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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258958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6/3
    조회수 : 483
    IP : 124.28.***.21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11/27 14:31:36
    http://todayhumor.com/?sisa_258958 모바일
    [재업] '종북'에 대한 고찰 - 매카시즘적 사유의 근원에 대해

    이 글을 너무 늦은 새벽에 올려서 그런지 조회수도 낮고, 많은 분들이 보지 못하신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서 다시 올려봅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고, 많은 반응을 기대해봅니다.


    =================================================================================================================


    시사게가 박근혜 단독 섹..아니 토론의 후기로 떠들썩하네요. 이 와중에 전 뜬금없는 글 하나 내놓아 봅니다.


    일전에도 썼을거예요. '종북이요? 너네나 잘하세요'라는 제목의 글로, 종북에 대한 보수담론을 깠었죠. 이번 글에서는 조금 깊이 있는 논증을 해보려고 합니다. 문헌 좀 참고하려고 했더니, 참고할 만한 게 없더군요 -_-.. 그래서 그냥 제 머릿 속에서 나온 망상글로 적어봅니다.


    먼젓번 글에서, 저는 종북의 "실재"는 증명할 수 있으나, 그 "실체"는 불분명하다, 즉 분리, 구분, 제거가 가능한 어떤 명확한 경계선이 없기에 '실체'를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어요. 이것을 좀 더 깊이 있게 발전시켜보려고 합니다.


    1. 경계선이 '명확'한가?


    우익색히들은 늘 '진보'와 '종북'을 구분해야 한다고, 자신들이 '종북세력'이라 비난할 때는 진보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고 변명해요. 옳아요. 원칙적으로는. 그런데 이런 사유에는 함정이 있어요. 무슨 함정이냐? '종북'과 '진보'의 경계선을 그을 수 있는 명확한 경계선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 경계선이 매우 불명확해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진보가 전부 종북은 아니지만, 종북은 진보이다'라는 주장은 그 경계선이 매우 모호하며 언제든 서로 침범할 수 있는 영역을 지니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어요. 경계선이 희미하니, 때때로 그 둘의 구분 자체가 어려워지는 혼란이 발생해요. 우익색히들이 "종북세력"이라며 비난하는 것에는 비록 자신들은 '종북과 진보를 구분한다'고 변명하겠지만, 실제적으로는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매도급의 공격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들이 주장하는 '진짜 진보'라는 개념도 웃기는 짬뽕이지만..


    2. 지시 대상이 투명한가?


    '종북'이라는 단어는 분명하게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지시적 언어예요. 진보와 종북을 구분해야 한다는 그들의 논법에서도 알 수 있듯, 그들은 자신들의 문법에서 이미 '진보'와 '종북'의 바운더리를 설정해놓고 지시적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어요. 즉, 지시적 언어라는 것은 지시하는 대상, 즉 reference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 reference는 곧 그 '실체'[Substance]가 증명되어야 성립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경계선이 명확하지 못한 '실재'는 '실체'로 존재할 수가 없어요. 실체란 곧 외형적인 어떤 것, 그러니까 유형적으로 인식, 구분, 분리, 제거, 첨가 따위가 가능한 것을 지칭하는데, '종북'이라는 지시적 언어 자체가 관념에 속하는 개념인지라 그 '실재'는 증명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것의 '실체'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경계선이 모호한데 무슨 실체? 다시 말해서 '종북'이란 단어가 가지는 지시적 의미는 사실상 그 대상이 불투명함으로 인해서 성립이 안된다는 거예요. 지시대상의 실체가 불분명하니 애먼 사람을 '종북'이라 몰아붙이는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요.


    3. '정의'가 가능한가?


    정의, 곧 Definition이 가능한가? 의 물음이예요. "종북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통일된 대답을 얻기는 매우 힘들어요. '정의'라는 것은 일종의 약속이예요. 그런데 '종북'이라던가, '빨갱이'라던가, '좌좀'이라던가, 이런 단어들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매커니즘적 언어가 아니예요. 단지 '합의가 되지 않은 채 보편적으로 보급된' 언어에 불과해요. 때문에 "주체사상 신봉자"에서부터 시작하여 넓게는 저같은 '공산주의자'마저도 종북으로 몰리곤 해요. 왜? 정의가 불가능하니까, 곧 정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 인해 그 범위가 광대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낙인 찍힌 사람에게 내려지는 건 뭐다? 사회적 매장이예요.


    4. 사유의 매개물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을 바꿔 말하면, 사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편적 '인식' 과정이 무엇에 의해 진행되느냐 라는 물음이예요. 대개의 사유에서 인식적 작용은 관념이 아닌, 물질, 실체적 object에 의해 이뤄지곤 해요. 그러나 이 '종북'이라는 관념에 대한 사유 과정 속에서는 어떤 object에 대한 인식이 부재해요. 달리 말하면, 사유 속에 오로지 관념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소리예요. 어떤 object에 대한 인식에 근거한 사유가 아니라, '종북'이라는 '관념'이 불러일으키는 혐오감과 적대감이 사유의 본질이라는 거예요. 관념의 관념화는 우상화를 낳아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그 혐오감, 적대감, 단순히 단어가 가지는 그 프로파간다적 성격 뿐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사유'가 불가능한 단어로 자리매김했어요. 우상화라는 것은 곧 사유가 불가능함을 뜻합니다. 


    '빨갱이', '종북' 따위의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프레임들의 공통점은 곧 '사유 불가능'을 뜻해요. 매카시즘적 언어는 늘 모호성과 불투명함, 부정확성 등으로 얼룩져 있어요. 이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뭐냐? 그 자체가 사유 불가능적 언어이기 때문이예요. 사유할 수 없으니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되는 거죠.


    요컨대, 매카시즘적 사유의 토대는 곧 '사유할 수 없음'이 된다는 거예요. 내 참, 이런 색히들이랑 무슨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고...


    좀 횡설수설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너그러이 봐주시리라 생각할게요. 오유인 여러분은 착하니까여♡ 

    무명논객의 꼬릿말입니다
    투철한 신념과, 충분한 지식과, 충만한 용기와 민주주의로 무장한 논객. 혹은 그렇게 되려는 사람.

    논객은 관중이 아니다. 참여하고, 주장하고, 설득해야 한다.

    맑스의 정신과, 로자의 두뇌와, 레닌의 실천과, 트로츠키의 용기와, 박노자의 지혜와, 홉스봄의 철학과, 리영희의 고뇌와, 그람시의 냉철함을 가지고 파쇼를 향해, 독재를 향해, 자본주의를 향해, 모든 억압과 속박의 고리를 향해 서슴없이 칼날을 들이대라.

    자칭 3류 국제사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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