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고민게시판에서 베오베 간 <레즈비언입니다>라는 글을 보고, 감회가 깊어서 오랜만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글을 좀 써보렵니다.</p><p>위 글을 쓰신 분께서 상처를 많이 받으신 것 같더군요. 부디 힘내시길 바라며... 몇 줄 적어내려가 보겠습니다.</p><p><br></p><p>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b> 그들이 온전한 시민권을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것</b>입니다.</p><p>여기에는 그들이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격 모독이나 신체적, 사회적 폭력을 받지 않는다는 것뿐 아니라</p><p><b>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것도 포함됩니다.</b></p><p><br></p><p>이 글은<b> '대체 결혼을 못한다고 해서 무슨 인권 침해라는 것이냐'</b>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p><p><br></p><p>동성애자들이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시민파트너쉽 제도나 동성 간 결혼 제도가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p><p>어떤 고통을 당하는지에 대해 아신다면 이런 말씀을 쉽게 하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p><p><br></p><p>------------------</p><p><br></p><p><더 월 2> (원제 : If These Walls Could Talk 2)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중편 영화 세 편이 한데 묶인 형식인데,</p><p>그중 하나가 동성결혼이 인정되지 않으므로써 생기는 동성애자들의 고통에 대해 잘 표현해주고 있죠. </p><p>지금부터 간략하게 영화 얘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p><p><br></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5/5dadafa94bb56348ca816a07ca2d7f04.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여기 보이는 이 할머니 두 분은 젊은 시절부터 한 평생 함께 살아온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로만 따지면</p><p style="text-align: left;">왠만한 부부가 부럽지 않은, 실질적으로 '가족'인 셈이죠. 물론 영화의 배경이 동성 결혼이 허용되기 한참 전이기 때문에</p><p style="text-align: left;">둘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아닙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이니 실제로도 그때는 미국도 동성 결혼을 허용하기 전이군요.)</p><p><br></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5/283b1acfb9ed83e29ea56baad1d700b5.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p><p><br></p><p>나름 행복하게 함께 살아온 이 두 사람은, 위의 사진에 보이는 '애비'가 사고를 당하면서 그 행복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p><p>새를 좋아하는 애비는 어느날 밤 마당에 있는 새 둥지를 구경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그만 미끄러져 </p><p>떨어지게 되고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 갑니다.</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5/eacdefe363c4fb5b8c9aabe0c9229efe.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p><p></p><p><br></p><p>사랑하는 '애비'가 다쳐서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까지 따라온 '이디스'는, <b>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한 '애비'를 간병할 수</b></p><p><b>없다는 말에 (늦은 밤이라 이미 면회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죠) 하는 수 없이 병원 로비에서 밤을 지새웁니다.</b> 깜빡</p><p>잠들었다가 다음 아침에 '이디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던 '애비'가 밤 사이에</p><p>증상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디스'는 <b>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임종의 순간을 지킬 수도 없었고</b></p><p><b>심지어 '애비'의 시신이 병원 영안실에 있다는 것도 통고 받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시신을 어떻게</b></p><p><b>장례를 치를 것인지도 결정할 수 없었죠.</b></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5/3a18f7ef4bbbac305e49a88800f0c4ba.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p><p></p><p>겨우겨우 '애비'의 먼 친척들을 찾아내어 그의 장례식을 마친 '이디스'는 '애비'의 유산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하여</p><p>'애비'의 친척들과 논의하게 됩니다. 수십 년 동안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의 집은 '애비'의 명목으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함께</p><p>빚을 내어 함께 일하며 빚을 갚아 얻은 소중한 집이었습니다.<b> 하지만 '이디스'는 수십 년간 사랑하며 같이 지내었음에도 </b></p><p><b>법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에 '애비'의 유산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b>. 결국은 '애비'의</p><p>먼 친척들의 일방적 요구로 그 집을 포기하게 됩니다. 유서를 쓸 사이도 없었으니 ... 눈 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p><p><br></p><p>(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의 경우 유서를 남긴다고 해도 가족 관계가 아닌 경우 양도세에서 큰 불이익을 얻게 된다고 하더군요.)</p><p><br></p><p>이 '친척'이란 사람은 '애비'와 전혀 가까운 사람들도 아니었고, 그가 아주 어렸을 때 '애비'를 한두 번 만난 정도였습니다.</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하지만 법대로 하면, 수십 년을 '애비'와 함께 살아온 '이디스'보다 혈연이지만 거의 알고 지내지 않았던 '애비'의 조카가</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모든 권한을 가지게 되는 거죠. 법적으로 '애비'와 '이디스'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으니까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으리란 건 짐작하셨겠지요. 이게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는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 영화 줄거리의 내용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성소수자 커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것은 모두 그들이 온당한 </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법적 시민권 - 가족을 이룰 권리 - 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러한 현실이 존재하는데도 결혼 제도의 개혁이 성소수자의 권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십니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성소수자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라면, 마땅히 시민 파트너쉽이나 동성 결혼 제도가 필요합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그런 것이 부재하므로써 그들이 받는 고통이 실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b></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런 제도가 부재한다는 것은 곧 국가적 차별입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만 자러 가겠습니다. </p><p><br></p><p style="text-align: left;"><br></p><p><br></p><p><br></p><p><br></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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