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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짝사랑이랄까.
고1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나는 미술학원에서 그림도 못그리고 학원만 매일 째는 주제에
구석에 앉아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3개월 동안 학원에 다니는 동안 친구 하나 없다는게 말이 될 수 있는가 싶겠지만, 정말 없었다.
나와 같이 들어갔던 만화부 친구가 그 학원의 인싸갑으로 등극할 당시에,
나는 내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곤 돌아가는 길에 골똘히 고민할 정도로 말이지.
그런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선생님께 욕먹어가며 잘 그려지지도 않는 아그리파를 그리고 있을때,
한 여자애는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아 살짝 까만 피부와는 다른 밝은 기운을 뿜어가며 말을 걸어 주었었다.
3개월쯤 구석에 앉아있던 어두컴컴한 놈이 갑자기 밝은 척 했다간 컨셉충인 것 같아 보일 것 같아
틱틱 거리며 그 아이의 말에 대답을 해 주곤 했다.
하루종일 학교에 뭔 일이 있었네, 점심 식사는 뭘 했네, 이 그림 좋네, 학원 째면 뭐하니-부터 시작해서
내 연습장을 꺼내 보지를 않나, 폰 줘봐 내 전화번호 저장해줄께 등등 (그 애의 전화번호가 유일한 학원친구 전화번호였지만.)
잘 대답하지도 않는 녀석을 옆에 두고는 그 아이는 수 없이 창 밖의 참새 마냥 조잘조잘 대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학원에 들어가면 가장 그 애가 먼저 인사를 걸어주고,
학원을 나올땐 가장 그 애가 먼저 손을 흔들어줬다.
그게 참 좋았다.
그게 참 좋았지만 학원을 관뒀다.
매일 너는 드럽게 못그린다고 말을 듣는것도 지겨웠고,
아그리파와 줄리앙만 그리는 것도 무척 지겨웠기 때문에.
학원을 관두고 일주일동안 공허했다.
왜 그런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애가 생각이 났다.
그 애한테 짧은 문자를 보냈다.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루가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아, 나같은 녀석이 괜히 그 아이에게 설렜나 보다 라고 떨어진 자존감으로 슬펐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 나흘이 되는 순간,
나는 그렇게 그 아이의 번호를 지웠다.
일주일 뒤, 학교에서 듣기 싫은 수학 수업을 듣던 도중 문자가 왔다.
'폰이 고장나서 연락처가 다 날라갔었는데, 누구신가요? 그래도 고마워요.'
라고.
답장을 보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나는 결국 보내지 못했다.
그 아이의 밝은게 좋아.
하지만 나는 밝지 않으니까 멀어지는게 낫지 않을까.
-라고.
.
.
.
문득 백예린의 산책을 들으면서 그 아이가 떠올랐다.
이젠 17년 전의 이야기지만,
가끔은 너와 둘이서 갑갑했던 은행사거리를 벗어나
아파트 단지 사이의 공원을 산책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그랬으면 조금은 빛바랬던 고등학교 시절이 밝아 보이지 않았을까 하며.
- 산책 듣다가 문득 감성돋아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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