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느 게시판에 써야하나 고민하다가.</span>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이다 게시판도 새로 생겼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느 정도는 사이다 썰 인것 같아서 여기 씁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실 그 아이의 이름도 체팅 대화명도 기억나질 않는다.</span> <div><div>아니 그 일이 98인지,99인지,00 인지도 헷갈린다.</div> <div><br></div> <div>랜덤체팅의 황금기였다.</div> <div>나 역시 집이나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도 지루하면 체팅을 하곤 했다.</div> <div>그 땐 스타크래프트,한게임 테트리스,포트리스,넷마블 가로세로 등 그냥 이것저것 막 했던것 같다.</div> <div>그리고 체팅은 역시나 하늘사랑이 최고봉 이었다.</div> <div><br></div> <div>어느 날 체팅하다가 1:1 대화 신청이 왔다.</div> <div>나는 +술취한호랑이+ , +국가대표댄서+ 란 대화명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던 것 같다.</div> <div>나보다 몇살 어린 친구였다.</div> <div>중2,3이었는지 고1이었는지도 가물가물 하다.</div> <div>그 1:1 대화에서 마치 알고있던 사이인 것 처럼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div> <div>내 기억으론 엄청 오래 대화한 걸로 기억한다.</div> <div>3시간? 4시간? </div> <div>그 후로 나도 그 아이도 체팅에 접속하면 서로의 아이디를 검색 해 접속해 있는지 확인했다.</div> <div>그리고 접속 해 있으면 반가운 마음에 바로 1:1 대화를 했다.</div> <div>가끔 둘의 대화가 심심하면 함께 같은 방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를 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한 6개월 정도 체팅에서 만나 대화를 했다.</div> <div>오래된 친구처럼 편했다.</div> <div>대화의 주제나 내용도 일상 다반사의 편한 대화들 이었다.</div> <div>어느 날 밤, 집에서 그 아이와 대화를 했는데 헤어지기 전 그 아이가 처음으로 내 연락처를 물어봤다.</div> <div>갑자기 연락처를 물어 좀 당황스럽고 의아했지만 그냥 거리낌 없이 연락처를 가르쳐 주고 헤어졌다.</div> <div>그 아이는 핸도폰이 없다고 했다.</div> <div>그리고 그 뒤로 그 아이는 체팅 사이트에 들어오지 않았고 일주일 정도 됐을 때 모르는 번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div> <div><br></div> <div>그 아이의 어머니는 전화를 하실 때 부터 울고 계셨다.</div> <div>아이가 집을 나갔다고 한다.</div> <div>책상 메모지에 적혀있던 전화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div> <div>그게 나였다.</div> <div>나는 있는 그대로 말씀을 드렸다.</div> <div>체팅으로만 대화 한 사이일 뿐 그 아이를 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이름 빼곤 아는게 없다고.</div> <div>그런데도 어머니는 내게 울면서 매달리셨다.</div> <div>도와 달라고. 어떻게든 찾아 달라고.</div> <div>아이가 학교에 친한 친구도 없어서 학교 친구들도 그 아이의 소식을 모른다고 했다.</div> <div>계속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셨다.</div> <div>참..난감했다..</div> <div>폰도 없는 그 아이에게 어떻게 연락을 하나?</div> <div><br></div> <div>일단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최대한 찾아 보겠다고 했다.</div> <div>매일 체팅 사이트에 접속 해 그 아이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만약 그 아이가 내 번호를 따로 적어가서 연락이 온다면 바로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div> <div>어머니는 연거푸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시며 통화를 끝낼 때 까지 울고 계셨다.</div> <div>전화를 끊자 왠지 모를 죄송한 마음과 꼭 찾아야 겠다는 책임감 같은게 생겼다.</div> <div><br></div> <div>떨리는 마음으로 시간 날 때 마다 체팅에 들어가 그 아이의 아이디를 검색해 댔다.</div> <div>off..off..off..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고 중간중간 난 어머니께 위로와 안부의 연락을 드렸다.</div> <div>on....on!!!!</div> <div>그 아이가 나타났다. 심장이 두근거렸다.</div> <div>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언제 접속을 끊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일단 말을 걸었다.</div> <div>최대한 자연스럽게.</div> <div>"어?모야? 오랜만이네.ㅋㅋㅋ왜케 뜸했어. 잘 지냈어?"  뭐 이런식으로 말 했던것 같다.</div> <div>다행히도 바로 대답이 왔다.</div> <div>그 아이 역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처럼 얘기했다.</div> <div>행여라도 눈치 챌까봐 그 날은 그렇게 대화를 끝냈다. </div> <div>내일 다시 체팅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div> <div>그리고 어머니께 전화해서 마치 지금 옆에 있는것 처럼 들 뜬 마음으로 전화해서 말씀 드렸다.</div> <div>어머니는 오늘 당장 만나기로 하지 그랬냐며 조바심을 내셨고 갑자기 그러면 눈치 챌 수 있으니 날 믿고 좀 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드렸다.</div> <div><br></div> <div>어머니는 날 믿지 못 하셨는지 다음 날 그 아이의 사촌오빠 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시켰다.</div> <div>그 사촌오빠는 어린 나에게 압박을 주고 싶었는지 일부러 목소리를 깐 듯 굵고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div> <div>그리고 역시 날 못 믿는지 지금 애들(?) 풀어서 그 아이를 찾고 있다는 등의 얘기로 은근히 겁박을 주었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그 아이는 약속대로 체팅에 들어왔다.</div> <div>또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중 그 아이가 무심코 "배고프다"고 했다.</div> <div>그래!!이거야!!</div> <div>바로 들이댔다.</div> <div>"밥 안 먹었어? 밥 사 줄까? 어딘데?"</div> <div>그렇게 얘기 도중 그녀는 내게 사실대로 가출한 일을 털어 놓았다.</div> <div>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div> <div>그녀는 친구 커플의 집에서 지내는데 눈치도 보이고 불편하다며 나에게 며칠만 재워 달라고 했다.</div> <div>무조건 알겠다고 했다.</div> <div>그리고 일요일 저녁 6시에 서울의 한 지하철 역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아이에게 내 번호를 알려줬다.</div> <div><br></div> <div>어머니와 사촌오빠와 번갈아 가며 여러 번 통화를 했고 그 날 그 장소에서 1시간 일찍 만나기로 했다.</div> <div>당시 그 지하철 역 이름도 생소했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찾아간 걸 보면 유명한 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1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을 때 이미 그들은 그곳에 나와 있었다.</div> <div>아버지와 어머니, 사촌오빠.</div> <div>어머니는 처음 본 날 보자마자 또 눈물을 흘리셨다.</div> <div>사촌오빠는 목소리와는 달리 작고 마르고 곱게 생긴 분 이었다.</div> <div><br></div> <div>나름 작전을 세웠다.</div> <div><br></div> <div>가족분들은 근처 건물에 숨어 계시고 내가 그 아이를 만나 밥집에 들어간 후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 드리기로 했다.</div> <div>아버지는 혹시 모르니 갖고 있으라며 밥값 이라고 돈 봉투를 내미셨다.</div> <div>이따 아버지가 직접 내시라고 하고 거절했다.</div> <div>사촌오빠는 날 구석진 곳으로 데려 가더니 담배 한대를 주고는 그동안 본의 아니게 일부러 무섭게 통화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div> <div><br></div> <div>그 아이를 기다리는 1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div> <div>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고 난 내 위치와 옷 차림새를 정확히 알려줬다.</div> <div><br></div> <div>저 멀리서 그 아이가 걸어 온다.</div> <div>그 아이도 내가 못 미더웠는지 친구 2명과 함께다.</div> <div>얹혀 살고 있다는 커플인가 보다.</div> <div>문자도 친구의 폰으로 보냈었나 보다.</div> <div>그 커플은 딱 봐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div> <div>염색, 귀걸이, 화장, 옷차림 등..</div> <div>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다.</div> <div>그 아이는 달랐다. 참 고왔다.</div> <div>귀엽게 생긴 얼굴, 밝은 표정, 단정하게 묶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수수해 보이는 옷차림.</div> <div>그냥 지금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div> <div><br></div> <div>웃으면서 인사했다.</div> <div>그 아이도 웃었다.</div> <div>"배 고프지? 뭐 먹을래?"</div> <div>대답은 그 커플 중 여자아이가 대신 했다.</div> <div>저기가 맛 있다며 가까운 곳의 한 분식집을 가리켰다.</div> <div>다 같이 들어가 김밥, 떡볶이, 오뎅 뭐 이것저것 시켰다.</div> <div>음식이 나오고 아이들은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div> <div>난 담배 한대 피우고 온다며 가게를 나왔고 작전을 바꿔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건물로 직접 걸어갔다.</div> <div><br></div> <div>가서 가게 위치와 이름을 알려 드리니 아버지는 바로 그곳으로 가시려고 하셨다.</div> <div>지금 아이들이 밥 먹고 있으니 조금만 이띠가 가시면 안 되겠냐고 부탁드렸고 아버지는 알겠다고 하셨지만 불안 하셨는지 골목 끝에서 계속 그 분식점의 출입문을 쳐다보고 계셨다.</div> <div><br></div> <div>5분 정도 흘렀을까.</div> <div>아버지와 어머니는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고 하시며 그 분식집으로 향하셨다.</div> <div>난 그 사촌오빠를 불러서 미리 준비해 둔 편지 하나를 드리고 전 이만 집으로 가겠다고 말씀 드렸다.</div> <div><br></div> <div>부모님을 보고 깜짝 놀랄 모습. </div> <div>원망스럽게 날 쳐다 볼 모습.</div> <div>가족들에게 혼나는 모습.</div> <div>우는 모습.</div> <div><br></div> <div>그 어떤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div> <div>다행히 사촌 오빠는 날 이해해 주고 고맙고 미안하니 차비라도 하라며 만원짜리 몇장을 주셨지만 거절하고 돌아왔다.</div> <div><br></div> <div>그 편지는 집에서 출발 전 미리 그 아이에게 쓴거였다.</div> <div>그냥 부모님께 알려서 미안하다.</div> <div>지금은 내가 밉고 원망스럽겠지만 나중엔 나를 이해해 줄거라 믿는다.</div> <div>니가 집에서 가족들한테 사랑 받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div> <div>뭐 이런 내용.</div> <div><br></div> <div>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div> <div>왜 먼저 갔냐면서 서운해 하셨다.</div> <div>같이 집에 가서 과일 이라도 먹고 갔어야 한다며 계속 고맙고 미안하다는 얘기를 반복하셨다.</div> <div>그 아이에게 미안해서 도저히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div> <div>어른들한테 예의 없이 인사도 못 드리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저를 이해해 달라면서 전화를 끊었다.</div> <div><br></div> <div>집에 오니 큰 한숨이 나왔다.</div> <div>뭔가 해결 했다는 안도감과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왠지 모를 공허함(?)에 한동안 방에 멍 하니 앉아 있었다.</span></div></div></div> <div><div><br></div> <div>그 뒤로 사촌오빠 한테 고맙다는 전화를 또 한번 받았고 가끔 어머니께서 집으로 한번 놀러와서 같이 저녁  먹자는 전화를 받았다.</div> <div>그냥 이런저런 사정 얘기를 하며 돌려서 거절했다.</div> <div>그냥 전화오면 난 그 아이의 안부만 물었다.</div> <div><br></div> <div>3개월 정도 지났을까..</div> <div>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div> <div>그 아이다.</div> <div>오빠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쓴다.</div> <div>아버지가 핸드폰을 사 줬다며 자랑을 했다.</div> <div>그리고 다행히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고 있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div> <div>학교 생활이 점점 재밌어 진다고 했다.</div> <div>그러면서 그 아이 역시 한번 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다.</div> <div>부모님이랑 사촌오빠가 보고 싶어 하고 자기도 보고 싶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만약 지금 그런 상황이라면 아마 가벼운 마음으로 갔을 것이다.</div> <div>그런데 그 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부담 스러웠던것 같다.</div> <div>그래서 그 아이에게 서로 좀 더 크면 그 때 좋은 모습으로 다시 보자고 약속했다.</div> <div>그러다 연락이 끊겼다.</div> <div>아마도 내가 폰을 바꾸면서 그랬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그 아이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div> <div>지금은 아가씨.. 아니 아줌마가 됐을 수도 있겠다..와..30살이 넘었겠구나..ㅋㅋ</div> <div><br></div> <div>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하고 이런저런 대화 하는걸 좋아했던 그 아이.</div> <div><br></div> <div>혹시 지금 나 처럼 오유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div> <div>오늘 갑자기 이유없이 그 아이와의 추억이 떠 오른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