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반(反)패권주의자는 매일 아침 06시 30분에 일어난다. 만약 그가 반(反)패권주의자가 아니라 음모론자였다면,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이 시간에 굳이 일어나야 하다니, 이건 프리메이슨의 음모야."</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라고 외치며 일어났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반(反)패권주의자로 그런 자잘한 음모따위는 믿지 않았다.</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이 시간에 굳이 일어나야 하다니, 이건 패권주의자의 음모야."</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만약 방에 있는 거울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이고 저 병신이 또."</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라고 한 마디 했겠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앨리스가 사는 동화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거울은 그냥 조용히 있기로 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반(反)패권주의자는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씻고, 밥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나왔다. 어머니는 이미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었지만, 반(反)패권주의자의 눈에 어머니는 그저 주방의 패권을 가지고 권력을 휘두르는 이 집의 청산대상일 뿐이었다.</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 엄마. 나 생선 먹기 싫다고 그랬잖아!"</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MI친놈아, 그냥 주는대로 처먹어."</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하지만 어머니는 거울이 아니었고, 주방은 동화나라가 아니었다. 강력한 욕설과 함께 밥을 푸던 주걱이 그대로 얼굴을 향해 날라왔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침을 굶고 뺨에 붙은 밥알을 흥부마냥 떼 먹으면서 반(反)패권주의자는 언젠가 어머니의 저 악랄한 패권을 청산하고야 말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주린 배를 잡으며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첫 수업은 조별모임이 기본인 수업이었는데, 반(反)패권주의자는 이 또한 청산해야 할 문제투성이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개강 첫 날 수업에 좀 늦었더니 이미 자기들끼리 조를 다 짜서 어쩔 수 없이 아무 조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의계획서에 첫 날 수업이 있으니 꼭 시간에 맞춰 오라는 내용 따위, 반(反)패권주의자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 반가워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장이 먼저 인사를 건냈지만, 반(反)패권주의자는 떨떠름하게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조장은 과거 이 수업을 한 번 들어서 수업 내용도 잘 알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아 조원들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반(反)패권주의자의 눈에는 그저 볼썽사납게 잘난척 하는 청산의 대상이었다. 그가 이 수업을 다시 듣는 이유는 지난 수업 때 같은 조원이 "발표 때 깽판을 쳐서 점수가 낮게 나왔기 때문." 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를 시기한 학생 하나가 "시험결과를 몰래 바꿔 점수가 낮게 나왔기 때문." 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거야 반(反)패권주의자에게 있어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어떻게 하면 저 패권을 가진 잘난척쟁이를 청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그가 다시 이야기를 걸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갑자기 수업내용이 변경되어서 조별 발표가 빨라지게 될 것 같아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그래서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반(反)패권주의자는 최대한 날선 태도로 물었지만, 조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이번 발표가 성적과 바로 이어지니까 잘 하기 위해서 준비를 미리 좀 해 왔어요. 그리고 발표 할 사람도 뽑아야 하구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다른 조원들은 역시 준비가 철저한 조장이라고 박수를 쳤지만, 반(反)패권주의자는 준비를 해 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니, 그걸 준비하시면 어떻게 해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반(反)패권주의자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모두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그렇게 다 준비해 오시면, 나중에 발표자 정할 때 본인이 유리하시잖아요? 혼자 점수 잘 받으려고 그러시는거죠? 그런게 어디 있어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 아니에요. 발표자는 나중에 저희끼리 공정하게 한 번씩 다 발표를 해 보고 그 중에서 정할거에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드디어 이 요망한 패권주의자 놈이 기색을 드러내는구나, 반(反)패권주의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어차피 조 내에서 발표자를 뽑으면 조장님이 가장 유리할 거 아니에요? 전 그거 이 조의 패권주의라고 생각하는데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나왔다, 패권주의.</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니 그러면 조원들이 정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 저희가 내용을 가장 잘 알고, 다 준비하는 건데."</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원들 중 누군가가 물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반(反)패권주의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B조에게 뽑아 달라고 하면 되지 않나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원들 모두 저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반(反)패권주의자를 쳐다보았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발표자가 제일 점수가 높은데, 정하려면 모르는 사람이 평가를 해야 제일 정확하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물론 자기가 B조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까부터 이야기 했는데, 이건 저희 발표잖아요. 왜 다른 조에서 그걸 뽑아야 하죠?"</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맞아요. 그리고 B조는 저희 경쟁조인데, 좋게 해 줄리가 없을거에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여기서 뽑으면 여태까지 조에 제일 기여 많이 한 사람이 유리하잖아요? 그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뒤늦게 시작한 사람한 정당하게 참여를 할 수 있어야죠. B조에서 공정하게 저희 발표를 보고, 비밀투표를 해서 넘겨주는게 제일 깔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원들의 아우성이 빗발쳤지만, 반(反)패권주의자는 더 이상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무 것도 정하지 못하고 수업이 끝났지만, 반(反)패권주의자는 아까 수업에서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패권주의로 똘똘뭉친 그들과 이야기 해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그는 남은 오후 수업을 듣지 않고, 신문부를 찾아가 수업의 불합리성에 대해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았다. 같은 조원이자 그의 친구인 또 다른 반(反)패권주의자도 옆에서 그 내용을 거들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다음 날 교내 신문은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패권주의가 있다고 대서특필 되었다. 교수님은 자신의 수업이 그런 식으로 이용되는 것이 언짢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후 다른 조원들이 내용을 보고서 말도 안 된다고 마구 항의를 했지만, 그는 이미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옆에서 같이 거들었던 친구는 조원들의 항의를 듣고 조금 꼬리를 내렸지만, 자잘한 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장은,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어떤 방식이든 공정한 방식이면 다 수용할 수 있어요."</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라고 말했다. 끝까지 맘에 들지 않는 녀석, 이라고 반(反)패권주의자는 생각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그리고 끝까지 괴롭혀서 진을 다 빼야겠다고, 다짐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조원들은 지금 발표만 있는게 아니라, 다음, 다다음도 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이야기 했지만, 그딴 것 알바 아니고 반(反)패권주의자는 지금이 중요했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더니 엄마가 다시 생선을 굽고 있는 냄새가 났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아, 엄마. 내가 생선 먹기 싫다고 그랬지!"</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다시 밥주걱이 날아 올까봐 팔을 들고 몸을 움츠렸지만, 이상하게 날아오지 않았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대신 저 병신은 언제쯤 철이들꼬,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br></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br></span></span></div> <div><span style="font-family:'바탕', Batang, AppleMyungjo;"><span style="font-size:11pt;"> 그냥 요새 하도 이야기가 많길래 써 봤습니당. </span></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