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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0534
    작성자 : 요레요레요
    추천 : 54
    조회수 : 3920
    IP : 118.42.***.20
    댓글 : 53개
    등록시간 : 2017/09/29 12:41:19
    http://todayhumor.com/?wedlock_10534 모바일
    아내가 드디어 뿔났다.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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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명절이 되면 집안을 지옥의 센터자리로 만드는 작은어머니들.

    다행히 아내가 명절의 악순환을 잘 끊어주어 우리집은 별 탈이 없다만 작은어머니의 며느리들은....
    명절 전 후로 제수씨들의 괴로움은 극에 달해 우리 아내의 전화통은 잠잠할 날이 없다.

    좋은 꼴만 보고 가시라고 그 많은 차례음식도 아내가 손수 다 하고
    조카들 선물에, 동생들 용돈까지- 한 달에 10만원씩 따로 모아놓았다 손 크게 쏘는 아내가 있는데도
    작은어머니들 욕심은 끝이 없다.

    제수씨들에게 한 달 전부터 이런 시댁이 어딨냐면서- 이번 연휴는 친정에 가지말고 시댁가서 보내자며
    작은어머니들끼리 단합이 되어 온 집을 들쑤셔놨더랬다.
    주는 밥 먹고 용돈에 선물까지 받아오는데, 미안해서라도 이번에는 연휴기간 내내 아내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며칠 전에는 퇴근하고 돌아오는 사촌 제수씨가 우리 집에 들러 엉엉 울면서
    정말 도망가고 싶노라고, 이러면 안되는데 잘해주시는 형님까지 원망했다며 아내 앞에서 울부짖는데....

    제수씨가 간 뒤, 아내는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결연한 표정을 지은 뒤
    오늘 집을 나갔다......

    물론, 사촌 제수씨들을 모두 데리고.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거액의 용돈과 함께 사라졌다.

    밤새, 차례음식 가이드를 만들어 예쁘게 프린트 해 놓고
    각 집의 아들들에게 전해주라는 말과 함께
    DSLR과 삼각대를 챙겨 거대한 트렁크를 이끌고 공식적인 가출을 감행했다.

    어디를 가는지 묻지 않았다. 
    언제 오는지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그동안 수고했으니 내 조상 차례상은 조씨끼리 알아서하겠다며
    잘다녀오라 허락하셨고 아내는 당당함의 증거로 아버지께 금일봉을 받은것이다.
    작은어머니들은 그동안 떼먹은 돈이 있으니, 아버지께 할 말이 없을것이고.

    조씨 집안 남자들은 단체카톡창을 만들어 정말 잘됐다며 신이 났다.
    그동안 아내들에게 미안하고 형수님께 죄송해서 명절 전후로 불편했는데 이번에 한 번 해보자고.
    양반가에서는 원래 남자들이 다 했던 거 아니냐면서, 이걸 차라리 빨리 정착시켜 명절 전 후 눈치 좀 그만보자고 한다.

    역시 몸보다는 마음의 평안이 최고다.

    퇴근하고 시장에 들러 전을 살 예정이고, 동생들이 과일을 사기로 했다.
    아버지께서는 원래 차례는 차 한 잔 올려놓고 해도 되는거라며 가족이 화목해야 조상님이 편하시다고 신경쓰지 말라셔서
    우리는 대충 준비하고 밤새 남자들만의 한풀이를 할 예정이다.

    우리 아내는 지금 한국에는 있는거겠지.
    가만 보니 차도 큰 거 빌린 것 같은데, 사고 내지 말고 잘 싸돌아다니다
    지역 특산물 맛있는 걸로 사 왔으면 좋겠다.



    요레요레요의 꼬릿말입니다
    장모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아내가 언제 올 지 모른다고...차례지내고 바로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장모님과 아주머님께는 이미 호텔 스파를 끊어드려서 나가실거라며 그냥 쭉 쉬라고 하셨다.

    형님께서는 사돈댁에서 차례를 드리고 연휴에 사돈댁에 계실 모양이다.

    이래저래, 평온하고 긴 연휴가 될 것 같다.
    비상금으로, 레고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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