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더민주 당권 상황에 돌입하여 시게가 과열되는 걸 보고 시게에서 좀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게를 필터링 한 건 아니지만 베스트 게시판 위주로 보면서 시게글은 왠만하면 읽지 않았습니다.
특히 몇 몇 유저의 글은 아예 읽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제목만 봐도  어떤 어투로 무슨 말을 할 지 짐작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시게에서 좀 멀어지자 최근 이슈에서도 멀어지면서 시게에 글 쓰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논란이 되는 이슈에서 멀어진 채로 제대로 된 의견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시게가 과열되면서 멀어진 이유는 과열된 어투로 주장하는 글과 댓글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걸 읽는 것만으로 너무 많은 감정이 소비되고 금방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글은 포르투칼의 독재자가 스포츠, 종교, 음악을 이용해 국민들을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국민들은 어떤 댓가를 치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과열된(또는 과격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격한 표현의 주장은 코어지지층에게 시원한 감정을 선물하면서 결집을 가져오지만 중간층에게는 피곤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너를 가르치겠다는 감정이 드러나는 글은 가르침을 받을 대상에게 반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노무현, 문재인, 유시민 세 분을 모두 존경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간적으로 너무나 매력적인 분이었죠.
문재인 전 대표는 외유내강의 표본과 같은 분입니다.
유시민 작가는 엄청난 지식과 강한 어조로 가장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분입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죠.

저는 저 세 분중에 정치인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문재인 전 대표, 유시민 작가의 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지지자들에게 항상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주장에 자신의 논리와 감정을 적절히 섞어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부정적 감정을 이용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오유에서도 항상 나오는 말이 국민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들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지요.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가르치려 해서는 그들을 관심을 정치로 가져올 수 없을 겁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지겨웠는데 성인이 되어서까지 타인이 주입하는 지식을 우겨넣는게 반갑겠습니까? 

시게에서 많은 글들이 오고가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그 좋은 일을 더 많은 사람이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눈꼽만큼이라도 더 나아지겠죠.

그런데 너무 과열된 격한 표현들의 글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멀어지게 만듭니다.
내용이 요리라면 표현은 그릇이죠.
멋지게 플레이팅된 접시의 스테이크가 식판 위에 놓여진 스테이크보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겁니다.

시게에서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좀 더 순화된 표현들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아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P.S 다 쓰고 보니 왠지 주제넘는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