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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와 정부의 ‘설명책임’

 * 권력은 주요 정책이 국가를 위해 올바른 것인지 국민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설명책임을 방기하는 정권은 나쁜 정부이다.

지난 8월 말, 전후 처음 일본에서 정권교체가 실현되었다. 그런데 선거가 임박해 자민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보수 논객 가운데서 국가경영 경험이 없는 ‘준비되지 않은’ 야당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는지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꽤 많이 나왔다. 이것은 꼭 정파적인 편견이라기보다 그들의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정권교체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고, 민주주의를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논리이다.

이 점은 영국 언론인 빌 에머트가 지난 7월15일자 아사히신문에 기고한 논설에서도 강조되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전 편집장이자 도쿄 특파원을 지낸 그는 ‘준비된 야당은 있을 수 없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주주의는 좋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나쁜 정부를 벌주기 위한 방법”임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가장 중요한 판별 기준은 정부가 국민에게 ‘설명책임’을 이행하느냐 않느냐 하는 것이다. 설명책임이란 원래 기업의 회계 책임자가 주주에게 회계상의 부정 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그럼으로써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임무를 다하는 것을 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권력은 주요 정책이 국가의 현재와 장래를 위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국민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그러한 설명이 없거나, 그 설명의 수준이 납득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그 정부는 설명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어떠한 부분적인 치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나쁜 정부’이며,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중략)

‘설명책임’을 방기하는 권력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이대로 가면 우리의 강들은 결국 자연성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고, 임박한 생태적 위기상황에 대비해 가장 아껴야 할 우리의 농업기반은 철저히 망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