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사> <br><br>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10.4 정상선언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회담의 준비위원장이었던 저도 이 자리에 서게 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br><br>10년 전, 남북의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했습니다. 그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었다면, 남북관계가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봅니다.<br><br>그날 도라산역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남과 북의 그 벅찬 합의와 감격으로부터 평화의 한반도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 간절합니다.<br><br>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0·4 정상선언은 한반도의 평화지도였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과 반목의 역사를 걷어내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나가자는 남북의 공동선언이었습니다.<br><br>남북관계의 기본이 상호존중과 신뢰의 정신임을 분명히 했고,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남북간 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과 신뢰구축조치와 함께, 북핵문제 해결까지 합의했습니다.<br><br>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다양한 경제협력을 통해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가능성까지 원천적으로 없애고 평화 번영의 길을 남북이 함께 개척하는 담대하고 창의적인 접근에도 뜻을 같이 했습니다.<br><br>저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신북방정책 역시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br><br>10·4 정상선언은 노무현정부에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역대정부의 노력과 정신을 계승한 것이었습니다.<br><br>박정희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통일의 원칙으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대내외에 천명했습니다. <br><br>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이 통일의 원칙에 합의한 이 정신은 노태우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그 모든 성과들을 계승하고 포괄하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아 노무현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이 이뤄졌습니다. <br><br>이렇게 10·4 정상선언은 역대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오랜 세월 한 걸음, 한 걸음씩 힘들게 진척시켰던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10·4 정상선언이 이행되어 나갔다면 현재 한반도 평화 지형은 크게 변해 있을 것입니다. <br><br>그러나 지난 10년, 10·4 정상선언을 비롯한 역대 정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고, 남북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br><br>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갈수록 고도화되어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br><br>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br><br>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는 유례없이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br><br>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단호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br><br>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맞서려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할 것입니다.<br><br>그와 함께 분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정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국제사회도 평화적 해결원칙을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br><br>지금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적인 상황관리가 우선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군사적 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입니다.<br><br>북한에게도 여전히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여러 번 밝혔듯이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중단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발전을 도울 것입니다. <br><br>존경하는 국민 여러분,<br><br>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남북관계가 주춤거릴 때마다 누구보다 우리 국민들의 걱정이 클 것입니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고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펼쳐지길 기대했던 만큼, 국민들은 안타까울 것입니다.<br><br>그러나 이 위기를 넘어서야 10·4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촛불을 들었습니다. <br><br>한반도의 평화도 지금 위기 상황입니다. 여야 정치권이 정파적 이익을 초월하여 단합하고 국민들께서 평화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로 마음을 모아주시면,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평화는 현실이 될 것이며, 10·4 정상선언은 여전히 살아있는 합의로 숨쉬게 될 것입니다.<br><br>10·4 정상선언 합의 중 많은 것은 지금도 이행 가능한 것들입니다. 특히 평화, 군비통제 분야에서 합의한 군사회담의 복원은 남북 간의 긴장완화를 위해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인도적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br><br>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촉구합니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남과 북이 함께 10·4 정상선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선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br><br>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노무현재단 회원 여러분, <br><br>고뇌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신 분입니다. 언제나 당당했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었습니다.<br><br>노무현 대통령은 제가 지켜보는 눈 앞에서 군사분계선을 직접 걸어 넘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되고 점차 금단의 선이 무너질 것입니다"<br><br>그렇습니다. 10·4 정상선언은 금단의 선을 넘는 수많은 국민들에 의해 반드시 이행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계실 것입니다.<br><br>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