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서류를 접수하는 날이 다가오자</div> <div>나와 같이 워홀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회동을 가졌다.</div> <div><br>당시 워홀을 준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div> <div>다음과 같은 소문이 퍼져있었다.</div> <div><br>1) 서류 도착 순서대로 접수해서 발급해준다.</div> <div>2) 몇 백자 이상의 자기소개서만 골라내서 심사한다.</div> <div>3) 그냥 운이다.</div> <div><br>어느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 판단이 되지 않았던 우리는</div> <div>그냥 모든 것을 최대한 만족시키기로 하고</div> <div>우선 자기소개서를 꽉 채우는 데 전념했다.</div> <div><br>며칠이 더 지나, 제출일이 2일 남았을 때</div> <div>우리는 한 번 더 모였다.</div> <div>자기소개서를 서로 보여주며 오탈자를 점검하고</div> <div>언제 서류를 어떤 곳에 제출하는 것이 가장 빠를지</div> <div>논의했다.</div> <div><br>모 대기업 비서로 근무하던 친구 하나가</div> <div>광화문 우체국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는다)이</div> <div>가장 먼저 집배를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div> <div>선착순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div> <div>우리는 새벽 6시반에 근처 카페에 모이기로 결정했다.</div> <div><br>서류 제출 당일, 근처 카페에 모든 인원이 빠짐없이 모인 우리는</div> <div>커피 좀 마시고, 7시쯤에 광화문 우체국으로 출발했으나</div> <div>아뿔싸, 이미 우체국 앞에는 꽤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div> <div><br>왜 나는 우리가 가장 빠른 사람들이겠지 으히힛, 하고 생각했던 건지</div> <div>우리만큼 워홀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을 줄이야,</div> <div>정말 나는 몰랐다.</div> <div>게다가, 그 줄 사이사이에는 서류를 최소한 수십통을 가지고 있는</div> <div>대행으로 보이는 아저씨들도 간혹 보였다.</div> <div><br>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div> <div>그 때 당시 워홀합격가능자는 대략 2000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div> <div>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 모인 봉투들만 봤을 때도 100명은 넘어보이는데</div> <div>지방에서 올라오는 것, 서울에 다른 우체국에서 집배되는 서류를 생각하면</div> <div>우체국 1번으로 제출한다 해도 과연 승산이 있을까 </div> <div>더럭 겁을 먹은 것이다.</div> <div><br>우리 그룹의 어떤 형은 봉투에 찍힌 도장 시간으로 판단되는 거니까</div> <div>너무 걱정말라고 하는데, 도장에 시간이 찍히던가? 부터 시작해서</div> <div>나 이거 할라고 휴학까지 하고 돈 벌고, 휴학 연장까지 했는데</div> <div>못 가면 어쩌지 라는 근시안적인 걱정까지 샘솟기 시작했다.</div> <div><br>나의 이런 걱정과 우려는 </div> <div>우리들의 봉투가 하나도 빠짐없이 접수원 분들께 인계되고 난 다음에</div> <div>다소 풀렸다.</div> <div>이젠 뭐 어쩌겠어, 서류는 날 떠났다.</div> <div>남은 것은 모두 운이다. 운은 항상 내 편이었다.</div> <div>등의 자기위로를 쉴 새 없이 시전했던 것 같다.</div> <div> </div> <div>급한 일이 있어 가야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div> <div>다시 카페에 모여앉아 합격하게 되면 어디로 갈 것인지 얘기가 오고갔다.</div> <div>캘거리, 벤쿠버, 토론토, 오타와 등등,</div> <div>이미 자신의 목적지를 정해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div> <div>그곳에서 어떤 일을 구할 것인지까지 세세하게 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었다.</div> <div> </div> <div>사람들의 목적지와 얘기를 듣던 나는 </div> <div>과연 어떤 곳으로 가는 게 좋을지 그제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