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가산점 관련 논쟁을 보았다.
요즘도 군가산점 문제로 시끄러운가보다.
한 스무살 정도까지는 남자가 군대 다녀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한참 똘똘할 때 강제로 잡혀가서 2년동안 구르다 나오면
100% 멀쩡하게 나오는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며
공부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하다 보니 머리는 굳어버린다.
요즘 군대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제대한 사람들 소리고
실제로 거기서 구르고 있는 청년들은 여전히 힘들긴 매한가지일 게다.
게다가 제대하고 돌아오면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은 커녕
당연한 것 가지고 유세 떠냐는 꼴페의 반응과 청년 실업률 7~8%의 어려운 현실.
2년이란 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 달에 100만원씩 번다고 가정해도 2년 이면 2400만원을 벌 수 있다.
만약 학교에 다니는 도중 영장이 어정쩡하게 나온다면 반년에서 1년을 더 허비할 수도 있고.
그러나 꼴페들은 주장한다.
여자들은 생리를 하고 애를 낳기 때문에 군대에 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그냥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자.
'군대 가서 구르기 싫다.' 라고.
꼴페들이 부르짖는 남녀평등. 그 평등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꼭 똑같이 대하는 것 만이 평등이 아니라는 소리다.
'허용적 평등', '보장적 평등', '과정적 평등', '결과적 평등'
예를 들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 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뽑는데
이부장의 아들이건 저기 산골 어디메의 청년이건 능력만 된다면 똑같이 입사를 허용한다.
능력이 된다면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허용적 평등'이다.
그런데 산골 청년은 차비도 없고 너무 멀어서 면접을 보러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청년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기업에서는 지방 면접 제도를 실시하여
그 청년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해줬다.
이렇게 사회적, 경제적, 지리적 제약을 차단해 주는 것이 '보장적 평등'이다.
입사를 한 두 청년이 각각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부장의 아들네 부서에서는 최신식 기기를 사용하여 실적이 하늘을 찌르는데
산골 청년의 부서에서는 낡고 헐은 기기라 도저히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상부에 "시설이 후져서 이부장 아들네 부서처럼 일할 수 없다." 라고 요청했더니
상부에서는 이부장 아들네 부서와 똑같은 시설을 갖춰 주었다.
그래서 산골 청년도 이부장 아들과 똑같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시설 및 기타 여건적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 '과정적 평등' 이다.
이부장의 아들이 다시 부서를 이동하게 되어 이부장의 아들은 이부장 밑에서 편하게 일하게 되었고
청년은 실적을 쌓기가 어려운 부서로 옮겼다.
그리고 몇년 뒤 승진을 위해 두 사람을 평가할 때
평가 담당자는 실적은 덜 나왔지만 환경적으로 더 어려운 곳에 있었던 산골 청년을 승진시켰다.
이부장의 아들이 아부지 밑에서 편하게 일하는 동안 산골 청년은 힘들게 굴렀다는 것이다.
불이익을 감안하여 메꿔주는 것, 보상해주는 것이 '결과적 평등'이다.
그래서 결과적 평등은 '보상적 평등' 이라고도 하는데 '역차별'이 여기 해당한다.
여자들이 군대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히 지낼 수 있는 건
나라가 군대 문제에 '결과적 평등'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남자보다 약한것, 그러니까 날 때부터 안고 있는 신체의 불이익을
보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국가가 수용해 주고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남자들만 2년을 손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이를 보상해 주기 위해 공무원한테나 소용있을 군가산점제도를 만들었다.
의무를 다 함으로써 생긴 불이익을 국가가 보상하겠다는 의미다.
꼴페들이 주장하는 남녀평등은 '허용적 평등'이다.
남녀의 능력이 똑같은데 군대를 갔다왔다며 가산점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허용적 평등을 적용하려면 처음부터 적용해야 한다.
신체가 약하다는 이유로, 생리를 하고, 애를 낳으니까 면제되던 군대에
남자들과 똑같이 가야 한다는 소리다.
군대는 가기 싫으니까 '결과적 평등관',
그런다고 군필자가 가산점 받는 것도 싫으니까 '허용적 평등관'.
너무 자기 편할대로잖아?
남녀평등이란 타이틀을 걸고 군가산점 폐지를 주장하려면
진정으로 평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생리통이 정말 심한 여자들은 길에서 쓰러지기도 하고
애를 낳는 고통은 칼로 생 살을 찢어도 모를 만큼 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생리통이 아무리 심해도 한창 나이의 2. 3년을 허비하게 만들지는 않으며
나라에서 강제로 아이를 낳게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신체의 약점도 수용해주려고 나라에서
생리휴가며 출산휴직, 육아휴직 등등을 장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시행되는 회사가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라에서는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다.
군대도 안가고, 생리휴가도 챙기고, 그러면서 남자들 가산점 받는 건 눈꼴시고?
정말로 그렇다면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후.
남자들이 전부 꼴마초라 "생리하고 애 낳는다고 유세냐?" 소리 하는 게 아니다.
꼴페들이 "그까짓 군대 다녀온 게 유세냐?" 하니까 열받아서 하는 소리다.
남자들 제일 끔찍한 악몽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더라.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사실 애를 낳는 것과 군대를 가는 건 조건도, 상황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며, 무의미하다.
그러나 정말로 애를 낳는게 군대 가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애 낳은 여자에게만 출산가산점 주면 되겠다. 애 한명당 1점.
군필자는 군복무 기간을 임신부터 출산기간과 환산해서 점수를 주고.
아니면 가산점을 원하는 여자는 군입대를 허용해서 제대 후 가산점을 주든지.
남녀가 서로 편 갈라서 전쟁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건데 서로서로 힘든 점 이해해줘가며
배려해주면 알홈다운 광경이 연출되지 않겠는가.
"군대 다녀온 남자들 덕분에 무사히 지낼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가산점 1점 아니라 5점이라도 받아가세요."
"아이쿠, 별 말씀을. 아기를 낳는 귀한 몸을 군대에 보낼 수 있나요.
힘들게 아이를 낳으셨으니 나라는 우리가 지켜야죠."
아이, 알홈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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