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size="4">그날,<br></font><br></strong><font face="궁서" style="background-color:#f8f8f9;"><font face="바탕"><strong>하늘은 조금 흐렸고 바다는 조용했다.<br>물고기들은 뜬눈으로 하루를 시작한 어선들을 피해<br>바삐 움직이고 있었을 것이다.<br></strong></font><br></font><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로비에 있었는데 꼬마 두명이 놀고 있었어요.<br> 귀여워서 불렀는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br> 잘 오는 거예요. 저한테 안기는 바로 그때였어요.<br> 배가 원래 좀 기우뚱거리잖아요. 그런데 그거랑<br> 차원이 다르게, 기우뚱-기우뚱-기우뚱-기우뚱, 진짜 심하게 기우뚱거리다가 팍 넘어가는 거예요.<br></font><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trong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8시 52분, 배가 침몰한다는 신고가 있었다.<br>해경은 위도와 경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br></strong><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배가 기울면서 어떤 애가 머리를 세게 박아서<br> 기절을 한 거예요. 막 때리면서 일어나라고 깨우고.<br><br>-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요. 엄마도 당황해서<br> 일단 끊으라 하시고. 학교에 전화를 했는데<br> 학교에서 무슨 소리냐고.<br> 학교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br></font><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size="3"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trong>9시 19분, 첫 속보가 나왔다.<br>"진도 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 신고"<br></strong><br></font><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줄넘기 연습을 하는데 갑자기 애들이<br> "야, 단원고 침몰한대. "뭔 소리야?"<br>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 너무 멍해서... <br><br>-아빠를 전화로 일찍 깨워야 했는데 깜빡한 거예요.<br> 전화 걸어서 죄송해요 그랬는데.<br> 오빠가 탄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거예요.<br> 내가 들은 게 뭔 소리지? 아빠가 정말 벌벌벌 떠는데<br> 그런 목소리는 처음이었어요.<br></font><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trong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국정원이 사고 소식을 확인했다.<br>인근에 있던 둘라에이스호 선장이 다급하게 교신을 보냈다.<br>"라이프링이라도 착용을 시키셔서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br>9시 25분, B511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br></strong><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가만히 있으라니까. 어, 가만히 있어야지.<br> 왜냐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br> 저희보다 그 사람들이 더 잘 알 거잖아요.<br> <br>-엄마 걱정할까봐 일부러 한참 있다가<br> 되게 덤덤하게 문자를 보냈어요. "엄마, 배 기울어져."<br> 엄마도 "아, 그래, 배는 휘청휘청거리니까."<br> <br>-구조가 되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br> "엄마, 지금 배가 기울고 있는데 헬기가 와서<br> 배를 끌고 가려나봐. 괜찮아. 될 것 같아."<br> <br>-캐비닛이 드드득 하면서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천장이랑 벽이랑 바닥 막 쿵쿵거리면서<br> 진짜 쿵쿵거리면서 벽에 있는 애들을<br> 다 깔아버린 거예요.<br><br><font face="돋움"><strong>9시 38분, 해경 123정이 선원을 구조하기 시작했다.<br>청와대 국가안보실은 현지 영상을 찾았다.<br>"VIP 보고 때문에 그런데..."<br>객실 침수가 시작됐다.<br></strong><br></font>-아무것도 안 와요. 검정색 구명보트가<br> 잠깐 갑판 쪽에 보였다가 사라진 거예요.<br><br>-머리 묶고 있으라고, 혹시 머리 낄 수 있으니까,<br> 머리 묶어주고.<br><br>-창문이 있는데 거기서 해경 걸어다니는 걸 봤어요. <br>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br><br>-가만히 있으라는 게 너무 안 맞는 거예요.<br> 반 애들한테 나가서 확인해보겠다고 함녀서<br>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었어요.<br><br>-남자애가 울고 있었어요. "형, 우리 죽어요?"<br> "이 형아가 너 살릴게." 구명복을 받아서 애를<br> 먼저 입혔어요.<br><br>-점점 창문으로 물이 차는 게 보이잖아요. 그러다가<br> 갑자기 불이 꺼지고.<br><br><font face="돋움"><strong>육상 경찰과의 교신에서 해경이 말했다.<br>"우리가 다 했으니까, 우리 해경하고 해군하고 다 하고 있으니까."<br>9시 51분이었다.<br></strong></font><br>-불이 꺼졌거든요. 막 울면서 해경 왜 안 오냐고.<br> 막 울부짖으면서 왜 우리 안 구해주느냐고.<br><br>-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려요. 물이 찬대요. 아무것도<br> 안 샐 거 같은 틈에서 물이 갑자기 콸콸콸 쏟아져<br> 들어왔어요.<br><br>-그때 사람들이 어디 있었는지 다 기억나요.<br> 하나하나...얼굴만 간신히 떠 있는데 그 애가<br> 보였어요. 손이 안 닿아요...<br><br>-친구 셋이 손을 잡고 있었는데 제가 손을 놓쳤어요.<br> 물에 빨려 들어갔어요.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순식간에.<br><br>-애들이 비명 지르면서 허우적대는데 저는 손을 쓸<br> 수 없어서 일단 내 발이라도 잡으라고 멈췄어요.<br> 애들이 발을 잡았고 계속 올라가는데...<br></font><span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 </span><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size="4"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 <font face="바탕">애들이 다 같이 있다가 어느 순간 저 혼자 남았어요</font><br></font><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trong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여기는 123. 현재 여객선 좌현 완전히 침수했습니다."<br></strong><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디에 걸렸어요. 공기를<br> 마셔야 되는데. 어떻게 밀고 떠올랐는데 다시<br> 걸렸어요. 숨은 벌써 막히는데. 한번 더 걸리면...<br> 다시 잠수해서 올라갔는데 다행히 팍...<br><br> 손을 뻗으면 공기가 만져지는데 나가지는 못하다가<br> 파도가 쳐서 그때 나온 거예요.<br><br>-그때 제가 엄마 핸드폰을 쓰고 잇어서<br> 모든 전화가 다 저한테 왔어요.<br> 동생 거기 탄 거 맞다고<br> 계속 말해야 하는 거예요.<br><br> 애들이 위로하려고 '괜찮아, 설마 죽겠냐'<br>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br> 장난하냐고.<br><br>-담임 샘이 들어오시면서 형이나 누나 중에<br> 단원고 다니는 사람 있냐고 했어요.<br> 왠지 불안해서 물어본 순간부터 울었어요.<br><br><font face="돋움"><strong>청와대가 해경에 물었다. "영상 가지고 있는 해경 도착했어요?"<br><br>"침몰 임박, 탈출하십시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승무원의 지시는 역부족이었다.<br>10시 17분, 카톡 메시지 하나가 겨우 배를 빠져나왔다. "지금 더 기울어."<br><br>어업지도선은 구명조끼를 입고 떠다니는 마지막 생존자를 구조했다.<br></strong></font><br>-물에 뛰어내려서 구명보트를 잡았는데<br> 가려고 하는 거예요. 탈 자리 없으니까<br> 그냥 잡고 오라고.<br><br>-기억이 안 나요. 목이 하도 타서. 물 좀 줄 수 있냐고<br> 주위에 물어보고.<br><br><font face="돋움"><strong>11시 1분. MBC가 '전원구조'방송을 내보냈다.<br>7분 사이에 대부분의 채널을 통해 속보가 퍼져나갔고,<br>이미 정정보도가 나간 후인 11시 26분 재난주관 방송사인<br>KBS는 다시 오보를 내보냈다.<br></strong></font><br>-서거차도 주민 분들이 집을 내주셔서<br>이불 덮고 있는데 TV에서 애들이 빠져나오는 영상을<br>보여주는 거예요.<br>그러다가 전원구조가 딱 보이는 거예요.<br>아, 애들 다 나간 거였구나, 다행이다.<br><br>-늦잠을 자고 일어나니까 부재중 통화가<br> 엄청나게 많이 와 있더라고요.<br> 텔레비전을 딱 틀었더니 '전원구조'.<br><br>-다행이다 하면서 오빠한테 전화를 했는데<br> 안 받는 거예요. 친구 언니한테는 전화가 왔는데.<br><br>-혹시 모르니까 단원고로 갔는데<br> 동생이 생존자 명단에 없는 거예요.<br> 어떻게 해야 되지? 엄마한테<br> 명단에 없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br><br>-언니한테 전화만 몇십통을 한 것 같아요.<br> 통화음이 가요, 신호가 가는 것만도 의미가 있다고.<br> 괜찮아, 뭔 이유가 있겠지.<br><br><font face="돋움"><strong>오후 1시 19분, 두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대본은 특수구조인력 350명<br>투입, 선체인양 위한 대형 크레인 확보, 여객선은 사실상 침몰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br></strong><br></font>-엄마아빠는 다 진도로 가고 저는 혼자 세월호 기사를<br> 싹 다 읽었어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되니까,<br>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되니까.<br><br>-진도체육관에 애들이 오다가 안 오는 거예요.<br> 여기 말고 서거차도에도 애들 갔다고 그래서 안심하고<br> 있었는데...<br><br>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부모님들 태운 버스가 왔어요.<br> 다들 울면서 들어오시는데<br> 그 상황이 너무 소름끼치는 거예요.<br><br> 아빠가 저를 부르는데 기자들이 우르르 오면서 안으로 밀려 들어가고.<br><br></font><strong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오후 5시 30분,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본을 찾았다. "구명조끼를 다 입었다는데<br>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 저녁 6시 50분, 조류가 강해 선체 수색작업을<br>중단한다고 했다. 밤 9시 중대본은 전체 승선인원이 462명이라고 정정했다.<br></strong><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br> 그러셨는데 뉴스는 계속 구조하고 있다고<br> 그랬단 말이에요.<br><br>-아빠, 언니는? 언닌 어딨어? 아빠가 못 찾았다고<br> 하시니까,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어요. 멍하니 있다가<br> 혼자 감정 추스렀다가 다시 폭발했다가 울다가.<br><br>-부모님이 팽목항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까...<br> 거기서 저까지 힘들다고 울어버리면 진짜 되돌릴 수<br>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다 무너질까 무서웠어요.<br><br>-안산으로 오는데 너무 무섭고, 그래도 애들<br> 돌아오겠지, 그런 생각만 하고 다른 생각은 안 했어요.<br><br>-막내 재우고 둘째랑은 자지 말자고, 뭔가 너무<br> 미안해서 보일러를 안 켰어요, 그날.</font> <div><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br></font></div> <div><font face="바탕" style="background-color:#f8f8f9;">..............<br></font><span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pan><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pan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pan><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pan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뭐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요. </span><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pan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아무튼, 이 책은 세월호 생존학생들과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구술증언록입니다. 위 발췌문의 대화체는 모두 이 책에서 실제로 나오는 말입니다.</span><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span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모든 말이 가슴에 팍팍 와 닿아 박히고, 모든 말이 읽는이를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2주기 때 나온 직후 이미 읽었지만 1년 만에 다시 봐도 정말.......ㅠㅠㅠㅠㅠ</span><br style="font-family:Tahoma, '굴림';background-color:#f8f8f9;"></div> <div><font face="Tahoma, 굴림"><span style="background-color:#f8f8f9;">앞으로 이 책이 출간되면서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된 만화(전 5편)를 여기에도 올려볼까 합니다. 잊지 말자고 기억하는 의미에서. 최근에 모든 희생자분들의 영결식도 끝나고 했잖아요ㅠㅠ 안산과 서울을 빼면 지금까지 있던 분향소도 철거되고ㅠㅠ</span></font></div>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