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아이유 뮤직비디오 후기-</div> <div>오늘 와이프가 나중에 고야가 초등학교가서 인터넷 보고 아빠가 </div> <div> 아동성애자냐고 물으면 어쩌냐고 했다.</div> <div>나와 우리 동료들은 뮤직비디오 작업이 끝나면 팬들의 다양한 해석을 나름 즐기는 편이었다.</div> <div>우리 의도보다 멋지게 해석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div> <div>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직접 작업한 나의 해석과 제작과정도 들어보자.</div> <div>아이유 뮤직비디오 제작과정에 대한 후기와 과정을 되짚어 봐야겠다.</div> <div>첫 회의는 모든 곡이 여러 가지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는 아이유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div> <div>-푸르던 </div> <div> 소설 소나기를 읽고 지은 곡이라 했다. </div> <div>아이유는 소나기가 한번 지나간 뒤에 모습을 하고 있다.</div> <div>죽은 후에 모습일 수도 있으며 소년을 생각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div> <div>“그날 알았지 이럴 줄” 이건 몰랐다 그날 열애설이 터질 줄.</div> <div>-새신발</div> <div>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아이유의 귀여움을 보여주자. 너무 잘해주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div> <div> 신발을 은색으로 해야하나.. 신발을 세번쳐야하나 였다. 편집 리듬감상 한번이 좋았다.</div> <div>-제제 </div> <div>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나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div> <div>첫 회의 때 이미 아웃풋이 어느 정도 결정되었다. 자켓사진 촬영을 마친 상태였고 </div> <div> 이미 그 자켓 사진에서의 이미지는 더할나위 없는 나무였다. </div> <div>우리는 거기에 오렌지를 몇 개 더 얹고 촬영된 소스를 애니메이션 작업하기 시간상 촉박해 프레임 수를 걷어내</div> <div> 스톱모션처럼 보이게 하기로 했다. 우리 아들을 특별출연시켜서 추억을 만들어볼까 했지만.. 통제가 안된다.</div> <div>-스물셋</div> <div>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릴 때 동화로 접하고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div> <div>처음 아이유의 가사 설명을 들으니, 그때의 느낌처럼 요상하지만 동화스럽고 재밌는 가사였다.</div> <div>나도 몰라 너도 몰라 맞혀봐. 나 뭐게? 질문을 던지거나 답을 안주는 모습이 체셔고양이의 </div> <div> 모습에서 출발했다고 했다.</div> <div><br>그 가사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요상하고 기존에 아이유가 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표현하기로 했다.</div> <div>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리듬감이다.</div> <div>시간이 흐르면 나도 까먹을 테니 나중에 우리 아들도 이해가도록 쉽게 </div> <div> 각 장면에 대한 연출 과정을 기록해봐야겠다.</div> <div>- INTRO 케잌장면</div> <div> 초반에 제목을 강하게 상기시키기 위해 케잌앞에 아이유를 앉혔다. “23” 케잌에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조던도</div> <div> 새겨놓을까 했지만 동료들이 별로 재미없다고 해서 패스. 현장에서 배우에게 물을 뒤집어 씌운다거나</div> <div> 케잌에 얼굴을 박는다거나 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 다시 한번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케잌도 비싸니까.</div> <div>케잌을 맛보고 정신을 잃으며 얼굴을 박을래, 의자 뒤로 쓰러질래 선택지에서 </div> <div> 그런 자신의 모습을 팬들이 본적 없으니. 아이유는 얼굴을 박자고 했다.</div> <div>케잌에 얼굴을 박으며 못난이가 되는 모습은 현장에서도 모두 웃을 정도로 즐거웠다.</div> <div>-화장을 하는 장면</div> <div> 마스크팩으로 시작한 이유는 케잌에 박은 얼굴에서 연상되는 크림 묻은 얼굴에 연장선이다. 일종의</div> <div> 트랜지션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연결 느낌이 나지 않아 아쉽다. </div> <div>아이유가 일어나서 화장대로 걸어가며 악기가 추가되며 리듬감이 살기 시작한다. </div> <div>“아가씨태가 나네 다 큰척해도 적당히 믿어줘요” </div> <div>가사 내용과 맞추어 미숙한 화장과 어른흉내 내는 엉뚱함이 재밌겠다 싶었다.</div> <div>그래서 크레파스를 루즈대신 사용하고 헤어드라이기 조작도 미숙하다.</div> <div>개인적으로 여가수가 예쁜 척을 안 했는데 예뻐 보이면 좋다. 앞머리가 얼굴을 뒤덮는 헤어드라이어 장면이</div> <div> 그래서 좋다.</div> <div>-“때려치고싶어요 - 돈이나 많이 벌레”</div> <div>이것 역시 가사 그대로 따라가되 . 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가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보이면 좋을 것 같았다.</div> <div>“난 그래 사실 지금이 좋아요 “ 흔한 안무 립싱크 장면에서 “아냐 사실은 때려치우고 싶어요” 갑자기 성질을 내며</div> <div> 마이크를 쳐낸다. 쳐낸 마이크가 넘어지는 각도와 다음 장면 “사랑이 하고 싶어요” 꽃병은 같은 각도로 넘어진다. </div> <div>리듬감을 주고 유기적인 장면전환을 위한 장치다. 또한 예쁜 꽃병은 사랑을 대변하는 값싸고 구하기 쉬운 소품이다.</div> <div>그 안에 들어있는 흰색 페인트 역시 동화적인 색채를 주기위한 장치다. 누런빛 테이블 파란 벽은 보색. </div> <div>흰색 페인트와 아이유의 흰옷이 잘 맞아 떨어졌다.</div> <div>“아냐 돈이나 많이 벌래”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인데. “벌래” 를 “벌레”로 해석 앨리스에 나오는 담배 피우는 애벌레를 소환했다.</div> <div>그리고 그 벌레를 보고 놀란 또 다른 아이유는 뛰기 시작한다.</div> <div>-후렴 부분</div> <div> 그냥 신나게 뛰자. 리듬감이 중요하니까!</div> <div>갈 길을 알고 있는 듯한 토끼를 따라 계속 뛰다가 액자 안으로 숨는다. 액자는 만들기 쉽다.</div> <div>그럼 2절로 어떤 식으로… 또 유기적으로 넘어갈까.. </div> <div>- “겁나는 게 없어요 엉망으로 굴어도 ~ 늘 불안해요.” </div> <div>액자에서 나오는 동작과 수납장을 열고 나오는 동작을 연결시켰다. </div> <div>작은 공간(액자)에서 큰 공간으로 온 아이유.</div> <div>또 한 번 케잌을 맛보고 뭔가 변한 아이유는 가사에 따라 음식을 뒤엎으며 엉망으로 굴기 시작한다..</div> <div>앨리스의 tea party 장면을 연상케하고자 공간을 꾸몄다.</div> <div>뒤에 그림은 1939년에 사망한 루이스 웨인이란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린 영국작가의 그림을 패러디했다.</div> <div>작가 사망 후 70년이 지난 작품은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다. 교보문고에서 고흐그림이 그려진 에코백을 12000원에 사서 선물한 적이 있다.</div> <div>엉망으로 굴때 채도가 높고 다시 줍기 편한 소재들로 음식을 준비했다. 특히 아이유가 머리에 뿌리고 던진 젤리빈과 초컬릿이 색감도 좋고</div> <div> 그것들이 주는 파티클 효과(후에 그래픽에도 파티클효과가 나올 거니까!) 도 만족스러웠다. </div> <div>한가지 아쉬운 점은 퀄리티를 위해 값싼 플라스틱이 아닌 자기 그릇으로 준비했더니.. 무거워서 식탁보를 시원하게 뒤집지 못 했다.</div> <div>또 편집단에서 가사 타이밍을 정확히 못 맞추었다.</div> <div>- “난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 ~ 뒤집어 볼래”</div> <div>1절과 마찬가지로 모순되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각 구절을 유기적으로 리듬감!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div> <div>아이를 표현하면서 물기 있는 여자도 돼야 되고…죽어야 되고…뒤집어야 된다..</div> <div>일단 배우를 물로 적시자니 앞서 말한 대로 NG 나면 큰일이다.</div> <div>그래서 물병으로 여자 인형을 적시기로 했다.</div> <div>그런데 우리 조감독님께서 물병을 물고 있으면 “아이로 남고 싶어요”가 잘 안 사네요라고 한다. </div> <div>바로 젖병으로 바꾸니 “아이로 남고 싶어요”가 해결되었다.</div> <div>“죽은 듯이 살래요” 앞선 액팅들을 갑자기 멈추며 죽은 척? 죽은 듯? 하는 장면이다.</div> <div>더 큰 텐션을 위해 앞선 액팅을 할 때 무릎을 모으고 앉아있다가 갑자기 쳐지면서 들고 있던 물건들을 떨구기로 했다.</div> <div>“뒤집어볼래” 의자가 뒤집어지며 ?가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맞춰봐.</div> <div>원테이크 처리하고 싶었으나 카메라무빙 속도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div> <div>첫 테이크에 우유병은 뒤집어도 잘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가위로 실리콘 부분을 크게 잘라내었다.</div> <div>너무 크게 잘랐는지 죽은척할 때 옷에 많이 튀었다. </div> <div>우리 똑똑한 조감독은 아이유가 체셔 고양이 아니었나요? 하면서 앞에 우유와 과자를 고양이 사료처럼 세팅해두었다.</div> <div>또 흥미로운 건 실제로 이 촬영 공간은 1절에 화장을 하던 그 공간이다. 예산 절약을 위해 별도로 짓지 않고, 1절 촬영을 마치고</div> <div> 미술팀과 함께 페인트칠과 이정표에 있던 팻말들(이후에 나올) 을 가져다 붙였다. 제법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div> <div>- 2절 후렴부분</div> <div> 롱테이크 느낌을 주었으니 이제 빠른 편집과 다양한 화면 효과들로 채우면 되겠구나!</div> <div>후에 나올 싸이키델릭한 그래픽의 전초를 보여주고.</div> <div>이 부분에서 여러 가지 성격을 동시에 대비시키는 장면을 제시했던 아이유를 위해 </div> <div> 한화면에 대비되는 아이유를 합성했다.</div> <div>서비스로 PPL(헤드폰) ,그림자 장난(내가 즐겨 사용한다) , urban outfitters에서 구입한 곰인형 옷 등 이용했다.</div> <div>-“색안경 안에 비치는 건 이제 익숙하거든”</div> <div>가사를 따라가자. 사람들이 아이유가 하면 가장 놀랄 연출이 뭐가 있을까. 뮤직비디오에서 담배는 무조건 금지다.</div> <div>그래서 좀 심의 위원들도 놀라길 바랬다. 담배는 아닌 것이 담배 같기도 하고 뭐 그런거. 어쨌든 담배가 아니라</div> <div> 뿌우우우 다.</div> <div>-“당신 마음에 들고 싶어요 ~ 자기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도 돼요.”</div> <div>가사 그대로 가자. 당신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 엉뚱한 행동이면서 아이유가 했을 때 대중들이 좀 의아해하거나 재밌어할 행동.</div> <div>그리고 앨리스니 컨셉도 더 살리게 모자장수도 한번 나와주고..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야 되니 머리 위에 뭔가 올려놓자..</div> <div>근데 이제 하이라이트 들어갈 부분이니 무언가 터져야 될 거 같기도 하고… 복잡하다.</div> <div>어쨌든 잘 보이려고 자신의 몸매를 바꿔본다. 그걸 보던 모자장수는 엿을 날린다.(모자이크 처리로 심의 위원님들께 혼란을 줘보자)</div> <div>1절에 “돈이나 많이 벌래->벌레”로 치환하였 듯이 여기서 “맞춰봐”를 “맞혀봐”로 바꾸면 센스 있게 보지 않을까 싶다.</div> <div>그러려면 뭘 쏴야 되고… 총도 심의에 걸릴 거 같으니 화살로 하자. 화살로는 사과를 맞혀야지. 사과를 뽕대신 쓰면 되겠구나.</div> <div><br>아무튼 모든 게 맞아떨어지게 리듬감도 확보되며 만족스럽다.</div> <div></div> <div>- 마지막 후렴</div> <div> 제일 신나게 달리자. 싸이키델릭한 그래픽도 나오고, 앨리스 캐릭터들도 나오고</div> <div>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컨셉이니 이상한 나라를 만들자.</div> <div>자세히 보면 그래픽의 공간은 세트 디자인시 만들어 두었던 군무 세트와 ,tea party공간 모델링이다.</div> <div>파티클도 마구마구 튀고 . 앨리스의 중요한 오브제인 이정표도 나오자. </div> <div>그곳에 문구는 구글링을 통한 앨리스에 나오는 문구들을 그대로 채웠다. 대신 우리 아들 이름(goya)도 적어놨다. 나중에 자랑하려고.</div> <div>해놓고 보니 체셔 고양이가 나타난 부분이 좀 약하다.</div> <div>벽에 어렴풋이 보이는 고양이 / 담배연기가 고양이 / 고양이 사료로 고양이임을 암시 밖에 없었다.</div> <div>그래서 마지막에 아이유가 사라지고 그곳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오게 했다.</div> <div>-엔딩</div> <div> 늘 앞질러가던 토끼만 남아있다 rabbit hole로 들어간다.</div> <div>아이유는 아마도 토끼를 쫓아가기만 하거나 이정표에 적힌 대로 가기보단 아예 다른 곳으로 가버렸나 보다.</div> <div>체셔고양이도 막 사라지니까 .</div> <div>촬영은 재밌었고 결과물도 만족스럽다.</div> <div>아이유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