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종북이라면 종북이다. 맥락과는 상관없다.</div> <div> 빨갱이라면 빨갱이다. 사실과는 상관없다.</div> <div> 좌빨이라면 좌빨이다. 이유따윈 상관없다.</div> <div> </div> <div> 통진당 내란음모 사태가 이석기 체포동의안 통과로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div> <div> 오유에선 여전히 종북에 심히 놀란듯 종북 사냥몰이에 한창 열을 쏟고 있다. </div> <div> 여기에는 어떠한 논쟁다운 논쟁도,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의견 교환도, </div> <div> 합리적인 이성도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 국정원이 아무리 거짓말을 남발해도 종북에 대해선 여전히 신용할 만한 구석이 있나 보다.</div> <div> 지금까지 세간에 흘러나온 정보들은 대부분 국정원과 보수 언론들의 필터링을 거쳐 나온 것이다.</div> <div>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통진당은 피해자 의식에 속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div> <div> 야권은 덤탱이를 씔까봐, 불똥이 튈까봐, 혹은 본인들의 정치적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상할까봐 </div> <div> '국정원이 더럽긴 해도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div> <div> </div> <div> 진실은 뒤엉킨 이해관계와 설왕설래하는 무의미한 정파 논리에 가려져 있는 가운데 </div> <div> 명확하게 남아 있는 것은 (허황된) 종북과 애국의 논리뿐이다.</div> <div> 오유 시사게에서 통진당을 혐오하고 종북을 퇴출해야 한다는 자들의 논리는 이러하다.</div> <div> 진보적 가치는 중요하지만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세력과 남한과 적대 관계인 북한과 내통, 찬양하고</div> <div> 국가 전복을 꾀하는 세력을 색출하고, 쫓아내는 것이 애국 아닌가?</div> <div> 여기에서 이들의 논리는 국정원과 보수 언론의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 </div> <div> 어쩌다 말이 통한 것일까? 그럴리가. 아마 이들은 청와대 근처 요정에서 술을 마시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을 거다. </div> <div> 정부와 여당은 국정원 사태와 촛불 집회가 지난 2009년의 거대한 항쟁처럼 확산되지 않도록 </div> <div>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언론 통제, 유치원 같은 청문회, 일방적인 무시와 폄훼 등. </div> <div> 그런 차에 터진 이석기 내란음모. </div> <div> 나는 통진당원도 아니고, 이석기과 이정희, 김재연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고,</div> <div> 통진당 이전의 민노당에서부터 발현되어 오던 주사파와 NL 논리에 학을 떼던 사람이다.</div> <div> 하지만 진실은 오로지 당사자들만 알고 있을 것이고, 이것은 적법한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div> <div> </div> <div> 조금만 복습을 해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 조현오 경찰 청장은 지금 무죄 선처를 빌고 있다.</div> <div>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숱한 공약들. 4대강 사업, 원전 수출, 원전 개발 등. 모두 거짓말에 비리임이 드러났다.</div> <div> 선거를 앞두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지금은 자료마저 사라졌다. 포기 발언은 어디 있었나?</div> <div>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 수사. CCTV 앞에서 삽시간에 말을 바꾸고 증거를 지우던 경찰들. </div> <div> 일베의 어린 애들한테 절대 시계 나눠주면서 주변에 이상한 애들 있으면 신고하라는 국정원.</div> <div> 문 안 열어주고 감금 당했다며, 인권 유린 아니냐며 숨어서 항변하던 국정원 김 직원. </div> <div> 사장이 청와대 끌려가서 쪼인트 맞던 언론사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div> <div> 지금 이게 국가가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것이 물타기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말 이상한 거다.</div> <div> 어떤 상황이 터지고, 그 상황을 풀어가는 꼴이 지금까지 이랬는데 </div> <div> 여전히 이들을 믿고, 이들의 말을 신용하는 건 심각한 정신분열, 영화 <메멘토>에서 10분마다 기억을 잃는 환자와 같다.</div> <div> </div> <div> 상식과 애국을 논하기 전에 지금 자신의 생각이 합당한 것인지를 곱씹어보자.</div> <div> 그냥 감정에 열이 올라서 야구 경기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에 풍선 방망이를 뚜들기는 꼴이 아닌지,</div> <div> 가족 오락관의 남성팀, 여성팀을 갈라서 상대편을 증오하는 꼬락서니가 아닌지 1초라도 생각해보자는 거다.</div> <div> 논쟁의 가치는 누가 이기고 지고, 치욕을 느끼게 하고, 얼굴을 붉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div> <div> 타인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 있다.</div> <div> 여기에서 자신의 상식이 타인의 상식과 같은지, 아님 상식과 사실과는 상관없이 땡깡을 부리는지를 알 수 있다.</div> <div> </div> <div> 지금 오유는 군대 연병장과 같다. </div> <div> 군대에선 생각이 불필요하다. 적대하는 상대와의 치열한 경쟁뿐이다.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해선 안된다.</div> <div> 박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종북이라면 종북이고, 빨갱이, 좌빨이라면 빨갱이, 좌빨이다. </div> <div> 아무도 이러한 규정에 대해 의문시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고)</div> <div> 개가 주인이 던지는 부메랑이 중국산인지 러시아산인지 고민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div> <div> 맹목적적이고, 열광적인 이러한 문화는 특정 정치 논리에 휘둘리기 쉽다. </div> <div> 아직도? 계속? 앞으로? </div> <div> </div> <div> 지금 시사게의 분위기는 몇몇 사람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북한과 </div> <div>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는 보수 언론의 그것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div> <div> 북한과 보수 언론의 공통점은 상대 진영,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데에 있다.</div> <div> 놀라운 순혈주의. </div> <div> 이번에 오유에서 통진당원을 몰아내면 그 다음엔? 친노파? 문재인(혹은 안철수) 지지자? 민주당원? 진보당원?</div> <div> 그렇게 남은 순혈이 일베에 가까울 것이다. 다양한 의견과 입장의 위계 질서 없는 난립, 혼란이 </div> <div>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삶에 가까운 형태이고, 실제 남한이 법으로 표방하고 있는 사회다.</div> <div> 자신이 마음에 안 든다고, 설령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혐오하고 배척하는 집단은 파시즘이다.</div> <div> 북한, 보수 언론, 새누리당, 일베 등. 싫은 애랑 놀기 싫다고 따돌리는 어린 애들. </div> <div> </div> <div> 나는 이제 통진당 사태에 관하여 함구할 것이다. </div> <div> 더 이상의 논쟁(혹은 비난)은 불필요하다. 우리 삶을 낭비하는 짓이다. </div> <div> 지금까지 수많은 게시판에서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니 편 내 편 가르고 분탕질하다 </div> <div> 할 일 없이 키보드 뚜들기던 몇몇 강경파들만 게시판에 남아 설치는. </div> <div> 그럴 필요 있나? 그 시간에 각자의 신념에 맞게 현실 속에서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div> <div> 다만 오유에게 아주 조금의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써, 또한 조금의 기대를 품은 사람으로써</div> <div> 합리적인 논쟁과 조금이라도 유가치한 대화가 오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남긴다.</div> <div> (비록 가입한 지 얼마 안되지만...)</div> <div> </div> <div> 그리고 끝으로,</div> <div> 제발 애국하지들 마라. </div> <div> 애국이란 이름으로 타인의 진정성을 마구 짓밞고 자기네 잇속 챙기고. </div> <div> 정말 나라를 사랑한다면 이 시간에 통진당 따라다니면서 욕하지 말고 </div> <div> 주변 관계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 자치 문화에 신경을 쓰는 것이 훨씬 이로울 것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