <p>곧 3시인데, 빠른 결단력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면서 눈에 튀지 않는 색상으로</p> <p>출력하기를 수회 반복했습니다. </p> <p>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손에들고 퇴근했습니다.</p> <p> </p> <p>참고로 결혼식은 12월 28일 이라서, 와이프가 먼저 신혼집에 들어오겠다 선언을 했기 때문에</p> <p>결혼 2주전부터 같이 살았습니다.</p> <p>퇴근후, 집에 도착했는데 그날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p> <p>와이프가 저에게 화를 냈고, 서로 마주보고 앉아 전 외투를 벗지도 못한채</p> <p>약 2시간 동안 설득을 당하고 있었습니다.</p> <p> </p> <p>그렇게 저녁먹기전까지 냉랭한 분위기 속에 자기는 이제 할말 다했으니</p> <p>오빠도 뭐 할말이 있으면 해보래요.</p> <p>그래서, 외투속에 감춰든 액자를 꺼내 보여주며 청혼 하려고 했었다.</p> <p>미안하다고 하며 액자를 건네었습니다.</p> <p> </p> <p>조심스럽게 꺼내보고 읽더니 울더라구요.</p> <p>자기가 미안하다고, 진작 보여주지 왜 이제서야 보여주느냐...</p> <p>자기 나쁜년 만들고 좋냐고, 그러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p> <p> </p> <p>이렇게 청혼은 버라이어티 하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고 두사람의 축복도 소소하게</p> <p>우리 둘만의 청혼은 이루어졌습니다.</p> <p>결혼 후, 아이가 걸음마 하기 전까지 화장대에 놔뒀다가 아이가 다칠까봐</p> <p>서럽에 보관했던 액자를 어제 꺼내보았습니다.</p> <p> </p> <p>7년이 지난 지금도 새것처럼 투명하게 반짝이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p> <p>신혼때, 친구들이 오면 그 액자를 보여줬던 와이프의 모습도 상상이 됩니다.</p> <p> </p> <p>요즘은, 전화통화를 하면 예전 데이트할때처럼 오랜시간 통화를 하는 것 같아요.</p> <p>와이프가 좀더 있다오면 더욱 예전 처럼 오래 통화할텐데...</p> <p> <img style="width:454px;height:857px;" alt="KakaoTalk_20210223_001526613.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102/1614057780f94201ad2f864313b4b196bede8128da__mn795154__w800__h1167__f139184__Ym202102.jpg" filesize="139184"></p> <p> </p> <p>제가 만든 청혼이라는 액자입니다.</p> <p>저의 자작시 중에 TOP5 정도로 좋아하는 시입니다.</p> <p>그중에 제일 좋아하는 문구는</p> <p> </p> <p>" 쉼 없이 달려온 서로의 삶에<br>너와 나 둘이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br>산 넘어 노을지는 붉은 태양보다<br>더욱 정열적으로 살아가자 " 입니다.</p> <p> </p> <p>우린 이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잘살고 있는거 같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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