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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tar_339086
    작성자 : MI_Kei_AN
    추천 : 12
    조회수 : 3925
    IP : 211.226.***.184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5/12/14 01:43:35
    http://todayhumor.com/?star_339086 모바일
    아주 오래전 소녀시대를 본.ssul
    때는 이천칠년 팔월 십오일. <div>독립운동도 안했는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광복절 특사마냥 비장한 표정으로 전역증을 받고,</span></div> <div>병역의무 독립 만세를 외치며 영문 밖으로 나갔다.<br><div>못난 식충이를 테이크아웃 한다고 가게도 닫아두고</div> <div>부대까지 마중나온 어머니의 차를 타고 그토록 바라던 집까지</div> <div>신나게 시속 120km로 집까지 달려나갔다.</div> <div><br></div> <div>칼각 잡힌 군복은 전역에도 기가 죽지 않았고</div> <div>사단장 지침으로 인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딜 가든지 쪽팔림 지수를 +20 해주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5미리 바리깡으로 사방팔방 밀린 머리에도 불구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집에 가면 뭘 먹을지, 어떤 친구놈을 골탕먹이러 면회를 갈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역하던 시점에 친구들은 모두 부대에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패기로운 생각을 하던 찰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천 휴게소에서 밀린 니코틴 충전도 하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주머니에 간지나게 손도 넣어볼 생각으로 정차를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생각해보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역하기 한두달 전 즈음인가부터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녀시대가 등장해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시만난 세계' 뮤직비디오를 매일 아침 점심 저녁마다 듣곤 했는데</span></div> <div>당시 군바리 답지 않게 걸그룹보다는 넬이나 이승환을 빨고 있던 나로썬</div> <div>'노래는 괜찮은데 그룹 네이밍 센스가 천상지희 다음으로 그로테스크한 걸그룹'</div> <div>이라고 매우 정직하게 생각했던듯 싶다.</div> <div><br></div> <div>이천휴게소에 내리자마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매점에 들려 당분이나 채우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칸쵸를 막 집어들었는데, 한무리의 여자애들이 꺅꺅 대면서 오고 있었다.</span></div> <div>뭔 애들이 이래 시끄럽대? 하며 고개를 드는데</div> <div>정말 표현의 가감을 제외하더라도 '후광이 비치는. 그야 말로 빛나는'</div> <div>그런 애들이 오는 것이었다. 그게 소녀시대였다.</div> <div>한창 신인일 무렵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고</div> <div>싸인해 달라는 사람도 없어서 꽤나 자유로운 느낌이었다.</div> <div><br></div> <div>군필자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걸그룹을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div> <div>하루종일 틀어져 있는 엠넷때문에 어떤 걸그룹이 있는지, 어떤 걸그룹이 가장 예쁜지,</div> <div>멤버는 몇명인지, 요새 힛한 노래는 뭐가 있는지 정도를 모르는 군바리가 있다면</div> <div>그 녀석은 필경, 예수와 부처 사이에서 장기를 둘 수 있을만큼의 성자일 가능성이 높다.</div> <div>수컷으로 태어나 폐쇄된 환경에서 굶주리다 보면 어쩔수 없이 늘어나는 본능이고</div> <div>'넬'의 팬을 해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중 남고 군대 테크를 착실하게 밟아온 나의 억눌린 본능은</span></div> <div>걸그룹에 눈길이 자연스레 가도록 유도하니까.</div> <div><br></div> <div>여튼. 소시 멤버들이 우르르 매점으로 와서 주전부리를 고르기 시작했다.</div> <div>그중에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티파니와 태연이 옆에서 초코송이를 고르는데.</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 진짜 윌-오-위습이 다가오는줄 알았다.</span></div> <div>좀 더 회상해보면 막 휘황찬란한 빛이 다가와서</div> <div>과자를 낚아채는 그런 기억인데.</div> <div>매니저에게 '오빠 나 이거 사도 되요?'라고 물어보는 그 말을 듣자 마자</div> <div>'내... 내가 사줄께! 내가!!! 아니 바치겠습니다!'하고 싶을 정도였다.</div> <div>허나,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처참한 나의 '이 사람은 갓 전역한 군바리입니다' 스러운 몰골로는</span></div> <div>싸인을 해 달란 말을 걸 용기와 패기조차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그라 들어서 말 할수가 없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단장. 사단장은 주적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집에 돌아가자 마자, 선배들한테 전화해서</span></div> <div>전역했으니 술이나 당장 내놓으세요 라는 말 보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소녀시대를 봤다고</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 했지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들 '소녀시대가 뭐냐?', '뭔 듣보냐'하면서 극히 일반인 스러운 말들을 하는 통에 묻혀 버렸고.</span></div> <div>나 스스로도 술과 술로 연속되는 사회화 과정에서 기억이 잊혀졌었다.</div> <div><br></div> <div>문득, 오늘도 하루 세번 러블리즈 MV를 로테이션으로 쭉 보다가</div> <div>영상에서도 환하게 비치는 케느님의 후광을 보면서 그 때가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떠오르더라.</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서 끄적여 본다.</span></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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