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몇 년도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 </div> <div>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마왕은 음악도시의 시장님이었고,</div> <div>그 날 저녁 밥상에서 배추김치와 깍두기 찌꺼기를 한 통에 쓸어담는 엄마에게</div> <div>구질구질하다고 그냥 버리라고 미친년처럼 짜증을 내고 방으로 들어와</div> <div>습관처럼 라디오를 켜고 노트에 뭔가를 끄적이던 참이었다.</div> <div> </div> <div>그 날 음악도시의 오프닝은, 마치 나한테 들으라는 듯한 한 마디였다.</div> <div> </div> <div> </div> <div><strong>....엄마는 썩은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 그래. 사실은 그게 오프닝이었는지, 중간에 나온 한 마디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그래도 그 한 마디에 욱하고 엄마한테 미안해서 방에서 혼자 훌쩍였던 기억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어느덧 삼십대 중반이 된 나는 오랜 자취생활에 쩔어서 </div> <div>소녀였던 내가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을 </div> <div>여러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해치우는 사람이 되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가끔 남은 김치 찌꺼기를 찌개용으로 한 데 몰아 담을 때면</div> <div>그 때 생각이 나서 피식 웃으며 덩달아 마왕이 생각나곤 했었다. </div> <div> </div> <div>아마 앞으로도 무언가를 하다가 덩달아 그가 생각나서 피식 웃는 일이 많겠지.</div> <div> </div> <div> </div> <div>너무 허망한 그 죽음 앞에, 스스로 그것 하나 위안하며 보내야 할 것 같다. </div> <div>당신은 쉽게 잊혀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div> <div> </div> <div>아 씨발 마왕 목소리 듣고 싶네.</div> <div>이러면서 술 마시다 틈틈이 그의 노래를 틀어댈 거라는 거.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늘이 땅에 필요한 사람을 너무 욕심내서 추려내 가는게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정말. </div> <div> </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