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남성이고,  <div><br></div> <div>어쩌면 남성우월주의가 몸에 조금 배여 있는 사람임을 밝힙니다.</div> <div><br></div> <div>군대 당연히 다녀왔습니다.</div> <div><br></div> <div>백마부대, 논란의 여지가 있겠으나,</div> <div><br></div> <div>일반 보병으로서는 가장 빡센 곳을 다녀왔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쉽게 말하는 단어이지만</div> <div><br></div> <div>사실은 그 층위가 굉장히 복합적입니다.</div> <div><br></div> <div>가령, 노약자와 건강한 노동자가 두 개의 도시락을 배급 받았다면</div> <div><br></div> <div>이 두 개의 도시락을 어떻게 나눌까 하는 문제가 곧 정의의 문제이고 평등의 문제입니다.</div> <div><br></div> <div>건강한 노동자는 실제로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사람입니다.</div> <div><br></div> <div>노약자는 생산성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기여한다 하더라도 건강한 노동자에 비해서는 정도가 낮을 것입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생산성에 대한 보상으로 도시락이 두 개가 지급되었습니다.</div> <div><br></div> <div>1. 노약자는 힘이 없으니 도시락을 아예 주지 않는다</div> <div><br></div> <div>이것은 인간 이전의 무정부상태와도 같습니다.</div> <div><br></div> <div>건강한 남자가 권력이 있으니 노약자가 받을 도시락을 뺏어올 수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이것이 곧 약육강식의 세계이며 정글의 법칙이고, 자연의 질서 그 자체입니다.</div> <div><br></div> <div>2. 일한 만큼만 먹는다.</div> <div><br></div> <div>노약자는 0.5인분, 건강한 노동자는 1.5인분을 먹습니다.</div> <div><br></div> <div>노약자는 0.5인분만큼의 일을 했고, 건강한 노동자는 1.5인분의 </div> <div><br></div> <div>시간과 노력과 능력을 투자하고 발현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1.5인분을 가져갑니다.</div> <div><br></div> <div>모든 사람은 일단 생산성에 기여할 기회는 동일하게 주어졌습니다.</div> <div><br></div> <div>혹은 생산성에 기여할 자격을 얻을 기회는 동일하게 주어졌다는 걸 전제합니다.</div> <div><br></div> <div>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공동체의 구성원이 평등하게 노력하고 능력을 기를 수 있는</div> <div><br></div> <div>최초이자 최후의 기회인 평등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div> <div><br></div> <div>어쨌건 학창시절의 기한은 정해져있고,</div> <div><br></div> <div>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가니까요.</div> <div><br></div> <div>이게 능력주의자, 즉 우파가 말하는 자유의 평등이고 노력의 평등, 기회의 평등입니다.</div> <div><br></div> <div>3. 각자 하나씩 먹는다.</div> <div><br></div> <div>노약자는 0.5인분을 일을 했고, 혹자는 아예 일을 못하기도 했습니다.</div> <div><br></div> <div>또 어떤 사람은 0.5인분의 일을 할 수 있었으나,</div> <div><br></div> <div>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일을 포기하기도 합니다.</div> <div><br></div> <div>이 경우에도 모두는 하나의 도시락을 나눠 먹습니다.</div> <div><br></div> <div>이런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건</div> <div><br></div> <div>강자가 가진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포기할 줄 아는 미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div> <div><br></div> <div>이것이 곧 결과의 평등입니다.</div> <div><br></div> <div>군대2년, 억울합니다.</div> <div><br></div> <div>여자들은 공부를 하거나 노동경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div> <div><br></div> <div>그걸 떠나서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재화를 동등하게 소모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div> <div><br></div> <div>가장 젊고 아름다울 때의 2년은 그 의미가 무겁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남성은 신체적으로 더 강하다는 일면의 우월성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어쩌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능력도 더 뛰어납니다.</div> <div><br></div> <div>이것을 권력으로 휘두르기 보다는</div> <div><br></div> <div>그 권력을 포기하고 병역의 대가로 사온 평화라는 결과를 여성과 동등하게 나누는 겁니다.</div> <div><br></div> <div>직장생활에서 남자의 업무?</div> <div><br></div> <div>당연히 더 무겁습니다.</div> <div><br></div> <div>남자가 더 체력적으로 뛰어나다 등의 문제를 접어두더라도</div> <div><br></div> <div>자기가 더 능력이 낫다거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등의 논리는 내세우지 않고</div> <div><br></div> <div>그 노동의 결과를 여성과 동등하게 나누어야 합니다.</div> <div><br></div> <div>이게 보편적 복지의 논리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현대사회는 2번째, 3번째 개념의 평등 사이에서 조정되어가는 중입니다.</div> <div><br></div> <div>이건 가치의 문제라서 무엇이 무조건 옳다고 하긴 어렵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자신이 진정 진보주의자라면,</div> <div><br></div> <div>그러니까 사회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선천적 능력이나 후천적 노력의 우수성을 내세우기보다는</div> <div><br></div> <div>그들이 이뤄낸 것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div> <div><br></div> <div>여성과의 평등을 주저해서는 안됩니다.</div> <div><br></div> <div>일? 야근? 군대? 업무부담? 능력? 성과? 당연히 남성이 우수할 가능성이 높은 게</div> <div><br></div> <div>현대 사회입니다.</div> <div><br></div> <div>여성들이 발끈할 수도 있지만,</div> <div><br></div> <div>현대 사회가 아직 그렇습니다.</div> <div><br></div> <div>또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일한 만큼 100% 남자가 다 가져가려고 해도</div> <div><br></div> <div>이미 진보주의자가 아닙니다.</div> <div><br></div> <div>여성이 80의 성과를 냈고, 남성이 100의 성과를 냈다면</div> <div><br></div> <div>자신이 뛰어남을 내세우고 권력화하기 보다는</div> <div><br></div> <div>과감하게 자신의 성과를 90으로 인정하고 </div> <div><br></div> <div>결과를 함께 동등하게 누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너는 어떻냐고 물으신다면</div> <div><br></div> <div>전 완전한 진보주의자는 아닙니다.</div> <div><br></div> <div>오히려 보수주의에 가깝습니다.</div> <div><br></div> <div>어떤 의미에서는 수구꼴통이라고 불릴 만합니다.</div> <div><br></div> <div>이대로 3,40년만 지나면 태극기 들고 탑골공원을 배회할 그런 사람입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심정적으로 양성평등 정책에 반대합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최소한 이성적으로는 수긍하기도 합니다.</div> <div><br></div> <div>어쨌건 평등이 우리 사회가 가야할 지향점이라면</div> <div><br></div> <div>위에 있는 사람의 열매를 나눠먹는 것도 당연하지만</div> <div><br></div> <div>내 주머니에 있는 알량한 몇 푼짜리 열매도</div> <div><br></div> <div>나보다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선 사람과 나눠먹을 줄 알아야</div> <div><br></div> <div>평등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div> <div><br></div> <div>내가 누려야 할 것 다 누리면 평등은 불가능합니다.</div> <div><br></div> <div>능력과 노력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건 우파의 논리입니다.</div> <div><br></div> <div>저는 심정적으로는 여기에 동의합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div> <div><br></div> <div>진정 사회정의에 다가가는 방향에</div> <div><br></div> <div>나에게 뭔가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안하는 게 좋습니다.</div> <div><br></div> <div>건강한 남성으로 태어나 큰 문제없이 학업을 마치는 것만으로도</div> <div><br></div> <div>이미 한국 사회에서 상당한 권력을 누리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div> <div><br></div> <div>해서 우리에게 주어질 것은</div> <div><br></div> <div>혜택이 아니라 손해입니다.</div> <div><br></div> <div>어쨌건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div> <div><br></div> <div>누가 대통령이 되든 군부독재로 특정계층에게 일방적 인내를 강요하지 않는 이상에야</div> <div><br></div> <div>한국 경제는 세계경제 침체화를 역행할 수는 없습니다.</div> <div><br></div> <div>이건 현실입니다.</div> <div><br></div> <div>세종대왕이 살아돌아와도 한국 경제 성장률,</div> <div><br></div> <div>연간 10% 20% 못 만들어냅니다.</div> <div><br></div> <div>오히려 지금은 미취업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div> <div><br></div> <div>국가 주도로 일자리 만들어야 합니다.</div> <div><br></div> <div>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화는 소모됩니다.</div> <div><br></div> <div>그 부담은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는 평등하게 지게 되어 있습니다.</div> <div><br></div> <div>물론 대기업이 전부 다 내주면 좋겠지만</div> <div><br></div> <div>삼성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민 일자리 81만개를 장기적으로 책임질 돈까진 없을 겁니다.</div> <div><br></div> <div>'그'가 아닌, '내'가 책임을 져 줘야 합니다.</div> <div><br></div> <div>그 손해를 사회에 대한 정의실현이라는 명분으로써</div> <div><br></div> <div>웃을 수 있느냐 없느냐</div> <div><br></div> <div>이것이 진정 진보주의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