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좀 우려되는 것이 있어 글을 써봅니다. <div><br></div> <div>사실 저 말고 이 점을 잘 알고 계시는 분도 많을 것이고 ..</div> <div>며칠 전에 시사게에도 이미 이미 지적한 글이 올라왔습니다.</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620150&s_no=620150&kind=search&search_table_name=sisa&page=1&keyfield=subject&keyword=%ED%98%9C%EC%95%88">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620150&s_no=620150&kind=search&search_table_name=sisa&page=1&keyfield=subject&keyword=%ED%98%9C%EC%95%88</a></div> <div><br></div> <div>글 작성자분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써놓으셨는데, 좀 길어서 오히려 묻힌 것 같네요. </div> <div><br></div> <div>저 글의 내용을 간단히 다시 쓰자면 이렇습니다.</div> <div><br></div> <div>1. 국정화를 밀어붙인 뒤 처음 나오는 교과서는 의외로 멀쩡한 교과서일 수 있다.</div> <div>2. 그때 새누리는 '너희는 왜곡 친일 교과서가 나올 거라고 했지만' 보아라 멀쩡한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느냐.</div> <div>3. 역시 좌빨의 근거없고 맹목적인 반대였을 뿐이다. </div> <div>4. 여기까지 진행되고 나면 국정교과서 반대 동력은 이미 사라질 것이고, </div> <div>5. 그 후에 교과서를 조금씩 개판으로 바꿔나간다 한들 막을 힘이 이미 없게 된다. </div> <div><br></div> <div>굉장히 현실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개입니다. </div> <div><br></div> <div>여기서 질문이 하나 나올 수 있습니다. </div> <div>'멀쩡한' 교과서를 만들 수만 있다면야 국정해도 괜찮은 것 아닌가? </div> <div>(그러므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건 박근혜가 지 애비 빨려고 만들것이 분명하다는 추측 때문이 아닌가?) 라는 것이죠.</div> <div><br></div> <div>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div> <div><br></div> <div>교과서라는 것은 성장하는 아이들이 배우는 책인 만큼 아이들의 교육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div> <div>하다못해 수학이나 교과서를 만들더라도 (요즘은 생활 결합형 어쩌고 해서 많이 보이는데)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철수가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데 블라블라 하는 과학 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span></div> <div>다른 교과서에서는 같은 내용을 철수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데 블라블라로 낼 수도 있고 </div> <div>경운기나 기차나 로켓을 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철수는 죽겠죠. ....)</div> <div>검인정 교과서의 장점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느냐를 여러 팀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문과 이과의 우열을 나누자는 건 아닌데) 하다못해 지식 과목인 과학에서도 이런 차이가 아이들의 창의적인 발상과 학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역사 교과서에서는 이런 차이가 훨신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여러 가지 답이 있고, 아마 가장 유명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카의 말이겠지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마르크 블로흐의 "(역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라는 겁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역사를 배운다는게 몇년도에 무슨 일 따위를 배우는게 아니라,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떤 상황에서 집단으로서의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는 어땟고 하는 것을 배운다는 겁니다. </span></div> <div>수백년 전의 왕정 국가에서 왕한테 '정치 이따위로 하면 니가 폭군 아니냐'라고 상소했던 사람들, </div> <div>적당히<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절충해서 왕을 구슬러 바꿔보려고 했던 사람. 뜻은 좋았지만 왕한테 살살거리다보니 결과적으로 나라말아먹은 사람 ..</span></div> <div>봉기를 일으킨 농민, 나라가 혼란한 틈에 착실히 자기 앞가림을 해서 신분 상승하는 사람 ... </div> <div>한 시대의 모습에도 여러 면모가 있고 이 면모들은 모두 '개인들이 갑툭'한게 아니라 당대의 문화적, 정치적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div> <div>이런 것을 보는 게 역사라고 할 수 있죠.</div> <div><br></div> <div>하다못해 본인과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만 해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장 모든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span></div> <div>이 입장에선 이렇게, 저 입장에선 저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관점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합당한 관점입니다. </div> <div>여기에서 '어느 하나의 관점이 올바르고 정확하다'라고 주장하면 관계가 파탄나겠죠.</div> <div>"니 말도 옳다, 니 말도 옳다." 했던 황희 정승의 얘기가 시대를 넘어 명언으로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역사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div> <div>예컨대 정조에 대해 가르친다고 하면, 정조에 관한 모든 '확인되는 실재했던 사실'을 똑같이 쓰면서도</div> <div>당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한 여러 가지 개혁적인 정책을 펼친 왕으로 서양 르네상스에 비견되는 개혁군주로 보는 관점도 있을 거고</div> <div>대단히 똑똑하지만 고식적인 유교에 투철했던 왕으로 보거나</div> <div>뛰어난 개인 정치력으로 과거의 왕정국가를 몹시 효율적으로 운영한 것뿐 세도정치의 초석을 다진 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div> <div><br></div> <div>중요한 것은 이 평가들이 '어떤 면에서는 다 맞다'라고 볼 수 있다는 거고, </div> <div>그래서 정조라는 역사적 인물을 가르칠 때 '이러한 면들이 공존하고 있다.'라는 걸 가르치는 겁니다.</div> <div>그리고 이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역사 교육의 핵심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span></div> <div>당연히 다양한 시각에서 교과서들이 편찬되어야 하겠지요. </div> <div><br></div> <div>사실 이것은 우리가 현실에서도 굉장히 자주 마주치는 일인데요.</div> <div>'내 생각과 다르지만 나름대로 존중되어야 할 타인의 생각이 공존할 수 있다.'라는 걸 익히는데 </div> <div>역사만큼 효과적인 과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왜냐면 역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span></div> <div>그리고 위에도 말했듯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데 최악의 방법은 단 하나의 관점을 '바른 것'으로 우기는 태도이고요.</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새누리당은 역사학자 90%가 빨개이라는 말도안되는 헛소리를 하지만</span></div> <div>얼마전 인터뷰하신 이태진 교수님을 비롯해서 많은 역사 교수님들이 보수적입니다.</div> <div>그럼에도 이분들이 국정화를 반대하시는 것은 다만 학문적 양심을 걸고, '역사라는 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일 뿐이죠.</div> <div><div><br></div> <div>따라서 국정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정화 그 자체'에 있는 것이지, </div> <div>왜곡되고 친일미화적이라는 데에 포인트를 맞출 일은 아닙니다. </div></div> <div><br></div> <div>------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됩니다. 아래는 부연 ------</div> <div><br></div> <div>1. 국정화한 후에 멀쩡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겠느냐? 라는 우려</div> <div>솔직히 현재 시점에서 2년 후에 교과서가 나온다면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누가 만들어도 개판인 책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div> <div>사실 관계조차 오류가 수천건 나오는 교학사 교과서처럼 되겠죠.</div> <div>하지만 관점의 측면에서 보자면, 어쩌면 정책적으로 보통인 교과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위에 말씀드린 대로 반대자들을 아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span></div> <div><br></div> <div>물론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므로 필연적으로 현재 서술하는 측,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것 역시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입장'일 수 있습니다. </span></div> <div>지금 새누리당이 멀쩡한 교과서를 두고 '종북적 서술이다'라고 꼬투리를 잡는 것과 공수위치가 바뀐 비슷한 형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거 관련해서는 처음 드린 링크 글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2. 어차피 7차 교육과정(한 2009년쯤?)까지 국정교과서였지 않느냐. 그때 배운 사람은 획일적 사고를 가졌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2000년대 들어와서 교육과정에서 굉장히 강조하는게 창의성 같은 덕목입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박근혜의 창조경제도 이런 시류를 반영하는 거고요. </span></div> <div>지금 한국정도의 경제 수준, 규모가 되는 나라가 좀더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딱 창의성이기 때문입니다.</div> <div>정확한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까라면 까고 안되도 되게하는 기계처럼 일하는'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문화의 나라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바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무섭게 성장하다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는 케이스입니다. 수치상으로는 대략 국민소득 2만달러 안팎, 나라로는 멕시코, 한국의 케이스가 되겠네요.</span></div> <div>여기를 넘어가려면 '창의적인 컨텐츠 생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div> <div>이 창의적인 컨텐츠 생산은 국민이 충분한 여가와 번득 떠오르면 뭔가 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겠죠. </div> <div>그런데 국민들이 배가 부르면 기어오르거든요. 민주주의 하자 하고, 지역 정치에도 관심을 쏟고, 내 세금 어디갔나 하면서 분개하기도 하고 말이죠.</div> <div>그러니 나라는 후퇴하더라도 까라면 까는 노예로 만들기를 원하는 겁니다. 아.. 이건 삼천포로 갔는데,</div> <div><br></div> <div>획일적인 텍스트로 하는 교육이 창의적인 컨텐츠 생산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죠.</div> <div>물론 자유당 때 교과서를 정독하고도 비판적 창의력을 개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div> <div>'사람들'의 문화적 기반과 저변이라는 것은 한두명의 천재로 극복되는 게 아닙니다.</div> <div>쉽게 비유하자면, 순수과학을 천대하는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뛰어난 세계적 과학자분들이 몇몇 계십니다. 하지만 그게 다죠.</div> <div>획일적인 교육을 해도 굉장히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비판적 지식인이 몇몇 생겨날지 몰라도, 그게 다입니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양하고 자유로운 사고, 합당하게 존중받아야 할 여러 이견이 공존하는 교육 컨텐츠가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3. 검인정 역사 교과서도 창의력 개발 이런 거 없고 별거 아닌데?</span></div> <div>사실 이 비판은 맞습니다. </div> <div>현재의 검인정 교과서 편찬 과정을 보시면 각 대단원, 중단원, 중단원에서 써야 할 내용을 모두 '구체적으로' 지정해줍니다.</div> <div>게다가 쪽수 제한이 있죠.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면 한 400쪽 정도 되야 할 겁니다. 너무 두꺼우면 학습에 문제가 되니까요.</div> <div><br></div> <div>예를 들면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학 농민 운동과 청 일 전쟁으로부터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에 이르는 시기를 다룬다 /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학 농민 운동 갑오개혁 광무개혁 등 근대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본의 국권 침탈 과정과 이에 맞서 전개된 다양한 국권 수호 운동을 파악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① 청 일 전쟁과 러 일 전쟁을 거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가 본격화되었음을 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② 외세의 중국 침략이 확대되고 이에 맞서 반외세 근대 변혁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음을 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③ 동학 농민 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알고 이를 통해 농민군이 주장했던 사회 개혁의 방향을 파악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④ 갑오개혁 독립 협회 운동 대한 제국의 개혁이 근대 국가 수립 운동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파악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⑤ 국권 피탈 과정과 일제의 침략에 맞선 국권 수호 운동의 흐름을 파악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⑥ 민권 운동의 성장과 근대 문물의 유입으로 나타난 문화와 생활의 변화를 이해한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렇게 지정해줍니다. 이것을 교과서에 의례히 들어가는 확인문제, 생각해보기, 각종 사료 포함해서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대략 30~40쪽 정도에 서술해야 합니다. 저거를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따라서 고등학생이 읽을만하게 나열하기만 해도 30쪽은 금방 나옵니다.</span></div> <div>검인정제이지만 자유도가 크지 않다는 얘기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저 지침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쓰면 당연히 탈락이고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지금 쓰이는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가 검정해서 저 기준에 부합한다고 합격시켜준 겁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따라서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가 '비판적이고 합리적이며 유연한 사고'를 배양하는 데 부족하다면, </span></div> <div>검정지침이 너무 빡빡해서 교과서 서술의 자유도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검인정이기 때문'이 아닙니다.</div> <div>오히려 앞으로 자유도를 더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겠지요.</div> <div><br></div> <div>.......</div> <div>어느 역사학자분인가 '올바른 역사'란 있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로 맞는 말입니다.</div> <div>지금 좀더 강조해야 할 것은 '국정화 자체'라는 점을 좀더 부각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