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line-height:160%;">그동안 잘 있었어? <br><br>우선 맨 먼저 너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어<br><br>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br>모든 일이 순탄하게 되지만은 않았잖니<br> <br>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디면 <br>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이 <br>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br>그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고<br><br>마치 자신들의 일인양 절박하게 지키고 지지해 줬던<br>너희들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br><br>가끔씩 누군가가 내게 질문은 던지지<br><br>"당신에게 팬들은 어떤 존재냐"고<br>그런 난 꼭 이렇게 대답해 <br><br>"나에게 팬들은 절대적인 존재"라고. <br><br>너희들이 있기에 이 모든 도전과 자유가 가능하다는 걸 <br>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는걸 알아줘<br><br>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br>난 사실 너희들한테 약간의 불만도 있어 <br><br>공연장엔서 가끔씩 너희들의 행동이 <br>너무 폭발적이고 무질서하게 치닫는 경우가 있잖니 <br>물론 너희들을 무조건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br><br>아니, 오히려 그런 너희들을 난 누구보다 잘 이해해<br><br>아마도 너희들의 내부 어딘가에서 <br>억눌리고 짓밟힌 억압된 부분들이 폭발하는 거겠지<br><br>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을 듣는 사람으로서 <br>예의를 갖추는 것이 참 아름다운 행동이라는걸 아니? <br><br>내게는 소리지르는 팬들도 소중하지만 <br>소리지르지 않고 조용히 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팬들도 소중하거든<br><br>요즘 팬레터를 읽어 보니 <br>공부가 하기 싫어서 고민이라는 친구들이 있더라구<br><br>내가 만점의 답을 줄 수야 없겠지만 <br>오빠 입장에서 형 입장에서 <br><br>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br>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br><br>우선 공부가 무조건 하기 싫은 건가 <br>아니면 공부말고 꼭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어서인가를 생각해봐<br><br>혹시 다른 일이 있다면 <br>네가 얼마나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를 생각해<br><br>만약 그 일이 네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br>난 그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br><br>'목숨보다 소중'하다는 조건을 내거는 건 <br>여기가 한국이기 때문이야<br><br>우리나라가 좀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라면 <br>굳이 목숨을 내걸지 않아도 <br>공부 이외의 다른 선택이 가능하겠지<br><br>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아직 그러지가 못해 <br>현실을 무시할수 없잖아<br><br>그냥 무작정 공부가 하기 싫다면<br>'아무것도 하기 싫은'마음이 어디서 생겨난건지를 곰곰이 생각해봐<br>그리고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지<br><br>그 경우를 모두 헤아릴수야 없겠지만 <br>혹 부모님과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br>난 이런 얘길 해주고 싶어<br><br>오직 대화만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br><br>나도 누구보다 부모님과 많은 대립을 겪었던 사람이야<br><br>하지만 난 늘 안방에서 <br>부모님과 마주앉아 무릎꿇고 얘기를 나눴지<br><br>그래서 난 결국 부모님을 설득했고<br>최소한 내 입장을 이해시켜드렸어<br>음악한다고 학교를 나올 때도 그렇게 했지 <br><br>물론 쉬운일은 아니야<br>내가 가출했던 것도 그런 이유고... <br><br>하지만 담을 쌓고 입을 다물고 있어봐야 <br>해결되는 일은 없어 <br><br>우리 부모님들 결국 지금 나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셔 <br><br>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얘기를 들려줄까<br>내 얘기? 난 잘 지내고 있어<br><br>가끔은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가<br>길거리를 활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br>지금의 생활도 나쁘진 않아 <br><br>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깐<br><br>4장의 앨범을 내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br>돌이켜보면 난 그다지 변한거 같지 않아<br><br>얼굴은 좀 어른스러워졌고 <br>춤도 좀 늘었지? <br>하지만 키는 안컸고(!)<br>고집도 그대로고 <br><br>남이 하는 말에 혹하지 않는점도 그대로야 <br>그래서인지 아직 술 못먹는것도 그대로이구... <br><br>사실 연예계에 있으면서 <br>술을 못 먹는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지<br><br>지금까지 나한테 술을 먹이려고 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br>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야<br><br>그중에 한 사람이었던 현석형이나 종서형도 이젠 두손 다 들어서 <br>누가 나한테 술을 권하면<br>'그래봐야 힘드니 포기하라'고 <br>옆에서 충고해 줄 정도가 됐어. 크크 <br><br>중학교 때 수업시간에 도망쳐서<br>친구들이랑 소주 반병을 먹은 기억은 있는데...<br>그즈음에 술 취해서 주정하는 친구를 보고 <br>'난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먹은게 <br>지금까지 계속된것 같아 <br> <br>앗. 내가 술 얘기를 너무 많이 했군 <br><br>하지만 이런 고집 덕분에 <br>난 술뿐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도 <br>변치 않을 수 있었는지 몰라<br><br>한번도 돈이나 명성이나 인기...<br>이런것에 연연해서 살지 않았다고 <br>지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할수 있어 <br><br>앞으로도 늘 변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도록 노력할께.<br><br>'너에게'의 가사 기억하니? <br><br>바로 그런 순수함 그대로 말이야... <br>그럼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길~. <br><br><br>1995 스타채널 서태지의 겨울편지 <br></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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