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잘 나가는 산학협동 대상이었음에도 포기하고, (그래서 현역으로 가게 되었죠) 몸담고 있던 정치동호회 (...)도 접고, 노짱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나름 노력했었습니다. 개혁국민정당에서 활동하며 선거운동 마지막날 신천역(요즘은 잠실새내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에서 마지막 인사를 끝낼 참이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이 악수를 청하며, '또 다른 노대통령이 탄생하겠군요'라며 힘내라고 말씀해 주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날 밤 11시에서 12시...정도였던 것 같은데, tv에서 김행 대변인(후일 같이 일하게 될 줄은 진짜....ㅎㅎ) 의 긴급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나쁜...'뭐지? 잘못 들었나?...멍하니 지구당 사무실 TV를 보며, 열심히 짱구를 굴렸지요.
아마 한 10분 정도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행동했고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분명히 조중동의 무차별적인 무가지와 호회가 살포될 것이다...발표된 '사실'은 막을 수 없지만, 언론의 반칙을 막고 주변에 투표를 돌려야 한다...투표 포기만은 막아야 한다...
밤새 뜻이 맞는 당원동지들과 다니며 뿌려지는 무가지를 수거하여 막았습니다. 그날 조선일보 호희의 사설은 '정몽준도 노무현은 안된다는 뜻이다. 국민들의 성숙한 선택을 믿는다' 였습니다. 뿌려지는 무가지를 도로 가져가라고 부탁한 신문사 관계자는 우리에게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 줄도 모르고...' 라며 혀를 찼습니다.
아침이 되자, 그간 설득한 주변에 전화를 걸어 투표를 포기하지 말 것을 부탁했습니다. 정치에 실망했다고 투표를 포기하면 선택에 실망하게 된다고 말이지요. 그 와중에 날아오는 '정몽준 지지철회! 흔들리지 말고 권영길!' 문자들이 핸드폰을 울렸는데, 사실 그 때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Pc방에 있으면 투표 독려 글을 돌리고, 주변지인 투표를 종용...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지난 2002년의 기적은 우리가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알에서 취재를 왔는데, 일단 족보 나오니 서로 웃었고, 12월 19일 인터넷에서 그 엄청난 조직력에 감탄도 하더군요)
이번 대선은 그 때만큼은 못했습니다. 외국에 사는데다 가장 큰 이유는...문재인이라는 인물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만큼 성숙하고 조직적이며 멋진 지지자들이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과거 제가 조금 일조했던 그 때보다 더욱 잘 해내리라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멋진 결과... 촛불의 완성, 시민혁명의 완성,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이 기대됩니다.
ㅡ경유지 홍콩에서 Amd로메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